그래도 엄마 못생겼어
분명 아들 넘이 엄마 이쁘다고 했었는데…(그땐 그랬지…)
“엄마 왜 이리 못생겼어?!!”
아니~ 나도 아는데 그렇게 콕 집어 말해야 하니 ㅠㅠ
그래!!! 인간적으로 너무 안 꾸몄다!! 못생긴 것도 알지만 그걸 좀 숨겼어야 했는데 너무 쌩얼로 다녔다!!!
결혼 후 아이의 보드라운 피부에 해가 될까 봐 쌩얼로 다녔다. 난 순진하게 쌩얼로 다닌다는 말을 믿었다. 말대로 쌩얼은 비누로 세수를 하고 난 뒤의 얼굴 아닌가?!! 그래서 나도 그렇게 쌩얼로 다녔지… 더군다나 아이가 50일 이후부터 태열이 심해 얼굴에서 진물이 나고 그게 체질상 엄마 탓이라는 말 때문에 그때부터 더 아무것도 안 바르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일할 땐 스킨, 로션, 선크림, 비비크림, 립스틱!! 까진 발랐다.
사실 결혼하기 전에도 그다지 화장을 즐기진 않았다. 그리고 하필 남편도 그런 나를 좋아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 후엔 더 안 하게 되고 동네에 화장품가게 찾기도 힘들다 보니 동생에게 주문했고 사다 주면 그걸 쓰다가 코로나 이후론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마스크해제…
상쾌할 것 같으면서도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에서 어차피 종종 마스크를 썼던 터라 반갑지만은 않다. 물론 아이들이
마스크 쓰고 다니는 건 너무 안쓰럽고 해제되야야 하는 건 맞다.
그러다 번뜩!!!
‘아!! 나 화장품 없어!!‘
스킨, 크림, 선크림, 비비만 있다!
로션은 다 쓰고 그냥 크림 있길래 그걸 발랐고… 립스틱도 다 쓰도 더 이상 사지 않았다. 샘플을 뒤적여보니 세럼? 이랑 선물 받고 사용하지 않은 화장품 두 개도 찾아냈다.
그동안 두꺼운 뿔테를 쓰다가 얇디얇은 티타늄테로 바꿨더니 안경테 뒤로 숨었던 나의 기미, 주근깨 친구들이 인사를 했다.
‘너네 뭐냐?? 언제 그렇게 바글바글 있었어?‘
우와~ 심각하다!! 진짜 몰랐다.
화장실 조명이 침침했고 안경 벗고 화장하면 당연히 잘 안 보여서 대충 화장하고 두꺼운 뿔테로 가린 후 거울을 봤으니 내 얼굴을 제대로 봤을 리가 없던 것이다.
좌절한 표정으로 널브러져 있으니 아들이 왜 그러냐고 묻는다. 이래 이래이래~~ 설명하니 엄마얼굴 원래 그랬다는
둥 별거 아닌 양 대답한다. ㅠㅠ
“그랬구나…”
내 목소리가 너무 서글프게 들렸나? 아들이
“엄마, 그러면 영어선생님한테 물어봐. 선생님도 피부과 가서 피부 뭐 했다던데. 그럼 좀 낫지 않을까? “
자식 학원 가서 귀 막고 있는 줄 알았는데 뭘 주워듣고 다니긴 하는구나. ^^
그래!! 나도 피부과 알아보자!!
헉!! 동네 피부과도 없을뿐더러 너무 비싸다… 안경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카드값나가지도 않았는데 ㅠㅠ 하지만 난 변화를 원한다!!!
미친 듯이 또 검색을 해본다!
나도 이제 나이가 40대!! 그리고 어차피 하나 사면 엄청 오래 쓰니까 이제 좀 좋은 거 사볼까?? 궁시렁대어본다.
잡티를 가리기 위해 파운데이션? 을 알게 되었다. 근데 내 피부는 마른 낙엽처럼 바싹 메말라있고 인터넷으로 사면 좀 저렴하겠지만 피부톤도 모르고 개뿔 아무것도 모르고 오프라인으로 출동해 보자. 한 번 제대로 알아두면 그 이후로는 온라인에서 사면되니까!!
또 폭풍 검색해서 동네 아울렛에서 내가 찾는 제품이 할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출동~ 하지만 뭔지도 잘 모르는데 직원 분은 바쁘신 듯 물어봐도 시큰둥하신다.
좌절이다…
사지 말라는 계시인가?? 별 생각을 다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그새 일주일이 지났다.
아냐! 포기하지 말자!! 이번엔 백화점에 가보자!! 쭈뼛~ 쭈뼛~ 고민하며
“이거… 어떻게….??”라고 입을 떼니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테스트를 해주신다고 한다. 돈내야하나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처음이니 제대로 해보자!! 하고 테스트를 받았다.
“주세요! 이것도! 이것도!”
그렇게 난 생애 최초로 화장품을 내 손으로 20만 원 넘게 결제를 했다. 기분이 그냥 좋았다. 테스트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온라인에서 사는 것보다 가격은 비싸더라도 첫 구매는 직접 하고 싶었다.(물론 집에 와서 폭풍 검색하고 환불할까 말까 고민했다 ^^;; 그리고 막 산 것 같지만 사실 대략 다 알아보고 간 것이라 예상했던 금액이지만 막상 닥치니 또 고민)
남편에게 전화해서 지출내역을 말하니 후들후들 맥이 빠진다고 했다. 사실 결혼하고 14년 만에 처음으로 미친 척 지른 건데 맥이 빠진다고 하니 씁쓸했다. 기분 좋게 이야기 좀 해주지… 나는 엄청 오래 잘 쓸 텐데…
더군다나 화장품 보며 너무 비싼가… 환불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들 녀석이 이게 뭐냐고 묻고 화장품이라고 말해주니
“엄마 어차피 늦었어. 엄만 못생겼다고.”
쳇!! 너희들이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환불 안 하고 진짜 내가 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