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면서 견뎌야 했던 혹독한 시간을 기억하며
#내인생의겨울 #변화의시간 #정화의시간 #거듭나기
치유글쓰기를 시작하며 다시 나의 혹독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시간들과 만나고 화해하는 단계를 지났다고 생각했는데도 세삼 글을 쓰려고 하니 망설임이 올라왔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얻어야 할 것를 정하고 싶어졌다. 과거를 회상하고 다시 들여다보고 분석해 보는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얻어야 할까?
이번 작업들에 대전제를 만들어 따르려 한다.
- 과거의 나는 내가 창조하고 선택한 결과이다.
- 그러므로 그 책임은 나에게 있고 누구의 탓도 아니다.
- 과거의 사건들을 일으킨 나를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 과거의 나를 다시 세우면 현재의 내가 바뀌고 미래의 내가 바뀔 것이다.
치유글쓰기를 통해 과거 여러 원인에서 기인한 나의 심리적 기제를 교정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런 시간을 거친 후 나는 더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내 인생의 책임감을 키우는 작업을 통해 내 인생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고 나아가 마법사의 지위를 획득하고자 한다.
2011년 나는 학원경영을 시작했다. 여동생이 급히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서 어거지로 시작하게 된 일을 2015년까지 4년이나 하게 되었다. 미묘하게도 그전의 2년 동안 나는 매일 미사와 기도를 했었다. 그래서 이건 하느님의 뜻이라는 믿음으로 감사히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 다짐을 했었다. 어쩌면 영적인 세계가 얽혀있었을지도 모른다. 여동생도 5년 동안 날마다 기도를 한 후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 시간은 내가 원하는대로의 그림이 아니었다. 세상물정을 거의 모르는 나이면서도 고집스런 틀로 세상을 보고 있었기에 막상 부딪쳐오는 현실은 매번 버겁고 힘들었다.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고 무언가를 준다는 기분은 모두 행복한 경험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학원인수 비용을 동생에게 나누어 보내주면서 경영을 하다가 나중에는 돈이 없다는 전화가 계속 오자 어쩔 수 없이 동생의 생활비를 보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7년을 다닌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스스로 회사를 나온 상태였다. 이제까지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남편에게 경제적인 문제를 많이 의존하고 싶었지만 그 후 남편의 실직 상태는 4년이나 계속되었다. 학원경영은 앞으로는 남지만 뒤로는 적자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했다.
날마다 일찍 학원에 나와 교실바닥을 쓸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성실히만 하면 이 난관을 이길 수 있을까? 어떻게 이 수렁에서 나올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학원을 그만 두어야 하나? 부모 둘 다 실직자가 되면 아이들은 얼마나 기가 죽을까? 돈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참으로 많은 고민들과 방황이 계속 된 시간이었다. 남편은 나에게 별반 말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혼자서 가슴앓이를 많이 한 것 같았다. 부모의 방황은 그대로 전해져 두 아이 모두 우울한 상태였다. 가정이 깊은 어둠에 잠겨있는 시간이었다.
-그 일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세상에 발을 내밀며 내가 가지고 있던 많은 환상을 깨는 계기를 주었다.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이상한 자신감과 터무니없는 두려움의 교차속에서 현실감각을 조금씩 갖게 되었다. 예전에 나에게 붙어있던 타이틀이 아직도 그럴듯 한 걸로 생각하고 있는 마음과 정작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자각으로 불만스러운 마음이 교차되며 본질을 보게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을 바꾸는 시간도 되었다. 무언가를 해주면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망설이는 나를 보았다. 처음에 나는 내가 고상한 인간이고 세속적인 인물이 아니어서 그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후에 깨달은 것은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 봉사를 해야한다는 이상한 신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 기준이 높으니 나는 그것에 못미치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지나친 도덕관념은 거짓이고 강박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동생을 도와야한다는 신념이 우리 가정에 너무 큰 피해를 주었다는 것을 경험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욕 듣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것도 어쩌면 허위의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 도덕심과 반듯하게 보여야한다는 마음은 부모님의 부끄러운 과거 모습을 통해 강박적으로 심어진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나눔을 해야할 이유도 없는 것이었는데.
돈에 대한 여러 깨달음들을 얻었다. 남편을 의지해 쉽게 얻어지고 썼던 돈이 실상은 너무도 귀하고 값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의 노동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고 엉뚱한 일로 돈이 쉽게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월세와 동생 생활비까지 돈을 부쳐주느라 지인들에게 돈을 꾸기까지 하는 일이 생기면서 잘못 판단한 일이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 오는지 처절히 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후에 보여지는 동생의 무책임한 모습을 통해 섣부른 동정심은 옳은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 그 일에서 받은 심리적 유산은 무엇인가?
남편도 나도 각자의 틀이 깨지는 시간이었다. 서푼짜리 인생철학과 신념들이 와장창 깨지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되는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나는 4년간의 시간을 광야에서의 시간이라고 명명했다. 나의 부끄러운 민낯이 작열하는 태양아래 만천하에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처절하게 길을 묻고 찾으려하며 신과 만날 수 있었다. 가나안에 들기를 바라며 나를 변화시키려 애쓰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거치며 가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또 과거로부터 계속 남아있던 내면아이의 상처들을 치유하는 시간도 되었다. 나의 억울지심은 오랜 시간 계속된 감정이었기에 동생과의 관계나 여러 사건들 모두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내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을 억울함이 아닌 행복함으로 에너지를 바꾸어야 함을 알았다.
- 지금 이 순간의 나는 그 일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나의 허위의식을 깨는 시간이었다. 본질을 볼 수 있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사흘이면 갈 수 있는 가나안을 30년을 걸려 간 이스라엘 민족들처럼 내가 정화되고 변화해야 갈 수 있는 세계로 가기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을 탓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한 시간이었다. 억울하고 가련한 나는 스스로가 창조하고 있던 어두운 세상의 반영일 뿐이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 현재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힘든 시간 잘 견딘 내가 자랑스럽다. 남편과 아이들도 그 시간을 건뎠기에 더 강하고 아름다운 인간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멋진 시간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는다. 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화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기에 누구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모두 내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