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긴 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이 May 30. 2019

우리는 가벼운 관계

거짓말이 허용되는 사이가 좋은 이유

소위 가까운 사이.

라고 할만한 사람들에게

거짓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터라 거짓이 통하지도 않지. 그들에게는 이미 나의 일대기에 대한 목격담이 존재한다. 나의 꿈 많던 시절을 알고, 나의 부모님을 알고, 나의 지난 연애를 알고, 다시 말해 나의 형편없는 모습을 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아주는 사람들에게 얻는 힘이 분명 존재하지만, 요즘엔 약간의 거짓이 허용되는 가벼운 관계들이 편할 때가 있다. 오히려 그런 가벼움을 찾게 되기도.

    

보이고 싶은 부분과

감추고 싶은 부분을 선택할 수 있는 사이.

심도 있는 질문은 스킵해도 괜찮은 사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만들어볼 수 있는 사이.

정해진 이미지에서 벗어나 마음껏

나답지 않아도 된다.

    

요즘 내가 만나는 가벼운 관계의 가벼운 대화를 하는 사람. 우리는 서로 깊이 알지 못하고 굳이 알려고 들지 않는다.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묻지 않는다. 우리는 오늘만을 이야기한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 오늘 우리가 함께 먹을 메뉴. 오늘 저녁에 만날 장소. 그러니까 오늘 이 시점, 우리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사이.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의 속도, 서울의 방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