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

by 세실리아

#275.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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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스트레스 받아.”


얼마 전,

아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스트레스라는 말이 나왔을 때,

너무 놀라 한참을 생각에 잠겼었다.

스트레스를 알고 있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벌써? 아니 왜 이렇게 빨리?

이번에도 갑작스레 출제된 아이의 이 문제를 받아들고

엄마는 또 하나의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기출문제를 찾아 엄마 자신을 바라본다.

엄마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떠한지.

스트레스를 대하는 엄마의 자세는 어떠한지.

멈추어 바라보고 바라본다.


엄마가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는

엄마가 되기 전과 후로 나뉘어졌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과 후로 나누어졌다.


엄마가 되기 전,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

나에게 스트레스는 풀거나 참거나 전환해야 하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며, 회사를 다니며,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때로는 맥주 한잔으로, 때로는 쇼핑으로,

때로는 노래방에서 부르는 신나는 노래로 풀리는 줄 알았다.

때로는 그냥 참고 넘어가면 괜찮은 줄 알았다.

때로는 기분전환을 핑계 삼아 다른 것을 찾아 몰두하며

스트레스로 향하는 관심을 전환시키면,

그렇게 스트레스를 외면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한참을, 몇 년을 그런 태도로 스트레스를 대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치고 망가져갈 때 즈음,

그제야 스트레스를 대하는 다른 태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엄마가 되고,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스트레스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리기.

이것이 내가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이다.


처음엔 감정을, 마음을,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멈추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감정 앞에서, 마음 앞에서, 스트레스 앞에서

멈추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멈추어 마주하게 되는

내 안의 나의 민낯이 너무나 적나라했기에,

멈추어 마주하게 되는

몰랐던 나의 날 것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에,

멈추어 무작정 견디고 견디며

그것들을 마주하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엄마가 안 되었다면 어쩌면 조금은 쉬웠을까.

엄마가 되고

순간순간 마주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면,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엄마가 되고 이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억울함과 원망까지 몰려오곤 했다.


그렇게 멈추어 견딜힘이 길러지고 나서야 바라보기 시작했다.

멈추는 것도 힘들었지만,

바라보는 것은 더 큰 고문이었다.

‘이게 나라고?’,

‘아니야. 내게 이런 모습이 있을 리 없어.’,

‘이건 상황 때문이야. 원래 난 이렇지 않다고.’....

바라볼수록 더욱 더 적나라한 나의 민낯을, 나의 날것들을

인정할 수 없었고, 믿을 수 없었으며, 믿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것들이

너무나 버거웠기에

버거운 마음을 어떻게든 덜어내야 했다.

버거운 마음 속 채워지는 감정들을

어떻게든 비워내야 했다.

그래서 바라보고 느껴지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글로 마구마구 적어내기 시작했다.

글로 마구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글로 마구마구 적어내고 쏟아내며

그 안에서 개운함과 후련함을 느껴갔다.

마치 내 안의 채우고 있던 불편한 것들이

시원하고 개운하게 글로 배설되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매일매일

바라보는 마음을 적어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마음을 바라보며 쓰는 글로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바라보는 마음을 글로 쓰며 시작하는 하루는

방전 되었던 마음을 완충시키고 시작하는 하루와 같다.


그렇게 멈추어 바라보고 나서야 알아차리기를 이어간다.

그렇게 멈추어 바라보는 모든 과정을 글로 적어내며,

그렇게 적어낸 글을 다시금 읽어보며

이내 내 안의 감정을, 마음을, 내 안의 스트레스를 알아차려 간다.


멈추고, 바라보고, 알아차림의 연습을 통해,

멈추고, 바라보고, 알아차림의 보살핌을 통해,

멈추고, 바라보고, 알아차림의 글쓰기를 통해

스트레스 또한 멈추고, 바라보고, 알아차려야 하는 것임을 알아간다.


엄마는 스트레스를 대하는 엄마 자신의 태도를 바라보며

비로소 아이와 나눌 스트레스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본다.

엄마는 스트레스를 대하는 엄마 자신의 태도를 알아가며

비로소 아이와 나눌 스트레스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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