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ove and

생각이 많아지는 날

by 안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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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자책을 내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살펴본 판매 부수가 딱 3권.

생각했다.

"책으로 돈 벌기 여전히 힘들구나."

아니면,

"내 책은 대중성이 없나 보다."

혹은,

"내가 글을 못 쓰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이든 상관은 없지만 조금은 씁쓸함이 남는다. 3권의 판매량, 그 말은 내 지인들도 내 책을 사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쯤해서, 내 인간관계를 다시 곱씹어 보았다.

"내 글만큼이나 내 인맥도 대중성이 없나 보다."


처음 책을 낼 때는, 돈을 못 벌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책으로 돈을 벌 마음은 없다. 다만, 책으로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출판사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들은 어쩌면 더 이상 내 책을 출판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나의 글쓰기는 어쩌면 지속가능한 성격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정말 허접한 책들이 많은데, 그리고 그런 책들도 좋다고 잘 팔리는데 말이다.

생각, 생각,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다음에는 화끈한 소설이나 쓸까보다.


얼마 전에 페로 제도라는 작은 섬나라를 다녀왔다. 여름이 시즌이라는 작은 섬나라는 비시즌이 되면 안개만 자욱이 깔리는 그런 곳이었다. 물가는 비쌌다. 이곳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간다고 했다. 90% 이상의 수출이 어류. 그렇지만 우리나라 보다 높은 소득수준. 하루에도 수십번은 바뀌는 날씨. 제주도보다 작은 섬나라엔 인구 5만명이 산다. 공항은 게이트가 2개 뿐인 작은 공항 하나가 전부다. 날씨는 궂지만 평화롭고 아름답다. 조금 큰 초콜렛바 하나가 7천원을 넘어선다. 한때 덴마크의 식민지였지만 독립을 하고도 너무 작은 나라라 경제적으로 행정적으로 완전히 독립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동네이웃을 다 알고 지내기 때문에 굳이 문을 잠그지도 않고 집을 나간다고 한다. 초원에는 수많은 양들이 풀을 뜯어먹고 지나가는 관광객과 눈을 마주친다.

친구가 질문을 던졌다.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금방 답이 나왔다.

"아마도, 2개월은 살 수 있지만, 그게 맥심엄이야."

친구가 왜냐고 물었다.

"더 이상 살면 아마도 영화 샤이닝의 잭 니콜슨처럼 도끼를 들고 사람들을 막 죽이고 돌아다닐지도 몰라. 왜 섬나라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잖아? 일본이나 영국 사람들을 봐."

친구는 웃는다.

"맞아, 약간 섬나라 사람들이 이상하긴 하지. 갇혀 살아서 그런가봐."

"한국도 사실 섬나라는 아니지만, 북한에 막혀서 사실 섬나라처럼 살아왔지."

스스로 정상인이라고 믿고 사는 세상, 그리고 상대방은 진짜 진짜 이상하다고 믿고 사는 세상.


페로 제도를 다녀오고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몇 장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어느 한 친구가 내가 달아 놓은 해시태그를 따라 페로 제도의 사진을 보았노라고 전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따라해 보았다. 인스타그램에 보여지는 페로제도는 안개는 전혀 없고 깨끗하고 푸르른 하늘, 어마무시하게 멋진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안개가 끼고 비가 추륵추륵 내리는 사진은 없었다.

이 작은 섬나라도 좋은 날이 있고, 흐린 날도 날다. 그런데 보여지는 건 죄다 햇빛 쨍한 날이라니, 그게 우리가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마음일테다. 타인의 삶은 무탈해 보인다. 왠지 그래 보인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지는 삶은 더 그렇다. 그러나 그들도 흐린날, 맑은 날, 비가 오는 날, 때로는 태풍이 무지막지하게 몰아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것들은 잘 보여지지 않는다. 혹은 잘 보여주지 않는다.


생각, 생각,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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