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에 식탁에 놓일 전등을 바꿨다. 이건 아래와 위로 빛이 전달된다. 밥을 먹는 공간은 빛을 많이 보내고, 위로는 적게 보낸다. 분위기와 실용을 생각하면 좋은 전등이다. 코펜하겐까지 가서 산 이 전등은 사실 중고용품이다. 아주 깨끗하지는 않았다. 사용감이 약간 있다. 집안용으로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공장이나 사무실용으로 디자인된 것 같다. 스웨덴에서 이런 디자인을 종종 보는데, 요즘은 많이 생산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2. 눈이 왔다. 얼마만에 만나는 눈이냐. 겨울이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져버리기 때문에, 스웨덴의 겨울은 끔찍할 정도로 우울하다. 비도 부슬부슬오는 날에는 밖에 나가기도 싫다. 유럽 사람들은 이상하게 우산을 잘 쓰지도 않는다. 비가 부슬부슬 오면 그냥 맞고 다닌다.
그런데 눈이 왔다. 어둑칙칙한 나라에 눈이 오면 한결 산뜻하다. 빛이 눈에 반사되어 세상이 밝아지기 때문이다.
3. 크리스마스가 끝났다. 나에겐 크리스마스란 그저 연인과 데이트하는 로멘틱한 날로 기억된다. 매번 크리스마스에 연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좋은 기억도 없다. 크리스마스는 그냥 집에서 TV에 틀어주는 로멘스 영화나 보는 날이었다.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정통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할 일이 생겼다. 우리네 명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구들과 모여서 좋은 음식을 먹는 날이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에 맞는 음식과 음료를 만드는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장식할 트리를 주변 마트에서 구매한다. 근데 우리나라와 같지 않게 진짜 나무를 사용한다. 이 많은 나무들이 크리스마스 한 때에 꾸며지기 위해 잘려나간다고 생각하니 아이러니했다. 그렇게 기후온난화 뭐 어쩌고 하더니만....
4. 예전에 살던 대학교 기숙사에 놀러갔다. 10명이 한 복도에서 사는 곳인데, 거실이랑 부엌은 고용이다. 이곳 복도에는 이렇게 콘돔이 담긴 종이백이 있었다. (내가 살 때는 없더니만...) 학생들이 필요할 때 쓰라고 이렇게 구비해 놓았다. 안전을 중시하는 나라 스웨덴이다. 학생들의 성생활까지 안전하길 신경쓰는....
5. 수염을 길러 보았다. 그리고 한 친구는 왠 거지가 있냐고 말했고, 다른 친구는 급 늙어보인다고 했다. 역시, 수염은 진짜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나보다. 그 친구들과는 싸우거나 연락을 끊기로 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6. 헬스장을 옮겼다. 이 사진은 옮기기 전의 헬스장인데, 이 근방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금은 엄청 작은 곳으로 옮기고 후회막심하고 있다. 이 헬스장의 장점은 진짜 운동할 맛이 나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넓은 공간에서 막 소리 지르면서 으싸으싸 운동하면 기분이 좋다. 학생 할인을 받으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헬스장에는 사우나까지 있다.
7. 동네 산책을 하다, 벤치에 놓인 책을 발견했다. 자신이 읽은 책을 혹은 더 이상 읽지 않고 책장에서 잊혀지는 책을 이렇게 정성스레 비닐봉지에 넣어서 주변의 모르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방법인데, 꽤나 이렇게 책을 나누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비가 오는 날이 꽤 많은 스웨덴이니 이렇게 비닐로 잘 싸서 벤치 위에 고이 놓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