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 들어갈 때 전화해도 돼?
강남에서의 술자리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내내 생각했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다고.
논현으로 회사를 옮긴 후로 강남에서의 술자리가 잦아졌다. 이 동네의 밤은 시끄럽고, 취해있고, 움직이고 자꾸만 부딪힌다. 낯선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히고, 취한 사람들의 감정이 부딪힌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나를 들키지 않을 만큼만 대답한다. 많은 말이 오가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숨긴다. 습관처럼 누르는 키읔자처럼 시답지 않은 얘기만 늘어놓으며 계속 떠들고, 계속 웃고, 계속 생각한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다고.
이따 집에 갈 때 전화해도 돼?
카톡을 보내 놓는다.
역에서 우리집까지는 도보 13분. 성수역에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 애와 통화를 한다. 진짜를 얘기할 시간. 참아온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 사람이 어쨌고, 그 일이 저쨌고. 감출 게 없는 사람 앞에선 말이 많아진다. 13분을 훌쩍 넘기고 이미 집에 도착했지만 통화를 끝내기엔 한 시간이 모자라고 일분이 아쉽다. 진짜 내 얼굴과 말투로 통화를 하는 이 시간이 오늘 유난히 간절했으니까. 집 앞 골목을 몇 번이나 다시 돌며 이제 그 애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람이 어쨌고 그 일이 저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