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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사람이 중허지, 뭣이중혀!

"디지네 디져"


내가 일본에서 일 년 동안 지냈을 때, 이런 점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낫구나 싶다고 느꼈던 것 중

가장 최고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였다.


드라마 같은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교토 대학교에 가던 길이었는데, 교토 대학 병원 앞 정류장에서 멈췄을 때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버스 운전석에서 휙 하고 몸을 날려 내리더니

(기사석 앞에 가로질러 있던 낮은 펜스 같은 걸 그냥 휙 뛰어넘어 , 흐미 뭔 시추에이션이여) 싶었으나


"디지네 디져"



휠체어에 탄 사람을 버스 안으로 태우느라 그런 거였다.

버스기사 하시기 전에 액션스쿨을 다니셨는지, 중학교 다닐 때 홍콩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건지

기사 아저씨의 액션은 리얼했고 나는 나이 오십 넘어서 버스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타는 걸

교토에서 처음 봤다.

그리고 또 몇 달쯤 뒤, 저녁 시간대에 휠체어에 탄 사람이 버스 타는 걸 또 봤으니

교토에서만 두 번을 봤네


액션배우같았지만 버스 뒷문과 바닥을 연결하는 리프트를 내리고 휠체어를 밀어 올려

고정 리프트에 연결시키기까지

시간은 걸렸으나, 매뉴얼에 충실해 보였던 일처리

그것은 리얼, 장애인의 버스 승차에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일처리였다고 본다.

2018년 교토 버스비 220엔은 승객 모두 버스 타는 일에 당당하라고 매겨진 요금이었나보다.


하지만, 좀 놀랬다.

바쁜 시간대는 아니었어도 버스 안의 사람들은 기사 아저씨의 행동이 진행되는 동안 평범한 일상인 듯

기다려줬고, 서비스를 받는 휠체어 탄 사람도 당당해 보였다.

나만 그런 걸 처음 보는 사람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나는 그 장애인 분이 기사 아저씨에게 미안해해야 되고, 고마워해야 되고,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에게는

더욱 미안해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누가 됐든 그다지 고마워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미안해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버스는 그분의 휠체어와 고정 리프트가 튼튼히 연결된 다음, 가던 길을 갔고

그게 교토 버스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였다.


220엔이었던 교토 버스의 요금으로 장애인 분들이 당당히 버스를 타고 다니던 곳

그곳이 일본, 교토시였다.

처음에나 놀랬지, 저녁 시간대에 휠체어 탄 분이 버스 타는 걸 또 한 번 본 뒤로는

놀랍지도 않고 그저 일상이려니, 워낙 친절한 버스 기사 아저씨들과 미리 한 정거장 전부터 벨 누르고

서 있지 않아도 되는 그들의 느긋함이 부러웠다.

처음 교토에 가서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갈 때 벨을 누름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뒷 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려야 되기 때문에 뒷 자리에 앉은 사람은 마음이 급할법도 한데 버스 안에 사람이

가득 차 있어도 정류장 도착하면 그때서야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헤쳐가면서 앞 문으로 내리는

답답이가 아니면 버스 기사에게 혼나던 교토 버스에서 나는 여러 번 기사에게 주의를 들었었다.

'위험하니까 앉으세요"

벨 누름과 동시에 일어섰던 피가 뜨거운 한국 사람이었지만, 대놓고 주의를 들으면 꾹꾹

자기를 누르는 힘도 생긴다.

적응할만했을 때 한국에서 놀러왔던 사람들과 은각사 가는 5번 버스 안에서 우리나라에서처럼

미리 일어서려는 현숙쌤을 눌러 앉히면서 주문처럼 말했었다.

"앉어, 앉어"


"앉어, 앉으라구"




조금 느려도 괜찮았고, 장애가 있어도 그대로 봐주고 외모도 많이 중요한 동네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라주쿠의 코스프레 덕후 젊은아이들이지만 내가 봤던 교토의 청소년들은

교복 길이조차 줄이지 않고 긴 교복 치마에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 처럼 교복을 입고 다니는

찐따같은 애들이 많았다.

(일본 고등학교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학교에서 강력하게 규제를 하기 때문에 못 줄인다고 들었다)


이틀 전 아사이치라는 NHK 아침 프로그램에서 휠체어 코디라는 주제로 아침 방송을 진행하는 걸 봤다.

 (あさいち(朝一,아사이치) 아침일찍, 아침 맨 먼저의 해석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우리도 한 번 쯤 생각해볼 주제라고 생각했다.

すわり [座り,坐り]コーデ (스와리 코디, 앉아있을때의 코디)


휠체어 사용 장애인 모델과 오른쪽의 진행자는 왼쪽의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이다.


바지를 사고 싶은 휠체어 사용자들의 경우, 모델이 서서 착용하고 있는 바지의 길이를 보고 산다면

휠체어에 앉았을 경우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서 쇼핑에 실패하기 때문에

모델들이 앉아 있는 코디를 보여 주면 도움이 된다, 그런 주제였다.


그리고 휠체어에 타고 들어가서 입어 볼 수 있는 피팅룸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고

실제로 그런 피팅룸이 마련된 곳도 보여줬다.


아침 방송에서 손가락이 없는 진행자(손가락이 손등과 붙은 것처럼 짧다)를 평범하게 보여주고

여자 아나운서 얼굴이 점 투성이여도 화장으로 지우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게 nhk다.

(물론 일본이 그렇게 다 열려있는 사회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싶다.

오십 중반에 흰 머리 염색을 그만 두고 나서 나도 사회의 편견같은걸 많이 느꼈다.

내가 내 머리카락 색깔에서 자유롭고 싶다는데 참견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선입견으로 나를 미리 판단하는건 아닌가 싶은 느낌적인 느낌도 받았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봐주고

무엇이 중헌지 아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꾼다.


필구처럼, 아니 투머치 토커 용태처럼 멋짐이 폭발하는 곳에 나도 말하고 싶다.

"디지네 디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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