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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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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세히 Jul 10. 2019

술 마시고 전화하는 이유

이따 들어갈 때 전화해도 돼?

강남에서의 술자리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내내 생각했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다고.


논현으로 회사를 옮긴 후로 강남에서의 술자리가 잦아졌다. 이 동네의 밤은 시끄럽고, 취해있고, 움직이고 자꾸만 부딪힌다. 낯선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히고, 취한 사람들의 감정이 부딪힌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나를 들키지 않을 만큼만 대답한다. 많은 말이 오가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숨긴다. 습관처럼 누르는 키읔자처럼 시답지 않은 얘기만 늘어놓으며 계속 떠들고, 계속 웃고, 계속 생각한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다고.    


이따 집에 갈 때 전화해도 돼?

카톡을 보내 놓는다.


역에서 우리집까지는 도보 13. 성수역에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 애와 통화를 한다. 진짜를 얘기할 시간. 참아온 마음을 털어놓는다.  사람이 어쨌고,  일이 저쨌고. 감출  없는 사람 앞에선 말이 많아진다. 13분을 훌쩍 넘기고 이미 집에 도착했지만 통화를 끝내기엔  시간이 모자라고 일분이 아쉽다. 진짜  얼굴과 말투로 통화를 하는  시간이 오늘 유난히 간절했으니까.   골목을  번이나 다시 돌며 이제 그 애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이 어쨌고  일이 저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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