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펜트 하우스를 보고 있자니

할 말이 많아진다.

큰 애가 대학만 들어가 준다면 나는 다음 날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었다.


끝이 안보이는 막막함 같은 게 있었고, 재능없는 아이를 내가 어쩌다가 바이올린이라는 이렇게 무서운

악기 속으로 끌고 들어왔나, 수렁인줄도 모르고 늪인줄도 모르고 아이와 서로 한발을 묶고

달리는 2인 3각 경기처럼 끈을 푸르지도 못한 채 (그 끈을 누군가 푸르면 둘다 죽는 상황같았다)

우리는 둘다 빠져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진 것 같았을 때, 그것을 정확히 알았을 때는

차라리 그 안으로 푹 빠져 순장하는 게 나을 듯 했다.


그래서 돌이킬수 없는 음악의 길로 들어간것이다.

이미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돌아 나오는 길이 더 멀어서 차라리 그 안으로 빠져 죽자 하고

들어갔던 것 같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마지막 편에서 바이올린을 악기사에 팔러 갔던 여주가 "어설픈 재능은 저주"라고 했던가

드라마를 봤으면서도 정확한 대사는 잊어버렸지만 깊은 공감을 했다.


내가 보기에 우리 아들이 그랬다.

드라마속 여주는 머리도 좋고 열심히라도 하는 성실파였지만

우리 아들은 집안이 돈이 많은 금수저도 아니고, 금수저는 아니고 지 말로는 금사빠라고 했다.

외모는 그렇게 지 애비를 닮았으면서 기질은 둘이 정 반대다.

남편은 어지간한 일로는 감정의 휘둘림이 없다. 이성적이라기 여서 보다는 무뎌서 그러는 것 같다.

하늘이 내린 눈치없음의 소유자 9단쯤 되시고 그 애비에 아들이 아닌지 아들의 갬성은 9단쯤 된다.

살리에르가 질투할 모차르트의 재능도 없는 주제에 무슨 베짱으로 그렇게 연습을 하지 않고 음대 진학을

원했는지, 요즘 드라마 "펜트 하우스"를 보고 있자니 재능, 돈 뭐든 갖추지 못한 조건 속에서도

그나마 우리 아들에게는 "운"이라는 게 있었는지 대학교는 재수없이 입학했고

13년 아들의 중앙대 음대 합격이 나에게는 서울대만큼의 기쁨이었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펜트 하우스"의 성악 입시 과정은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한 때 경쟁자였던 친구의 딸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사람을 사주해서 엉뚱한 입시곡으로 지도를

시키는 장면부터가 웃겼다.

예고의 입시곡은 여름방학이 지나면 발표가 되고 아이들은 그 전까지는 충분한 레퍼토리로 연습을

하다가 입시곡 발표가 되면 그 곡으로 연습을 해서 입시를 치른다.

그건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고, 성악에 대한 열정이 굉장한 예고 준비생이 본인의 입시곡조차 모르고

입시를 준비한다는 설정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현실감 제로다.

부모의 강요로 원하지 않는 음악을 한다는 설정이면 100번 참아 이해가 가나 드라마속 성악과 입시 준비

여학생은 내신 올 1등급에 자갈도 깰 것 같은 야무진 아이였는데 이해 불가에 납득 불가

납득이를 소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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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모가 그걸 확인하지도 않고 전적으로 선생님말만 믿고 입시 준비를 한다는 것은 더욱 말도 안되고

왜냐하면, 음대 입시 시키는 엄마들을 보면 아이가 전공할 악기의 렛슨 선생님의 이력부터 집안 내력까지

다 알고 있는 FBI급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데 뭘 갖다 붙여도 이해가 안 될 성악과 입시였다.


단 하나!!

현실감 100이었던 것은 성악과 예비 1번이 합격했던 일은 처음이었다는 대사는 현실이다.

음대 입시생중에 가장 많은 수가 성악과 학생이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예비 1번이 합격할 일은 없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다.


많이 뽑지 않는 악기일수록 예비 번호가 합격순위로 올라갈 일은 드물다.

둘째가 전공한 클라리넷도 대학교마다 2명씩 밖에 뽑지 않기 때문에 예비 번호를 받아도

합격라인 안으로 들어가기는 희망고문일 뿐이다.


재수를 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둘째도 3 현역일 때 이화여대 예비 1번이었다.

같은 해 서울대 2차에서 떨어지고 짧은 준비끝에 이대 실기곡을 준비해서 시험을 봤지만

한 끝 차이로 밀려났다.


합격자 발표 날 수험표를 넣고 합/ 불 여부를 보는 짧은 순간에 세상은 무너지기도 하고

신세계가 열리기도 한 다는 것을 자식 셋을 키우면서 몇 번을 경험했는지 모르겠다.

한 아이당 한 학교만 지원하는 순박한 시스템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핸드폰에 각 대학마다 쳤던 수험번호를 입력해놓고 날짜가 다가오는 대학교의 합격자 발표에 똥줄이 타던

시간을 겪고 지금 이렇게 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한글이 해독이 안되는 문자라는 것을 이화여대 예비 1번 안내문구를 보면서 알았다.

일본어를 보듯이, 영어를 해석하듯이 차분하게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은 다음에야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예비 1번"이라는 말이구나


차라리 깨끗하게 떨어진게 나았다.


예비 1번을 받은 그 순간부터 마음 지옥은 시작되었고, 그것은 희망고문이었다.


빠지지 않는 예비 번호는 불합격이 되어 날아왔고 그 뒤로 1년 서울대학교 음대생이 되었으니

그때 이화여대 음대생이 되지 않은 걸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둘째나 나나 그 학교가 되었어도 얼씨구나 하는 마음으로 잘 다녔을 것이다.


너무나 지겹고, 힘든 과정을 걸어 왔었기 때문에 1년 고생해서 서울대 간다는 보장도 없는

음악 입시의 세계로 들어갈 엄두는 못 냈을 테니... 말이다.


아들 놈 대학만 들어가준다면...이 벌써 졸업을 했고

지금은 뭐하냐면, 놀고 있다.


자기 용돈은 벌어서 쓰고 있지만 취업을 어디로 해야 할지 온 세상의 취업문이 다 막힌 요즘에

음대 졸업 남학생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고, 앞이 깜깜한 청춘이다.


본인은 더 갑갑할까싶어서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 되는데 나는 아직도 잔소리를 하고 있다.

"연습실 가냐" "지금 어디냐"

아들도 지겹고 나도 지겨운 끊임없는 대화다.


교토 니죠죠 근처 시립 호리카와 음악 고등학교의 영어 선생님이었던 히라이 선생님을 통해서

일본 예체능의 세계도 치열하다는 걸 들었었다.


렛슨을 받기 위해서 교토에서 토쿄까지 신칸선을 타고 (평균 편도 요금 13000엔 정도이니 왕복 요금만

30만원 정도에 렛슨비 포함하면 렛슨 한 번 가는 데 최하 50만원 이라는 계산) 다니는 호리카와 음악 고등학교

학생들의 입시 이야기를 들려 주었었다.


렛슨이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오라는 대로 가는게 보통 하는 방식이니

일본 애들도 음대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교토에서 토쿄까지 렛슨을 받으러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일본 판 음대 입시 스카이캐슬편이다.


피아노 전공생인 학생은 피아노를 구입하기 위해서 쿄토에서 시즈오카현에 있는 야마하 피아노 공장까지 가서

직접 쳐 보고 자기 손에 맞는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했는데 피아노 구입 가격이 1억쯤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히라이선생님이 말해주었었는데 나도 음대에 두 명 보낸 짬밥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는

많이 놀랍지도 않았다.


오히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드라마처럼 자기 입시곡을 모른다는 설정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인것이다.


다 잊고 살았던 시집살이를 누가 다시 들춰내는 것 처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부터 "펜트 하우스"까지 음악 입시와 음악에 관련된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다.

욕을 하면서도 보든지, 안 보든지 둘 중 하나지만

납득이 되든 되지 않든 그 세계에 발을 담가봤던 사람으로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말도 안되기도 하고

많은 감정들이 교차되는 속에서

이렇게 추운 날 실기 시험 보러 들어 간 아이들의 뒷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안스럽고, 엄마인 나도 안스러웠던 감정들은 지금 생각해도 짠하다.


그래서 그게 결여된 펜트하우스를 납득할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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