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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봉봉 Dec 07. 2018

술 없는 금요일 EP 2.

집은 언제 살지 모르니 우선 차를 사는 우리는, 여전히 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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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하자고 만나긴했는데, 막상 주차를 할 수 있는 커피숍이 없다. 용산을 떠나 동네에 있는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를 가기로 한다.


"덕분에 예상치도 못했던 드라이브를 제대로 하네." 

잔잔한 비트가 이어지는 라운지 하우스를 BGM 삼아,

예상과 달리 차가 많지 않은 올림픽도로에서 유유히 유영하며,

우리는 한 주간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해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여의도에서 용산, 그리고 강남으로 이동.

영리하지 못한 동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서울 그 어느 곳 보다 친구를 만나기에 내 차 만큼 좋은 공간은 없다. 이런 순간, 역시 차를 사길 잘했어.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는 원래 부모님이 타던 오래된 구형 스포티지를 꽤 오래 몰았다.

직업 특성상 심야 시간대에 혹은 아주 이른 새벽에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가 없이는 출퇴근이 어렵다.

비록 화려하지도 않고 삐걱거리는 SUV이지만 물려주심에 감사한 마음으로 타고 다녔다.

하지만 항상 새 차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미세먼지때문에 정부에서 노후화된 디젤차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나의 오랜 스포티지, 감사한 스포티지도 자꾸 잔고장이 나고 있었다.

차를 바꿀 좋은 핑계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역시 생각해야할 것이 많았다.

내 나이 올해로 32세.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결혼도 하게 될 것이고, (물론 은행이 도와줘야겠지만) 집을 살 초기 자금도 대강은 필요할 것이고. 여러모로 목돈을 쓰는데 있어서 생각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유로 차를 살까말까 망설인것이 꼬박 1년이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그래서 그 간 모은 돈 모두를 마음에 드는 신차 구입에 모두 올인했다.


재작년인가 작년인가 잠깐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했다 사라졌다. 무한도전에서도 욜로를 주제로 한번 특집을 했었는데, 멤버들에게 각자 카드를 쥐여주고 욜로를 실천해보라는 미션이 주 내용이었다. 예능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경쟁적으로 카드를 긁는 그림이 방송되었는데, 이 부분에서 뭔가 욜로가 물질주의적인 것으로 왜곡해석되면서 싸늘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욜로라는 가치관 역시 하나의 유행으로 치부되며 지금은 자연스레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30대 싱글라이프에서 욜로는 여전히 메인 스트림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욜로는 단순히 돈을 두서없이 흥청망청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개미처럼 돈을 모으기보단 행복지수 관리를 위해서 써야할 돈을 아끼지는 않는다는 것에 방점이 있는 것이다. 꼭 돈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내리는 선택지를 보면 예전보다 조금 더 현재에 충실한 가치관이 돋보인다. 휴가를 쓸 때도 그렇고, 퇴사를 결심하는 무게감도 그렇고 말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만해도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적게 벌지만 하고 싶은 것 가며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물론, 더 이상 모아놓은 목돈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가끔 막막하긴하다. 하지만 막막하단 생각이 드는 시간보다 '차를 사길 정말 잘했어.' 라고 느끼는 순간이 훨~씬 많다. 그거면 충분하다. I only live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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