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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상 Oct 11. 2023

어느 아침의 마음챙김

몸, 마음, 영혼과 연결되는 시간

아침에 눈을 뜨고나서 가만히 다시 감아보았다. 눈을 감고 나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느껴보았다. 호흡을 들이쉬며 몸은 안녕한지 알아차림 해본다. 전날 감기가 시작되서 목이 많이 아프고 몸살로 무거운 짐짝 하나를 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약 한 봉지를 먹고 푹 자고 나니 몸은 구석구석 상쾌함이 느껴졌다. 마음은 어떤가? 분주하고 어지러운 마음들이 계속 되었었다.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했던 마음들이 조금은 가라앉고 새삼 나를 들여다 볼 힘을 되찾은 것 같았다. 나의 영혼은? 나의 영혼은 무어라 말하지? 영혼은 평안했다.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을 떠난 어떤 아이가 생각나기도 했고, 화가 잔뜩 난 누가 생각나기도 했다.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가족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이번 주에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의 영혼은 그것들에 둘러싸여 분주하고 바쁜 듯 했지만, 그것들에서 물러난 자리에 평안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음챙김한다는 것, 알아차리는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현재에 머무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에 온전히 머문다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몸의 감각과 일어나는 생각, 감정과 영혼의 풍요로움 정도를 모두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또 현재의 나를 알아차려 바꾸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안 나는 마음챙김 하지 못하고 많이 헤매는 시간을 보냈다. 세상을 떠난 어떤 아이를 문득문득 떠올리며 더 사랑해주지 못했음에 미안했고, 인생의 속절없음에 허무했고, 그 아이가 남긴 흔적에 감사하지만 슬펐다. 또 자기 소신을 지키려하고 항상 강해보이고 싶어하는 누구를 생각하며 마음이 쓰였다. 책임감과 의무로 열심히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을 편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바보같은 모습이 안쓰러웠다. 동안 나는 감정과다, 생각과다로 많은 에너지를 쓰고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게속 되었다.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우리들은 영혼의 성숙을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이미 성숙하고 완성된 존재이지만 여러 경험을 해보기 위해 지구별에 온 것이다." 인간이 신의 한 조각이라면 우리는 굳이 영혼을 성숙시킬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의 영혼에 알록달록 무지개같은 예쁜 색채들을 입혀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겪는 경험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 존재의 이유가 영혼의 성숙이 아니라면 갑자기 삶의 장르가 다큐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처럼 여겨진다. 멜로나 코메디 아니면 신파로 말이다. 사는 것이 그런 것들을 경험해보는 즐거운 연극 무대로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느껴야 하는 고통의 총량이 정해져 있고, 행복의 총량도 동등하게 정해져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건 우리에게 필연인 것이다.


마음챙김을 한다고 해서 즉, 현재의 몸과 마음, 영혼의 상태를 알아차린다고 해서 지혜로운 길을 곧바로 아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런데 신기하게 나의 상태와 잘 연결이 되면 내 안에서 스스로 답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마음챙김을 해보며 저절로 알아지는 답은 나는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니 괜히 나를 아픔이나 안타까움, 두려움으로 몰아넣지 말고 다양한 장르의 연극무대를 즐겨야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무대의 주인공은 나이고 연극무대는 언제라도 다시 바뀔 수 있다는 걸 되새겨본다. 삶은 계속 변화하고 나의 마음도 변할 것이다. 삶이 무상하다는 속성을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이면 한결 의연함이 생기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는 삶의 본질이 있다. 우리가 붙잡고 가야할 에센스는 있는 것이다. 사랑이 나와 함께 있고 그 시작은 나에 대한 사랑임을 되새기며 하루를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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