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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오늘의 감정: 심란]

심란할 땐 움직이기

by 세실리아

#19.[오늘의 감정: 심란] 심란할 땐 움직이기



심란(心亂)하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고 어수선하다.

출처: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심란한 감정 속에 함께 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

걱정, 염려, 두려움, 긴장, 불안

이 감정들이 대표적으로 동반되는 ‘심란’의 친구들이다.

걱정과 염려도 심란하고, 두려움에 심란하며,

긴장되어 심란하고, 불안해 심란하곤 하다.


나는 언제 가장 심란할까를 생각해본다.

글쎄. 언제일까.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평온하지 않아 어수선하기는

참 자주 있는 일이기에

한참을 그렇게 생각 속에 있어본다.

그렇게 생각 속에 있으며

혹시나 또 심란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을 느끼며.


한참을 그렇게 생각 속에 있다가

‘심란’의 뜻을 사전에서 찾으며

뜻과 함께 적혀있는 예문 속에서

내가 가장 심란할 때,

나에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그 심란의 때를 알게 되었다.


미윤은 검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이 심란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출처: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수술 후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검사일이 다가오기 수일 전부터,

마음은

작은 요동을 시작하고 어수선해지기 시작한다.

혈액검사부터 시작해 MRI 검사까지...

하루 온종일 이어지는 여러 가지 검사를 받으며

심란은 점점 더 마음을 채워간다.

그렇게 가득 찬 심란은

일주일 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점점 고조된다.

그렇게 극에 달한 내 안의 심란함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더더욱 아무렇지 않은 듯

생활하고자 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사실 내 안엔

엄청난 두려움과 걱정, 염려, 긴장이 채워지며

불안이 증폭되고,

그 불안은 최고조에 이르러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걱정과 강박이 많은 사람을

‘생각 중독자’라 합니다.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계속 떠올라서 괴로울 것입니다.

그럴 때는 몸을 움직입시다.

몸을 움직이면

뇌가 균형을 찾고 생각도 정리됩니다.


출처: 홍성남, ‘마음일기’ 中



나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 심란함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입을 움직여 낭독을 하고,

손을 움직여 필사를 하고,

움직이는 마음과 생각을 바라보며

손을 움직여 글을 쓰고,

아이와 더욱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움직이고 또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움직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틸 수 있었다.


심란함이 극에 달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심란함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하기 위해 안감힘을 써오고 있었다.

마치

물위에서는 우아하게만 보이는 백조가

물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이제 알았다.

오늘 심란을 바라보며,

심란에 대처해오던 나의 방법을 알아가고,

심란이 찾아오면 대처할 나의 방법을 깨달아간다.


심란이 찾아오면, 움직이자.

심란이 마음을 채워가지 않게,

심란을 움직이며 보살펴주자.

그렇게 이제 또다시 찾아올 나의 그 심란을 기다리며

심란에 대처할 이 방법을 명심하고 명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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