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대화를 잘 하다가도,
남편과 대화를 잘 하다가도
어떤 말에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버튼이 눌린다.
기분좋게 대화를 하다가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그 버튼이 눌러질 때면
순간적으로 표정도 마음도 굳어져 버린다.
어떤 말들이 그 버튼을 누르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알아간다.
나를 탓하는 듯한, 비난하는 듯한 말이
나를 향할 때
별거 아닌 말에도 그 버튼이 눌려지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들은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그들이 그냥 하는 말이 나에게 꽂혀
나를 탓하는 듯한 말로, 비난하는 듯한 말로
느껴질 때
별거 아닌 말에도 그 버튼이 눌려지고 있었다.
비슷한 면도 많지만, 다른 점도 참 많은 우리.
커피든, 차든 식혀서 먹는 남편.
커피든, 차든 뜨거울 때 먹어야 하는 나.
언제나 남편이 커피를, 차를 식히는 동안
어느새 내 찻잔은 다 비워지고 없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함께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남편의 말에 버튼이 눌렸다.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까지
그렇게 뜨거운 걸 마셔야겠어?"
뜨거운 차를
뜨거울 때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땀이 나도 그 뜨거운 차를 마시며
잠시나마 쉬어가는 나이기에,
그 순간이 나에겐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한
잠깐의 휴식시간이기에
참 좋은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나를 향하는 순간,
내 안의 그 버튼이 눌렸고,
나의 표정과 마음은 순간 굳어져버렸다.
그러면서 마냥 좋았던 그 순간의 마음속에
순식간에 불쾌한 뜨거움이 부어졌다.
'뭘 그렇게 뜨거운 걸 마셔가며 땀을 흘려.'
그의 말이 내 마음에는 이렇게 들렸다.
나를 비난하는 듯 느껴졌다.
그렇게 마음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안의 또다른 내가 나에게 말한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해.
특별한 의미없이 그냥 한 말인거 알잖아.'
그런 내게 또다른 내가 말한다.
'그냥 그런 말을 왜 해. 그런 말에 마음 상한다고
조심해 달라고 10년 넘게 말하고 있잖아.'
말 한마디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소심한 나 자신을 자책하려다
그만둔다.
말 한마디도 소중히 생각하는 나 자신임을
기억한다.
말 한마디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소심한 나의 모습도,
말 한마디도 소중히 생각하는 나의 모습도
모두가 나의 모습임을 바라보고 알아차려간다.
글을 쓰며 비로소
나 자신에게 향하는 자책을 거두어간다.
글을 쓰며 비로소
나 자신에게 그렇게 느껴도 괜찮다 위로해본다.
그렇게 글을 쓰며 비로소
내 안의 버튼이 꺼진다.
그런 말을 한 그에게 그 순간은 섭섭했다.
근데 특별한 의미 없이 그냥 한 말일테니
다음엔 그래도 조심해 달라고 말해야겠다.
그런 말을 듣고 섭섭해하는 나를
그 순간 비난하고 자책할 뻔했다.
근데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하니
다음엔 조금 더 관대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버튼이 눌릴 때,
버튼을 끄는 방법은
멈추어, 바라보고, 알아차리며
그 과정을 글로 쓰는 것임을
다시금 깨달아간다.
다시금 명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