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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경 Oct 28. 2022

이야기를 마치며

엄마의 인생은 고달프고 외로웠습니다. 그래도 순간순간 기쁠 때가 있었겠지요. 제일 기뻤던 때는 아마도 첫 아이인 제가 태어났을 때이지 않을까요?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마친 엄마가 다시 시댁으로 가야 했을 때 얼마나 가기 싫었을까요? 가끔은 엄마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엄마는 유년 시절을 이야기할 때는 아무런 원망이 묻어나지 않습니다. 임신 기간 중의 시집살이와 외할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울음이 묻어납니다.

     

옥탑방에 있던 엄마의 가방 속 편지를 보았을 때 어렸던 나는 내가 말을 잘 듣고 착한 어린이가 되면 엄마가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는 답장을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답장이 엄마에게 족쇄가 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엄마에게 그 가방은 직장인의 사표와 같았을 것입니다. 사표를 품에 지니고 출근하는 직장인, 그 심정으로 엄마는 모진 시집살이를 견뎠겠지요.

     

요즘 엄마가 몹시 아픕니다. 엄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엄마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너무 고통에 펑펑 울기도 합니다. 그동안 나는 엄마의 희생으로 자라고 살아왔는데 엄마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이 없어 속상합니다.     

“나는 평생 웃을 웃음을 강물이와 마이산 아기 때 다 웃었어.”

     

엄마는 가끔 이렇게 말합니다. 육아를 같이하면서 엄마의 뼈는 텅 비어버릴 만큼 힘들었지만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엄마 인생은 외롭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엄마의 마음을 딸인 내가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엄마를 낳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생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요?

     

“엄마, 이제부터 제 딸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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