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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たんしんふにん[単身赴任]

-탄신후닝:가족동반없이혼자서 부임지로 가는 것

"단신부임 単身赴任"직장내의 전근으로 가족과 함께 이사 가지 못하고 혼자서 발령지로 가는 것을 말한다.

일본어 발음으로 탄신후닌과 탄신후닝의 중간 발음쯤으로 해야 되는데

말이 쉬워 중간 발음이지 이응과 니은의 중간을 찾아서 발음을 딱 내는 것은 어려운 일!

한국사람이 탄신후닝이라고 하든, 탄신후닌이라고 하든 일본 사람들은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가족 동반 없이 혼자서 부임지로 가는 것은 "單身赴任" 탄신후닝

부임지에서  혼자서 사는 것은 "ひとりぐらし 一人暮(ら)し,独り暮(ら)し"

히토리구라시, 일인 생활이라고 한다.



내가 교토에서 혼자서 살았던 2018년-2019년의 생활은 직장의 발령이나 해외근무지로

간 게 아니고 그냥 혼자서 살았던 생활이었으니 "單身赴任" 탄신후닝이 아니고

"ひとりぐらし 一人暮(ら)し히토리구라시에 해당된다.




남편은 지난주 금요일에 새로운 근무지로 발령을 받고, 오늘 아침에 잘 다린 여름 와이셔츠 몇 벌과

다리미와, 김치 한 통을 들고 자신이 앞으로 새롭게 있어야 할 곳으로 갔다.


공주에서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집이 있는 경기권으로 발령이 날 거라고 이 주 전쯤부터

마음이 공주를 떠나 이미 수원에 와 있었던 남편에게 다시 청주로 난 발령은 그를 잠시 좌절케 했지만

그에 대한 보상으로, 4급 승진 후 처음으로 큰 기관의 기관장으로 발령이 났다.


직장인이 승진과 월급 오르는 거 빼면 뭐가 남겠는가!

공무원의 세계도 월급과 승진이 보상이겠지만, 급여의 수준 차이야 대기업과 아직 비교할 만큼이 아니니

남편에게는 기관장으로 발령이 나서 신문에 자기 이름 석 자가 올라간 것이 수원으로 오지 못하고 다시 청주로

발령이 난 것에 대한 보상이 됐을 것이다.


남편이 신문에 이름이 났건 말건 나는 돌봄 전담사 그것도 정규직이 아닌 대체직으로 일을 하다가

그것도 기한이 다 돼서 집에서 쉰 지 오일 째가 됐다.


쉬는 동안 독서를 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넷플릭스에서 "미생"을 1편부터 20편까지 쭉 이어서 봤다.


미생

장그래 혼자 만의 성장기라고 하기에는 안영이와 한석율과 장백기의 직장 내에서 갈등과 힘듬과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느리지만 알차 보였고 , 상사맨 오 상식 차장의 직장 생활은 공무원인 내 남편이 상사맨은 아니었지만 우리집 양반도 저 사람처럼 괴로운 순간이 많았겠구나, 마시기 싫은 술도 많이 마셨겠구나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보고 오늘이 되었겠구나

공감되는 마음으로 1회차 시청은 20회차로 끝이 났다.


처음에는 장그래가 우리 승범이 같아서 미생 1회 차를 봤다.

바둑만 두던 장그래가 프로에 입단하지 못 해 고졸 검정고시 낙하산으로 원인터내셔널에

인턴 사원으로 들어가서 복사 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뻘쭘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올 초 석달 다녔던 직장에서 우리 승범이가 장그래처럼 저랬겠구나 싶은 마음에 안쓰러운 

에미 마음으로 드라마를 보다가 1회보다 나아진 장그래의 모습, 2회 때보다 나아져서 말귀도 알아듣고, 제법 눈치껏 자기 일을 찾는 장그래의 모습을 보면서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한 인간의 내적 외적 성장기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설득력 있는 드라마였기에, 드라마를 봤지만 기 승 전 결 의 제대로 된 스토리같다는

그래서 책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바둑용어로 미생 (未生)은, 완전히 살아있지 않은 돌이다


바둑판에서 ‘미생’은 한 집뿐인 상태를 말한다.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 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

바둑판에서 한 집만 가지고는 죽은 목숨이다.


반면에 완생(完生)은, 완전히 살아있는 돌이다

바둑에서, 집이나 돌이 완전히 살아 있음.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출처] 드라마 '미생' 완생을 꿈꾸는 인생 그리고  나의 바둑 이야기.<위로, 용기,다짐>|


직장생활에서 누구나 처음에는 복사기조차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미생이지만, 일인 다역과 능력을 갖춰

사회의 한사람 몫을 제대로 해내고 조직에 도움과 이익을 줄 수 있는 완생을 향해서 나아가는 직장인 성장통의

이야기로 미생만한 드라마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이름이 신문에 났다고 해서 그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의 성실함에 대해서 말하고 싶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남편은 참 성실한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이다.

술을 마시고 아침에 가까운 새벽에 들어왔어도, 직장에 가라고 깨워 본 적이 없었고, 아이 셋의 육아 부담도

오히려 남편이 나보다 덜하지 않았을만큼 맡아서 해줬었다.


주말에 집에 온 둘째가 자기 친구들 중에 자전거 못 타는 애들이 있는데

그런 애들은 아마도 아빠가 게을렀을거라는 말을 했다.

세 아이 모두 자전거를 아빠가 뒤에서 잡아주고 함께 뛰어가며 가르쳤으니 딸로서는 자연스러운 말이었다.


앞으로 남은 퇴직까지 만 오년이 안남았고 남편은 이제 더 이상 오를 자리는 없다.

스물 일곱에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이만하면 면사무소 뒷 집 희망라사 큰아들 출세도 이런 출세가 없다 싶어

시댁 앞에 현수막 한 장, 우리 집 앞에 한 장 현수막 걸어줄까 농담으로 한마디했더니

작은 눈을 더 작게 해서 나를 흘기고 혼자서 청주로 갔지만

인생 좀 살만해지니, 퇴직이 내일 모레고, 남편을 한 인간으로 이해할 만 해지니

이제 곧 둘 중 누구 하나가 죽더라도 서운할 나이지, 이상할 나이는 아닌 사람들이 돼버렸다.



인생에 완생은 없을 것이다.

다만 길이 있으니 나아갈 뿐이고, 오늘보다는 더 나은 길로 깜빡이를 넣고 가는 게 인생이다.


입이 길어도 너무 긴 남편은 어딜 가나 김치 한 통만 있으면 되는 사람이라 입맛 따윈

그의 인생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짜가 손에 감춰 둔 패 한 장으로 화투 판에 앉아 있었다면, 남편이 쥐고 있었던

직장 생활의 패 한 장은 무엇이었을까?


얼굴이 잘 생기길 했나, 본인 집 안이 좋길 하나, 처가가 든든하길 했나

학벌이 짱짱 하길 했을까 지방 국립대 출신의 스물 일곱살 짜리가 시작했던 직장 생활에서

남편이 쥐고 있던 패는 "성실" 이었을 것이다.


비가 갠 일요일 오전, 와이셔츠 몇 벌과 김치 한 통을 들고 청주로 가는 남편을 보내고 집에 와서 웃었다.

주말부부, 오복 중의 하나라서 웃은 게 아니라

남편이 나에게 뜯긴 '비상금' 때문이다.


공주에서 2년 동안 지갑에 있는 만원짜리나 오만원짜리를 봉투에 모아두었다가 들고 올라 온 걸

수원 집에서 풀어 도 못 보고 나한테 들통이 난 것이다.


날아다니는 돈이라서 비상금인가보다며, 체념도 빠른 사람이라 봉투 째 반납하고 청주로 내려갔다.

성실하게도 모은 비상금을 봉투째 주고 간 걸 보면 남편의 바둑판은 성실함으로 완생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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