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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Oct 09. 2020

셀프인테리어를 하겠다고?

- 준비기 2019. 11.

 계약금을 치르고서야 집을 볼 수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께서 가계약한 집이어서 명의를 바꿔 계약하기 전까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1992년 5월에 지은 집. 주변 숲 때문에 용적률이 낮아서 재개발이 어려운 아파트. 대신 주변 아파트보다 가격은 낮고, 또 그 대신 주변에 숲이 가득했다.  


 낡고 낡은 집을 샀기 때문에 ‘인테리어’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턴키*로 할 것인가, 아니면 ‘셀프인테리어’**로 할 것인가였다. 셀프인테리어는 정말 어렵다고. 그 ‘힘듦’을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니까 비싸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고들 했다. 턴키로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하고 집주변 인테리어업체를 다녀보고, 인터넷 업체에도 견적을 요청했다. 보통 집을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데는 약 천오백만 원, 요새 유행하는 일반적인 스타일로 고치면 삼천만 원 초반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알게 됐다. 맘에 드는 업체와 사전 미팅을 하면서 몇몇 요구 사항을 이야기하면 바로 삼천만 원대 중반으로 비용이 올라갔다. 하고 싶은 게 없으면 모를까, 원하는 게 있던 나로서는 그 끝없을 추가 비용이 부담됐다. 계약하면서부터 한 달 동안 ‘셀프인테리어 카페’를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의 견적과 비교해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셀프인테리어라면 삼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면 원하는 공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셀프인테리어를 하면서도 추가 비용이 더 들기는 했다).


 다시 셀프인테리어를 하기로 맘은 기울었지만, 막상 하려니 신경 쓰이는 것들이 많았다. 주위에서도 한 번만 더 생각하라며 말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었고. 생소한 용어들과 다시는 셀프인테리어를 하지 않겠다는 후기들 속에서 계속 망설이고 망설였다. 일단, 인테리어의 시작인 철거부터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거와 설비라니, 정말 ‘1도 모르는’ 분야. 카페에서 시공 후기가 좋은 업체를 찾고 시공 내용을 검토해보았다. 철거 과정에서 궁금한 부분과 견적을 문의하는 문자를 보내고 직접 통화해 보니, 사장님은 정확하게 설명하실 뿐 아니라, 이후 시공까지 연결해서 말씀을 해주셨다. 이 업체와 함께하면 괜찮겠다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공사 일정이 빡빡하다는 말에 이삿날 이후 가능한, 가장 빠른 날로 가계약을 했다. 이사하고 4일 후, 그날이 우리집 고치기를 시작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철거가 결정되니 다음 공정도 내가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떠밀리듯, 하지만 내 맘대로 하려면 이 수밖에 없다면서 셀프인테리어의 길로 들어섰다. 항상 중요한 일은 느닷없이 결정된다. 


*턴키는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뜻으로, 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를 넘겨주는 방식을 말한다.

** 집수리의 공정을 담당할 기술자를 직접 섭외하고, 재료를 직접 구입하는 등 주택 소유자가 인테리어의 전과정을 조율, 조정하는 현장감독의 역할을 하는 것을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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