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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un 17. 2019

해외봉사, 실패를 말할 시기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시기

개도국은 고급기술이 당장 필요하지 않다

내가 스리랑카에 파견된 호마가마 기능대학(Homagama Technical College)은 학생 수가 약 500명으로 주변 타운들 중에서는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기관이었다. 전공 이수기간은 과목에 따라 달랐지만 짧은 건 6개월이었고 긴 건 2년까지 있었다. 선생님은 25명, 행정과 관리직원이 25명 정도였다. 

대학이라고 부르곤 있지만, 사실 정규 대학이라기보다는 직업기능학교 정도에 가깝다. 먹고살 기술을 배우고자 온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학생이 취업에 필요한 기초적 지식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 기능대학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4년제 대학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또한 육성하고자 하는 인재의 방향도 많이 다르다.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는 고급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급 기술을 가르칠 이유가 있지만, 스리랑카는 그렇지가 않다. 스리랑카와 같은 저개발국은 고급 기술이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걸맞은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능대학은 기초기술을 배워 기초산업에 쓰일 인재를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한국 봉사단원이 배운 지식과 기술은 어쩌면 여기선 시대적으로 너무 앞서 있거나, 쓸데없이 형이상학적인 게 많다. 여기서 많은 봉사자들은 당황하게 된다. 사실 <코이카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즉, 수요(스리랑카에서 필요한 지식)와 공급(한국 봉사자의 지식이나 기술)이 서로 매칭이 안된다. 이런 환경에서 해외봉사를 국가의 세금으로 보낸다는 건, 당연히 혈세의 낭비다. 또한 봉사단원 개인의 입장에서도 2년이나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재의 낭비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수요조사를 왜 코이카는 대충 끝내버리고 마는 걸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외봉사는 우리나라의 입장도 그렇고, 수혜국의 입장에서도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차라리 봉사단원의 수를 현저히 줄이더라도, 효율성을 높이고 그 효과를 높이는 것이 더 낫다.
 

한국국제협력단의 현 해외봉사활동은 
양만 엄청나게 많은 싸구려 음식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봉사단원들은 현지에 도움이 될까?

봉사단원의 수는 엄청나게 많은데, 각 개인이 집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금액도 크지 않다. 그렇기에 한 개인의 우수한 봉사단원이 어떤 프로젝트를 하려고 해도 제한이 너무 크다. 즉,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확대를 할 방법이 없다. 즉, 현재의 한국국제협력단의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은 우리 보기 좋으라고 하는 봉사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우리 봉사단원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있으나 마나한 존재다. 우리의 쓰임이 그다지 그들에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해외봉사 프로그램이 단순히 한국의 실업률을 낮추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봉사단원들은 할 일이 없다?

많은 한국인 봉사단원들은 그래서 방황한다. 그들은 지식을 전파한다는 그럴듯한 ‘대학강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방황한다. 다행히 자신의 방향을 수정해 적응해 나가면, 봉사활동에 무리 없이 성공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면, 2년 내내 무얼 할지 고민만 하다가 귀국하는 단원들이 많은 것도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두고, 코이카는 대충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그건 봉사단원 하기 나름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무책임한 말이기도 하다.

현재 코이카가 주관하는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정확한 수요’를 조사하지 않는다.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조차 못하고, 봉사단원의 파견 인원수를 올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코이카도 문제지만, 개인 봉사단원도 문제다

그들은 해외봉사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이런 애들이 국가 지원을 받아서 파견을 나와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이상한 애들도 참 많이 있다. 국가 돈으로 해외 거주나 하자는 식으로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개인들이 상당수라는 점도 사실이다. 그들은 봉사활동을 하러 온 것인지, 혹은 자신이 잘난 것을 현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온 것인지 때론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현지인의 문화, 역사, 삶의 방식 등을 무시하고 든다. 그 잘난 애국심은 버려두고 해외봉사를 가길 바란다. 자신의 국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무시할 권리를 누가 부여했는가?


이제 우리는 실패를 말할 시간이 되었다

아쉽게도 좋은 일하러 갔는데, 굳이 돈을 얼마가 쓰였고 얼마나 일이 효율적인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들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도대체 해외봉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많은 국제개발 프로젝트가 아주 성공한 것으로 포장되어 미디어에 공개된다. 마치 그 작은 교육시설 하나 지었다고 온 동네의 교육이 크게 개선된 것처럼 과대포장을 한다. 그러나, 실상은 아주 처참한 수준이다. 물론 그런 시도를 아예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왕 돈을 써서 돕기로 했으면 제대로 돕자는 것이다. 왜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에 나갈 삐까뻔쩍한 사진 한 장을 위해 그 헛돈을 쓰는가? 조금 사진 화면빨이 별로라도, 실속 있는 봉사활동, 국제개발이 되도록 현지에서 필요로 한 것이 무엇인지 사전조사를 세심하게 안 하는가? 급하게 추진하고 당장의 성과(그래 봐야 잘 나온 사진 한 장이겠지만...)를 쫒는 국제개발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

이제 봉사활동도 국제개발도 실패를 말할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이상의 시간 낭비, 돈과 세금 낭비, 인재 낭비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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