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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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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세히 Oct 18. 2019

향수를 선물했던 기억

자신만의 냄새가 있는 사람이 좋다

나는 냄새가 있는 사람이 좋다. 집에서 사용하는 섬유유연제나 목욕탕 스킨 냄새라도 상관없다. 어떤 사람이 내 앞에 섰을 때 '왔구나' 느낄 수 있는 고정적인 향이 있는 사람이 좋다.     


작년에 헤어진 사람에게선 만날 때마다(사귀기 전) 다른 냄새가 났다. 아마도 만날 때마다 계절과 상황,서로에 대한 마음이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편적으로 그에겐 이렇다 할 강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하룻밤 재워준 친구의 향수를 뿌리기도 했고, 만나기 직전 막 바른 핸드크림 냄새가 나기도 했다. 차가운 겨울 공기 냄새가 나기도 했고, 여름밤에 마셨던 맥주 냄새가 나기도 했다. 연인관계가 된 후 나는 그 애에게 좋은 향수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때마침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을 생각하며 향을 고르는 일은  설렜지만, 선물의 상대와는 얼마 못가 싱겁게 헤어졌다. 이별 직후 나는 그에게 선물했던 똑같은 향수를 구매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향수가  취향에 맞았을 . 곁에서 향을 맡을  없으니 스스로에게 뿌리기로 했다.


갑자기 가을이 찾아왔다. 긴 머리 사이 목덜미에 향수를 뿌리고 나선다. 우디 향이 어울리는 좋은 계절이다. 일 년 만에 이 향을 다시 맡으며 선물을 고르고, 건네고, 만날때마다 같은 향이 나던 작년의 일들이 떠올랐다. 냄새가 이렇게 상기력이 강한 감각이었나. 요즘 자주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이 향이 스쳐 지나갈 때면 그 애도 한번씩 선물 받았던 날을 떠올리겠지. 향수를 선물했던 건 잘한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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