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 감정을 바라보는 눈

by 세실리아

#278. 감정을 바라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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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즈음이 되면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의 역사를 되짚어봐야 합니다.

일종의 감정분류 작업을 해보는 겁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지금 내가 느끼는 주관적 감정이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어떤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나의 진짜 감정(feeling)과

타인으로부터 감염된 감정(affecting)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흔 즈음에는 감염된 감정들(affectings)이 무엇인지

인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감염된 감정들로부터 나의 감정을 지켜내야 합니다.

출처: 김선호, 마음이 흔들려서, 마흔인 걸 알았다.




처음엔 무작정 적어나갔다.

그 날 내 안을 장악하고 있는 감정을 무작정 바라보며

상황을, 기분을, 느낌을 마구 적어나갔다.


처음엔 그 과정조차 버거울 때도 있었다.

적어내면 적어낼수록, 쏟아내면 쏟아낼수록

다시 재현되는 그 때 그 경험과 감정들이

사그러든 줄만 알았던 버거운 감정을

다시 재생시키곤 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계속 떠올리기만 해도

다시 재생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은 잠시 사그라들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제든 다시 복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흔쯤 되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수시로 복제되지 않도록 선별해둬야 합니다.

출처: 김선호, 마음이 흔들려서, 마흔인 걸 알았다.



정말 그랬다. 감정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감정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이었다.

정말 그랬다.

감정은 수시로 복제되어 태도가 되어 버리곤 했다.

그렇게 수시로 복제되어 태도로 나타나 버리는 감정을

그렇게 수시로 복제되어 버리게 둬서는 안 됨을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알아간다.


그래서 무작정 감정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래서 무작정 감정을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리고자 한다.

그렇게 매일 매일의 연습이 이어진다.

그렇게 매일 매일의 연습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무작정’을 빼고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무작정’을 빼고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리며

그렇게 천천히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리며

비로소 알아간다.


‘감정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 함을,

내 안의 감정을 바라보며

‘나의 진짜 감정(feelings)’과 ‘타인으로부터 감염된 감정(affecting)’을

인식해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함을,

그렇게 ‘감정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야 함을 알아간다.


‘감정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나의 진짜 감정을 만날 때면

더욱 오래 그 감정을 보살펴 주기 위해.

‘감정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감염된 감정을 만날 때면

속지 않기 위해,

그 안의 나의 진짜 감정을 알아보기 위해.

‘감정을 바라보는 힘’을 통해

감염된 감정들로부터 나를 지켜내기 위해.

‘감정을 바라보는 힘’을 통해

나의 진짜 감정을 더욱 잘 보살펴내기 위해.


오늘도 엄마는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이어간다.

오늘도 엄마는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통해

‘감정을 바라보는 눈’을, ‘감정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가고 싶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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