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 기억을 위한 기록(2)
아이가 회복해가면서,
그제야 엄마는 마음 놓고 아이가 일어나기 전,
엄마의 고요함을 찾고자, 엄마만의 새벽을 찾고자
아이 곁을 조심히 빠져나온다.
그렇게 빠져나온 새벽은 더없이 고요하다.
그렇게 오래간만에 만나는 새벽은 더없이 고요하다.
고요하지 못했던 지난 며칠간의 새벽을 통해
고요한 새벽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또다시 깨달아간다.
고요한 새벽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또다시 깨달아간다.
오늘은 그 고요함도 잠시,
마음에 자꾸만 사무치는
화와 분노에 고요함은
그리 오래 머물지 못했다.
아이가 병원에 입원했던 마지막 날 밤,
그날 있었던 그 일이 영화이길 바랐지만,
그날 있었던 그 일은 영화가 아니었다.
교과서에서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영화에서 봤던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지난 역사가
그 어떤 근거도 없이 되풀이 되었다는 사실에
황망하기 그지없다.
지난 뉴스를 챙겨보다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을 닦아낸다.
책임감 없는 어른들의 만행을 보며,
개인적 핑계를 대며
지난 투표를 포기했던 나의 만행을 떠올린다.
어린 군인들의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파오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온 인파를 바라보며,
그 용기 있는 분노에 마음을 보태본다.
따로 뉴스를 챙겨볼 수 없기에,
설거지할 때면 뉴스를 틀어놓곤 했었다.
아이는 ‘전쟁’을 무서워했고, 두려움이 유난히 컸다.
매일 뉴스에 끊이지 않는 어두운 소식은
아이의 불안을 키워가곤 했기에
그런 아이를 위해
뉴스를 보지 않고 생활한지 2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그런 아이를 위해 어제는 뉴스를 켰다.
서울 여행을 갔을 때,
지하철, 버스를 타고 지나던 국회, 여의도.
국회 마당에 내리는 헬기와 무장한 군인들을 보며,
국회로, 여의도로 몰려든 인파를 보며,
엄마는 아이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엄마! 그럼 전쟁 나는 거야?”
역시나 아이는 매우 큰 불안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이의 그 불안은, 지금의 그 불안은
아주, 매우, 적절하고 당연한 감정이기에
엄마는 그 불안을 아이가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기에,
국민들이 저렇게 나서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잘 봐야해. 잘 기억해야해.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 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어른들 뿐 아니라
너희 어린이들도 모두 이 나라의 주인이야.
불안하고 무섭지?
맞아. 엄마도, 어른들도 불안하고 무서워.
그렇지만 우리 어른들이 잘 지켜 낼 거야.
그러니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 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면서,
어른들을 믿어줘. 우리가 지켜줄게.”
고요한 새벽, 고요하지 못한 마음으로
엄마는 펼쳐든 노트 앞에 한참을 앉아
어제 아이와 나눈 이야기,
어제 아이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곱씹으며,
다시금 마음을 보살펴본다.
마음을 보살피며,
이 일들을, 이 마음을, 이 다짐을
기억하고자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