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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Oct 09. 2020

집을 사다

2019. 10.

 집을 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13년 전쯤이었다. 2008년 리먼사태로 세계가 들썩거렸을 때, 청주에 있는 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청주에서 2년 동안 월세로 살면서 전세금으로 ‘서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살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경기가 안 좋았을 때였고, 언니가 혹시 모른다며 사지 말라했다. 서울로 와서는 언니네 집 근처 금천구의 작은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한동안 집을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집을 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2015년,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였다. 직장 근처의 18평 아파트를 찾아보니, 성동구의 아파트와, 강동구의 아파트가 전세가도 낮고 위치도 좋았다. 당시에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1억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었다. ‘살까?’ 하다가 사는 과정의 복잡함과 빚을 지는 일의 번거로움 때문에 그냥 강동구 아파트로 전세를 옮겼다. 도배, 장판을 하고 내가 가진 가구를 배치했더니 또 제법 ‘내 공간’으로 정이 갔다. 5층이었는데, 키 큰 플라타너스 잎들이 가득한 동향집의 아침이 참 좋았다. 전세 주기를 세 번이나 돌았는데도 연장이 가능했던 것이 그때는 다행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 되었다.


 그날은 2019년 10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였다. 전세를 네 번째 연장할까 말까 하면서 우연히 동네 부동산에 들어갔다.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면서 내가 살고 있던 집은 처음 들어온 집값에서 세 배가 뛰어 있었다. 전세는 1억 정도 올랐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부동산 사장님이 아파트를 사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드디어 때가 된 걸까?’ 다른 때는 하소연이나 하면서 다시 전세 계약을 할 텐데, 이번엔 확실히 사장님의 말이 귀에 들어온다. ‘좋은 집이 있나요?’ 18평 매매가가 7억이 넘는 이 동네에서 괜찮은 집이 있을까 했더니 5억 대 초반에 22평 아파트 매물이 나온 게 있다 하셨다. 5억이면 주변 새 아파트의 전세 값 정도. 마음이 두근두근 한다.

“생각해 볼게요.”


집에 돌아왔다. 어떻게 하지? 대출을 받으면 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밤에 사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지금 안 사면 다른 사람이 계약할 것 같으니까 바로 계약금을 보내주세요.”

동네였기 때문에 아파트에 직접 가서 매물로 나온 동과 호수를 살펴보았다. 상가를 앞에 둔, 도로에서 제일 가까운 동이었다. 12층. 그 정도 층수면 동네 공원과 멀리 일자산까지도 보일 수 있는 위치. 정남향. 괜찮겠다. 이렇게 큰돈을 모아본 적도, 써본 적도 없었기에 유난히 심장이 쿵쾅댔다.

‘아! 이건 사라는 거다!’


그리고, 금요일 밤 8시. 계약금을 입금했다. 집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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