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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정:두려움과 불안]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으로 머물 수 있는 곳

by 세실리아

또다시 찾아온 그 시간.

많고도 긴 검사를 긴 대기시간 속에서

그렇게 하다보면

마음속은 온갖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찬다.


그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할 용기가 매번 부족해

어떻게 하면

그 두려움과 불안을 못 본척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

몸 컨디션이 좋을 때면

그나마 그 두려움과 불안 앞에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피곤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을 때면

그 두려움과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


그런 마음으로 자연스레 향하는 곳.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찾는 곳.

검사 사이 긴 대기시간마다 찾는 곳.

모든 검사를 마치고 나서며 찾는 곳.


병원 안에 마련된 성당.


그렇게 그곳은

어느새 익숙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그 지친 몸과 마음 속 가득찬 그 두려움과 불안을

그대로 내어놓고, 드러내기도 하고,

힘들다, 무섭다, 두렵다, 도와달라

마구 청하기도 하며

그렇게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온갖 투정과 절규,

내 안의 나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게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간절한 바람과 간청,

내 안의 간절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게 한참을 머물며 새삼 알아간다.

성당에서

그렇게 혼자 앉아

비로소 난 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조용한 성당에 앉아

십자가 앞에서, 성모상 앞에서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아침 7시에 도착해 저녁 7시 병원을 나서며,

검사를 무사히 마친 마지막 발걸음 또한

성당으로 향했다.


두려움과 불안이 증폭된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으로 머물 수 있는 곳.

오늘도 그곳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마구 드러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그렇게 머물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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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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