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폭설
1.
하얀 눈 앞에선
다들 숨겨둔 동심을 꺼내기 마련인가 보다.
출근길에 마주했던 무심한 어른의 얼굴은 사라지고
다들 행복한 표정으로 겨울밤 산책을 나와있네.
2.
그날 밤 10시쯤
회사 단톡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째 버스에 갇혀있다는 실장님.
도착 예정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팀장님.
미끄러운 길에 발이 묶인 경기도 주민들과
곧이어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는 교통사고 소식들.
코로나로는 부족했다 여겼는지
여름엔 홍수, 겨울엔 폭설
지구에서 자꾸 시그널을 보낸다.
(지구에 너무 많은 인간들, 이제 정리 좀 하자고)
지구 종말의 신호들을 무시하고
우리가 자꾸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