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가득한 일요일 아침에
마음챙김이 뭔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수행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일상의 마음챙김으로 유쾌한 일과 불쾌한 일을 성찰하고 기록해 보면서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마음챙김이란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자신의 몸과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려 보는 것이다. 그러니 주의를 기울여 나를 잘 아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것 뿐 아니라 내 몸의 움찔함, 열이 오르는 것, 손이 불끈 쥐어지는 것, 어깨가 결려오는 것부터 허전함, 속상함, 쓸쓸함 같은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머물러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긍정하고 충분히 함께 해주면서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다.
엄마가 그림전시회를 하셨다. 취미로 그리시는 거지만 열심히 그리시고 계시니 다행이었다. 엄마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는 평범한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 속에 등장하는 거리가 남동생집을 가는 길이었다는 것을 안 순간 마음은 착찹해졌다. 남동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리고 엄마는 그 길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차마 아들을 만나러 가던 그 길을 다시 걸어간다는 것이 엄마로서는 너무도 두려웠으리라. 그러던 엄마가 그 길을 걸어가 벤치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카메라에 가로수가 가득히 자란 그 길을 담아오셨다.
남동생의 처는 말을 전해주며 눈물이 글썽했다. 나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려 했다. 하지만 난 마음을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집에 돌아와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 힘들었다. 자기 전 가만히 눈을 감고 잠시 머물러 보았다. 황량하게 여겨지는 마음속을 들여다 보았다. 남동생의 처의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마음으로 돌아가 머물러 보았다. 나는 몹시도 슬펐고 동생이 그리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비로소 왈칵 눈물이 흘렀다.
왜 말을 전해 들은 그 순간 나는 담담하게 반응했을까? 마치 모든 일에 초연한 사람처럼 쓴 미소만 지었다. 그 순간 나는 나를 마음챙김 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존이라는 말 그대로 그 순간에 온전히 머물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반응을 충분히 느끼고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새삼 감정을 누르며 미루는 억제와 회피의 방어기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억제하고 회피하는 마음은 힘겨운 시간을 살아오며 길러진 나만의 생존전략이며 남들에게 보이는 그럴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 별반 힘듦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평온한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는 것이 마음챙김은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아차리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그렇다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가 흔들리는 것이 싫어서 나를 눌러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최선의 길일까? 현재의 감정이나 느낌을 버리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생생한 삶을 살고있지 않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평온하다는 것이 거짓이었고 포기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유쾌한 일과 불쾌한 일을 온전히 느끼고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내 삶을 온전히 누리는 모양새이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나를 다시 들여다보면 온통 해야한다는 must사고가 가득한 인생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며칠 전 수업시간에 핵심가치를 모션으로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가치를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가는듯한 모습으로 구현했다. 이후 이것과 반대되는 가치를 모션과 함께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편히 놀아도 된다라는 가치를 행동으로 표현하였지만 여전히 강박과 즐거움 없음을 드러냈다. 표정은 굳어있었고 여전히 즐기는 일에도 의지가 가득한 표정이었던 것 같다.
마음챙김을 하며 내 안의 강박적인 사고를 알게 된다. 또 무의식의 영역까지도 알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나에겐 즐거움이 없고 깊은 마음 속엔 슬픔이 있다. 그걸 누르고 여전히 의무와 강박의 삶을 살려고 한다. 무얼 위해서 그러는 것일까. 왜 그러는 걸까. 결국 자기사랑의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행복을 찾아가지 않을까? 나를 사랑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오늘 하루 이 고민을 해보려 하며 글을 닫는다.
예민하게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을 수긍하고 솔직하게 세상을 만날 수 있다면 내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지 않을까. 나와의 연결감이 힘을 얻게 해주리라는 짐작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