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상 Jan 24. 2024

몸으로 나를 만나기

몸을 자각하며 지금에 머무르기

최근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누운채로 바디스캔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몸의 부분부분에 하나씩 의식을 옮겨가며 신체감각을 자각해 보는 것이다. 신체감각을 느껴보는 것은 몸과 마음의 연결감을 통해 현재상태에 머물고 내면의 나와의 연결을 잘 하게 하려는 것이다. 처음 이 명상을 시작했을 때는 몸에서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발바닥이나 종아리에 감각이란게 있단 말인가? 상체는 그나마 감각이 약하게나마 느껴지지만 멀리있는 발뒷꿈치를 어떻게 느낄 수 있나 싶었다. 그런데 의식을 두는 곳에서는 분명 에너지의 작용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몸에 대한 자각을 통해 의식을 비우면서도동시에 의식을 맑게 채워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오랫동안 몸을 잘 모르고 살지 않았나 싶다. 내 몸은 맘에 안들고 항상 문제라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 맘에 들지 않는 외모를 탓하면서 말이다. 내가 심신통합을 공부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몸이 의식을 만나는 통로이기에 몸수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도입의 단계에서는 내 몸상태를 먼저 알아야하고 몸을 건강히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몸의 형태를 통해 내면의식이 몸으로 드러나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신체심리학 학자로 유명한 스탠리 켈먼은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느낀 생각 감정은 신체를 형성하고 드러낸다고 말한다. 역으로 이렇게 드러난 몸의 현실은 삶 안에서 치유해야 할 요소를 찾아낼 수 있게해준다. 예를 들어 오른쪽으로 목이 기울어져 있는 여자분이 계셨는데 이유를 찾아보니 항상 같은 자리에서 미사를 드리며 신부님을 바라보기 위해 오른쪽으로 목을 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건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닌 자신 안의 염원이나 간절함과 연결된 모습임을 자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몸에는 반드시 자신의 삶의 역사가 남아있기에 아픔과 상처는 장기와 근육 곳곳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몸에 대한 자각이 나를 성장시키는 기본이라는 것을 이제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수행을 하는 많은 고승들과 요기들은 몸을 단련하고 나쁜 음식을 먹지 않았나 보다. 나는 많은 시간을 생각의 범람에 휩쓸려 계속 떠다니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끝없는 속삭임까지 더해져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게 여겨지기도 하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으로 혼란하고 답답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하는 일이 없어도 하루가 바쁘면서 동시에 하루가 지나고 보면 한 일은 없는 것이다.


몸과 만나고 생각은 줄이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습관들이기를 통해 몸 수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나의 스승님은 달리기를 하거나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셨다. 또 몸의 뭉친 곳이 없게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신다. 기의 순환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또 생각을 줄이려면 생각을 하지 않는 비움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가장 바람직한 명상이란 생각을 멈추고 현재의 나에게 의식을 머물게 하는 것이다. 현재의 나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통로는 결국 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나의 몸을 잘 느끼는 것은 현존하는 것이고 생각을 비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명상을 잘 하기가 사실 쉽지 않고 명상법들도 너무 많기에 막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헸다. 또 명상법을 알아야만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명상은 현재에 머무는 것이고 나를 비우는 것일뿐이다. 막연히 생각하는 환상적인 무언가는 없다고 생각하는게 낫다. 가볍고 단순하게 시작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같이 생각이 많고 몸과의 친밀도가 낮은 사람은 바디스캔이나 호흡알아차리기가 가장 쉬운 시작점이 될 것 같다.


논리성을 담은 생각들의 향연이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여기며 끝없이 매달려 왔다. 이런 저런 방법을 찾으려 추론하고 반박하는 생각작업들은 바쁘고 치열한 것 같지만 실체가 없는 허상이었다. 손에 잡히는 것은 명상을 통해 생각들이 비워진 자리에 뾰로롱 떠오르는 한 줄의 성찰인 것 같다. 그것은 내 안의 신성이 말해주는 금과옥조와 같은 진실일 것이다. 성찰에 의한 지혜의 말씀이랄까. 그것을 얻으려고 명상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얻으면 내가 조금 성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들기도 하다. 무엇보다 명상을 꾸준히 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을 비운 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