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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Nov 09. 2023

2. 내가 쉴 수 있을까

뭘 해야 하지

코로나 전에는


"이민 갈까?"

"시골로 이사 갈까?"

"오빠, 하고 싶은 것 해. 내가 일단 돈 벌고 있을게."

라는 말을 자주 했고...


코로나를 겪으며 난 뭔가 대단한 걸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 후에도

"이민 갈까?"

-> "아, 이제 나이가 너무 많아졌나?"


"시골로 이사 갈까?"

-> "아이가 학교 옮기고 싶지 않대."


"오빠, 하고 싶은 것 해. 내가 일단 돈 벌고 있을게."

-> "오빠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항상 도돌이표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 새로운 걸 배워보겠다고 뜬금없이 손해평가사를 등록해서 공부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직접 재배를 해볼 수 있도록 '역시 난 시골로 가야 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곤 알아보다 그마저도 접고 남편이 카페 운영을 하고 내가 틈틈이 도와주면 될 것 같아서 카페 창업도 알아보았다.


그러다 문뜩...

"내가 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언제 쉬어봤을까...



내 또래보다 일찍 시작한 알바와 직장생활...

결혼 후 가르치던 아이들 1학기 수업 마무리까지하고 그만 둬 달라하셔서 임신 7개월까진 일을 했고 아이 태어나고 집에서 부업을 하면서 36개월까진 내가 돌봐주고 싶었지만 아이가 28개월 때부터 출퇴근을 시작했다. 내 생각과 다른 곳이었기에 1년 근무하고 그 후 아이랑 1년을 함께 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자격증을 땄다.


아이가 한국나이로 6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기관을 보내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고 그 사이 9년이 흘렀다.


성인이 되고부터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일이라는 것을 통해 돈을 벌지 않은 시기는 결혼 후 아이 육아를 하던 시기인 3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남편의 잦은 출장으로 독박육아라 불리는 것을 하던 시기였지만 나에게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남편이 일을 하라고 한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동네도 아닌 곳에 남들에게는 집을 사줬다 하시면서  본인이 아이를 봐줄 테니 빨리 둘이 벌어 대출을 갚으라는 시어머니 말씀이 나를 옥죄이기도 했고 집에 있는 여자는 정신 나간  x이다. 집에 있는 여자 남편들은 바람이 난다 등등... 시답지도 않은 말이란 걸 알면서도 신경 쓰이게 하는 친정아버지의 말씀... 그리고 돈 버는 게 최고라며 나가서 일하라는 친정엄마까지..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하시는 말씀이라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스스로 겪으며 살아야 하니 무시할 법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박혀있는 k장녀의 피가 좀처럼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아이를 돌봐야 했기에 집에서 운영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고 5년 정도만 하려고 했던 일은 어느새 9년째 하고 있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싶은 나는 우선순위를 정했고 어느새 일이 먼저가 되었다. 나의 업무연장은 계속되었고 집은 편한 공간이 되지 못했다. 다행히도 가족들은 본인들의 공간에서 잘 버텼고 나는 나대로 잘 지냈지만 몇 년 전 친정부모님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면서 차츰 가족과 나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생각이 많은데 가을만 되면 더 많아지는 생각들...


쉬고 싶어도 지금까지 하던 일이 너무나 익숙했고 아이들과 정도 들고 너무 좋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쉰다고 해서 내가 쉴 것 같지도 않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마음을 먹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나를 기준으로 시작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거절도 어려웠고 스스로 다 해내려고만 했다. 그리고 평상시 말씀으로는 우리 큰 딸을 제일 믿는다 하셨지만 내가 뭘 하던지 부모님께서는 믿어주고 격려해 주셨던 기억이 그다지 없어서 그런지 불안하다.


그런데 내가 편히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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