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중학교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마치고

by 신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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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하였다. 처음 교육을 하겠느냐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교육을 하고 명상이나 알아차림과의 연결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가 고민되었다. 예전에 교육을 하셨던 선배님의 가이드를 받으며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이유와 예방교육의 필요성, 폭력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방안 등을 숙지하였다. 그리고 놀이명상을 접목하여 자신과 친구들을 알아차리고, 단합을 통해 함께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성취를 경험하게 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첫날 1학년 아이들을 대면하였을 때, 아이들의 맑고 호기심 가득한 눈을 보고 있자니 긴장되는 마음이 편안하게 바뀌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재미없는 교육인데도 나름 성의있는 자세로 들어주었고 놀이명상도 즐거워하였다. 그런데 놀이를 하다보면 미온적이거나 흥미가 없어 보이는 친구들이 참여하지 않으려 옆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대한 유도를 해보지만 너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참여를 거부하면 억지로 이끌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짧은 20분 남짓의 강의 동안도 자고 있거나 지쳐보이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강하면 놀이명상에서 마지막 피날레인 매듭풀기를 실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너무 소란스러운 친구가 있어 집중이 안되거나, 단합이 안되어 서로 손잡기도 싫어하는 친구들이 많거나, 의욕이 없는 친구들이 많은 학급은 결국 놀이명상을 통해 알아차림이나 즐거움, 단합심과 같은 감정을 크게 얻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2학년 반을 처음으로 들어갔을 때 그런 불편함들은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목소리도 더 크고 거칠었다. 대장인듯 보이는 친구가 모범생인 학급은 그 친구의 분위기를 따라가 그나마 차분했지만, 대장친구가 목소리가 크고 막무가내로 아이들을 몰아가면 몸싸움도 일어나고 다툼도 일어나고 심지어 욕설이 나왔다. 학교폭력예방교육 갔는데 게임을 하다가 폭력이 일어나고 욕까지 한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닌가. 그런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넘어진 친구가 격앙되어 욕설을 하자 한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두 손으로 귀를 막아주었다. ㅎㅎ


이런 귀한 만남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휘둘린 내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싶다는 마음으로 며칠을 고민하였다. 세번째 방문했을 때는 수업의 방향과 놀이전개를 전혀 다르게 할 준비를 하였다. 먼저 오늘 학교폭력예방교육은 알아차리기를 배우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곧바로 의자를 가지고 동그란 원을 만들어 모이라고 하였다. 조용히 침묵을 유지하며 혈기왕성한 에너지를 조금 진정시키고 허리를 펴고 눈을 감게 하였다. 처음부터 명상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에 싱잉볼 소리를 알아차리게 하였다. 원을 돌며 소리의 시작과 끝을 알아차리고 귀에 마음을 얹어보라고 하였다. 3분 정도의 아주 짧은 알아차리기였지만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에 아이들의 표정은 떫떠름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들기도 한 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부드러운 음악을 들으며 나의 몸과 마음에서 어떤 반응을 하는지 알아차려보게 하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막대기처럼 꼿꼿하게 서 있고 평정을 지키려 애쓰는듯 보였다. 몸을 느끼는대로 움직이며 친구들이 아닌 나에게 마음을 두어보라고 하며 분위기를 최대한 즐겁게 올려주었다. 아이들은 이제 조금 얼굴이 즐거워 보이고 몸에서의 감각도 얼핏 알아가는 분위기였다. 활동 후 각자에게 느껴진 것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리를 들으며 느껴지는 생각, 감정, 느낌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건 오히려 각자가 다름을 알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다만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동그란 원을 만들었어요. 동그란 원은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지구의 모습도 동그랗지요? 그런데 지구는 건강한가요? 지구는 환경문제로 병들었고 전쟁을 치르며 아프지요? 왜 전쟁을 할까요? 자기만 이익을 얻으려고, 인간의 폭력성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피해가 없나요? 네 피해가 발생하지요? 무엇보다 지구의 평화가 깨지게 되지요? 그런데 슬프게도 우리가 만든 이 원 안에서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어요. 자기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우위의 자리에 앉으려 하거나, 폭력성을 드러내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놔두어야 할까요?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잘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원이 균열이 생기고 부서지면 우리 학교가 분열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안산이 분열되고 대한민국이 분열됩니다. 거꾸로 우리가 친구들을 서로 지켜주고 이 원을 동그랗게 잘 지키면 이 원이 동글동글 잘 굴러가면서 우리 반이 잘 돌아가고 우리 학교가 잘 돌아가고 대한민국이 잘 돌아가게 됩니다. 2050년이 되면 여러분이 사는 대한민국은 아주 다른 세상이 될 거예요. 아주 부유해지고 지구를 이끄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때 가장 중요한 국민의 자세는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하려는 마음이 될 거예요. 그런 함께 하려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서로 지켜주세요."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이끌었다. 책상에서 배우는 공부같은 내용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싶었기에 전쟁이라는 비유를 들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말한 것이다. 이후로는 즐거운 놀이명상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한 놀이는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는 놀이이다. 동그랗게 앉은 친구들 중 한 친구가 술래가 되고 의자는 빼놓는다. 친구가 한 친구에게 다가가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질문을 받은 친구는 네 아니면 아니오로 답을 할 수 있다. '네'라고 답을 하면 친구들은 모두 일어나 자리를 이동해야 한다. '아니오'라고 하면 술래는 '그럼 어떤 친구를 사랑하십니까?'하고 묻고 질문을 받은 친구는 '안경 낀 친구, 패딩입은 친구, 남자친구 등등...' 다양한 답을 할 수 있고 그것에 해당되는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한다. 단순하지만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내가 이웃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특별히 편애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해 보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


2교시의 시작도 동그랗게 앉아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내쉬는 숨을 길게 하여 이완을 이끌고 난 후, 들이쉬면 들이쉬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쉬면 내쉬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그리고 지금 나의 호흡이 부드러운지 거친지 답답한지를 알아차리게 한다. 3분 정도로 짧게 명상을 하였지만 사뭇 진지해졌다. 내가 이런 기회는 평생에 한 번 가질까 말까하는 소중한 기회이니 자신을 잘 느껴보라고 조금 뻥?을 쳐서이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의자를 밀고 '동대문을 열어라'라는 게임을 했다. "여러분이 술래 두명이 만든 문을 통과해서 지나갈건데 술래가 생기면 문은 계속 더 많이 만들거예요. 문 밑을 지나갈 때 내가 어떤 기분이 드는지를 알아차리는 거예요."

이런 말을 들었으니 앞 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문을 통과하며 아이들은 즐거우면서도 긴장되는 것을 잘 느꼈을 것이다. 새삼 자신이 어떻구나하는 것을 잘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듭풀기' 놀이를 하였다. 손을 엇갈려서 옆사람과 잡는다. 그것을 풀어보려고 의논도 하고 풀리면 아이들의 기분은 많이 행복해졌다. 처음에는 3명, 이후 6명, 여학생과 남학생팀으로 숫자를 늘리고 마지막은 반전체가 손을 잡았다. 매듭이 하나씩 풀려갈 때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 감정, 느낌들이 있을 것 같고 마지막으로 반전체가 매듭을 풀 때 환호와 함께 절로 박수를 쳤다. 불편했던 친구들까지도 함께 같은 경험과 감정을 나누었다는 것이 서로를 조금은 가깝게 여겼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평소 친하지 않고 불편하기까지 한 친구들과 손을 잡고 웃고 놀이를 한 경험은 폭력을 줄이고 화합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단답형의 답을 한다. "좋았어요. 조금 힘들었어요." 조금 부정적인 답변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알아차림이다. 잘했다"라고 칭찬하였다. 마무리를 잘 해야한다. 어떤 영특한 아이가 명상과 놀이를 하면서 문득 "그런데 이게 학교폭력예방교육과 무슨 상관이예요?"라고 물었었다.

"우리는 자신을 잘 알아차리는 것을 연습했습니다. 명상과 놀이를 통해서 알아차리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신을 잘 알아차리면 자신과 잘 소통할 수 있습니다. 내가 힘들구나, 내가 기분이 나쁘구나하고 아는 것이지요. 자신과 연결이 잘 된 사람은 자기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또 자신을 잘 알아차리면 타인과도 잘 소통할 수 있습니다.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폭력이 아닌 평화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주변에서 충돌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 이건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서로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그래야 우리의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학교폭력예방교육의 마무리는 되었다. 자기를 알아차리고 타인과의 연결을 깨우쳐주려는 마음으로 여러 고민을 했던 시간이었다. 짧은 나눔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켜주기를 바래보며 나름 잘 마무리되었다고 스스로 만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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