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관찰하면 나와 연결된다.
한 번 감정에 빠지면 한참을 허우적대곤 한다. 태풍이 왔다간 5월 연휴에도 나는 몹시 지친 상태였다. 몸이 먼저 지쳐서 눕고만 싶었고, 눈 앞에 보이는 해야 할 일들이 나를 압박해 자신감을 더 잃게 했다. 무기력감에 퐁당 빠져드니 이런저런 자기돌봄의 모양새는 사라지고, 평상시에 했던 명상이나 마음챙김도 힘을 잃어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수업을 가서 마음챙김 의사소통을 연습하게 되었다. 의사소통 중에 나에게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신체현상 등을 알아차리고 상대까지 관찰해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의도를 전혀 가지지 못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나의 힘들었던 며칠간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또다시 그때의 감정상태로 빠져든 것이다. 대화하고 있던 선생님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고, 나는 이미 마음챙김을 놓치고 있었다.
집으로 와 다시 돌아보니 착찹한 마음이 들었지만 적어도 내가 이런 모양새구나하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동안 나에게 누군가 힘을 불어넣어 주고 나를 일으켜주길 기대하는 마음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나를 일으켜 끌고갈 것은 나 자신인데 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니 더 힘이 빠졌던 것 같았다. 그나마 이런 알아차림이 나의 중심과 연결되게 해주는 것 같았고 솔직한 생각과 상태를 알게 하였다.
엘사 긴들러라는 독일의 소매틱바디워크의 선두학자가 있다. 그녀는 결핵을 치료하기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스스로 호흡을 다양하게 하면서 자신의 몸의 반응을 관찰하고 결국 치유된다. 그녀는 히틀러의 압제에 유태인들을 숨겨주었는데 그들이 극도의 긴장으로 신체적 경직을 보이자 이를 알아차림 하도록 이끌어준다. 유태인들은 스스로가 꽉 진 주먹을 의식하고 펴기만해도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의식과 연결되어있는 몸을 알아차림해보는 것만으로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치유의 방법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쉬운 예로 호흡을 잘 하는 것 하나만으로 자신과 잘 연결되어질 수도 있고 건강해지기도 한다. 호흡을 지나치게 짧게하는 사람은 몸속 깊이 생명에너지가 들어오지 않기에 건강하기 어렵고 조급한 마음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알아차리고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은 모두 이완되고 건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의 일상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면 나의 정신 상태를 알게해주고 몸을 조절하도록 이끌어주기까지 한다.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내려놓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눈을 감고 나를 관찰해본다. 어느 부위가 긴장하고 있는지, 어느 부위가 조급해하는지, 어느 부위에 통증이 있고 답답한지 알아차려본다. 내가 유독 오른쪽 주먹을 쥐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깨는 경직되어 있고 승모근이 올라가 있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이유를 절로 알 수 있었다. 일을 열심히 하려 고개를 들이밀고 어깨가 올라와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잘 해보려는 의욕이 압박으로 바뀌며 침체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도.
부정적인 생각을 붙잡고 있으면 그 생각은 더 커지고 확대되는것 같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생각이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니 그것과 나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 그리고 나의 의식이 현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수긍하고 내 안과 연결되어지자 비로소 제대로 길을 찾은 것 같은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이렇게 나를 알아차려 보는 것이 감정이나 생각에 압도된 나를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의문제는 내 안에서만 해결의 키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한다. 좋은 말씀 찾아다니고 바깥 세상의 위로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나의 중심과 연결되는 것으로 답을 얻은 것 같다.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네 자신을 등불로 삼아 수행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