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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두렵다.

시험공부한다고 커피 믹스를 배부르게 마시고도 책을 펴고 앉았다가 바로 잠들었던

리얼 꿀잠을 잤던 이십 대 초반까지의 단 잠의 기억

그때로 돌아가서 단 잠을 한 번 미친듯이 자고 싶다.

기억력이 칼같아서 스치기만 해도 잊혀지지 않았던 이십대까지의 총명한 머리가 지금처럼 잠이 없는

나와 만났더라면, 외워서라도 사법고시 패스했을텐데 머리가 좋았던 때는 잠이 많았고

잠이 없는 지금은 머리가 나빠졌다.


새벽 세 시, 연주 뒤풀이를 마친 딸을 태우러 광역버스 내리는 곳까지 데리러 갔던 이유도 잠이 안와서였다.

세 시에 깨는 잠은 세 시에 내게 빚을 받으러 오는 빚쟁이같다.

며칠 전에 집으로 배송시킨 일리 디 카페인 커피캡슐값을 딸이 냈는데 그걸 갚는다고 하고서 가만히 있었는데

새벽에 데리러 간 걸로 퉁칠까싶다.


인생이 공짜, 그냥은 없으니 나는 디카페인캡슐값으로, 딸은 새벽 세 시에 안전한 엄마 차로 집에 온 걸로 퉁,,


대부분 연주가 저녁에 있어서일까

악기를 하는 큰 애도 그렇고 둘째도 그렇고 연주후에 연주자들끼리 한 잔하는 밤문화를 몹시 사랑하고

셋째는 육상 선수라서 그런지 낮에 운동하거나 경기를 하니 밤에는 충실히 집에 있는 걸 보면 다들 자기 일대로 밤 낮도 활용하며 사는 것 같다.


엄마가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엄마 들어가서 자"하고 엄마를 깨웠던 걸

후회하는 중년의 딸 년들이 많다.

나도 그렇고 내가 아는 다른 집 중년의 딸도 그렇다고 했다.

그게 우리 엄마들에게는 잠깐이라도 달게 잘 수 있는 쪽잠인줄도 모르고, 잘거면 들어가서 주무시라는 말로 스르르 잠들었던 엄마의 잠을 깨웠다는 것을, 그렇게라도 주무시게 놔둘걸 깨웠다는 것을 엄마처럼 쪽잠자는 나이가 되고 보니 알게 된 것이다.


낮의 일이 소중한 것처럼 밤의 휴식도 보장받아야 되는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쉬질 못하니 약이라도 먹고 자야되나 싶어 한의원에서 수면환을 사서 먹어봤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빌런은 호르몬이라는 걸

알게 됐을 뿐, 수면환은 갱년기 호르몬을 이기지 못했다.


2월 22일에 살짝 잠들어 2월 22일에 깨는 아침을 맞았다.

평범한 아침인가 싶었는데 나는 잠을 못잔 2월 22일이었고 일본에서는 오늘이 타케시마의 날이다.


다케시마의 날(일본어: 竹島の日)은 시마네현이 조례에 따라 정해진 기념일. 2월 22일으로 정해졌다.


일본은 1905(메이지(明治)38), 타케시마(독도)의 시마네 현 편입 조치로 오늘까지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삼으며 2월 22일 행사를 진행하는 건데 그동안 코로나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을 올 해부터 시행하는거라고 NHK 7시 뉴스에서 말하고 있던 거다.

역사의 왜곡이 이래서 무서운거다.

저렇게 배우면 일본 학생들은 우리가 멀쩡한 자기 땅에 대해서 소유권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테니, 정정당당한 싸움이 될려면 우리나라에서 주장하는 근거도 뉴스에서 함께 말해줘야 되는 데 어차피 그런 식의 뉴스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골대를 옮겨가는 축구시합일 뿐이다.


잠 못드는 밤을 보내고 맞이한 뉴스는 상쾌하지 않았다.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밤에 잠 못드는 나는 어디서 나의 잠을 보상받나

하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는 것이니

또 아나, 다음에는 잠이 드는 밤을 두려워하게 될지


아! 뭐래 잠이 들든 못들든 다 필요없고 독도는 우리 땅이다.

타케시마가 아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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