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방식이 다 맞는 건 아니니까
"엄마, 나 수학이랑 합기도 그만 다닐까?"
일요일 밤...
신나게 게임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방에서 나와서 빨래를 개던 나에게 툭 던진다.
"응, 그래. 그럼 조만간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엄마! 왜 그래?? 엄마가 그렇게 나오니까 당황스럽잖아!!"
"왜? 난 네가 고민하고 이야기했을 것 같아서 알겠다고 한 거야."
"아... 그래? 저번에 암벽등반하러 갔을 때 선생님께서 너무 힘들 땐 일주일만 푹 쉬다가 다시 하면 좋다고 했는데 근데 수학학원은 일주일만 쉬는 건 안될 것 같아서 당분간 그만 다니겠다고 이야기한 거야."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니게 된 학원이 있었다. 사실 학교 선생님께서 '나'라는 아이를 인정해 주신 적은 유일하게 초등학교 3학년 때뿐이었고 그 외 선생님들은... 뭐... 그 당시는 아이들도 많았고 뭐... 그랬으니... 그런데 그 학원 선생님들께서는 내성적인 나에게 먼저 이야기도 많이 걸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것이 진심임을 느낀 후로는 학원 수업을 열심히 듣고 맘에 맞는 친구들과 빈 강의실에서 진짜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나날이 성적도 향상되었다.
하지만... 늦게까지 학원 다니는 것을 싫어하셨던 아빠와 학원비가 부담되셨던 엄마는 다른 곳으로 날 보내셨는데 결국 난 적응하지 못했고 다시 그 학원에 돌아갔을 땐 모두 흩어져 아무도 없었다. 물론 스스로 학습이 중요한 나이이기는 했지만 자존감이 낮았던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 고맙고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들이었는데...
그래서 아마 그때부터 결심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원하는 것은 꼭 하게 해 주리라.'라고... 대신 아이들은 흥미를 금방 잃기 때문에 기분에 따라 시작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시작하고 꾸준하게 오래 해야 한다고...
그러다 보니 내 아이는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면 신중하게 학원을 골랐고 고비가 올 때마다 쉽사리 그만두지 않게 했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알겠다고 표현했으니 아이가 당황했을만했다.
"아직은 어렵겠지만 네가 충분히 생각하고 말했을 것 같아서 너의 의견에 더 귀 기울여줄 거야. 학원은 바로 다른 곳을 알아보아도 되고 아님 스스로 해도 되고, 그러다 힘들면 알아봐도 되고... 이제 중학생이니 너의 시간을 잘 사용해 봐."
아이가 알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가 30분 후 다시 나와
"엄마가 항상 그래도 좀 더 다녀봐~라고 했으니 또 그럴 거지?"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묻는다.
아... 이 녀석... 어미는 그동안 가르쳐주신 것도 감사하지만 쉬어야 하니 선생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좋을지 고민 중인데... 넌 아직 날 모르나 봐. ^^;;;
그리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다녔는데도 아니라면 새로운 걸 찾아도 된다는 걸 알려줘야겠다. 시대는 계속 바뀌고 있고 엄마의 방식이 다 맞는 건 아니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