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없어요?
브런치의 탄생은 신선했다. 그리고 작가를 꿈꾸는 혹은 미디어 시대에 여전히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신성한 등장이었다. 나도 그런 부류로서 브런치의 탄생에 기뻐했고, 여전히 브런치를 자주 들여다본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질문이 하나 생겼다.
브런치에는 왜 소설이 없지?
이 점,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
왜 브런치는 에세이, 리뷰들만 넘쳐날까? 왜 짧은 호흡의 글들만 있는 걸까? 기존의 블로그와 다른 포지셔닝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블로그와 비슷하게 흘러가지? 왜 일기 같은 에세이가 메인에 올라가지? 누가 이런 글들을 메인으로 배열하는 거지? 왜 새로운 시도나 산뜻한 글은 없지? 왜 없지?.... (물론 이 부분에선 나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다른 신선하고 특이한 작가가 분명히 있을 법도 하지 않은가?)
브런치는 한국의 신춘문예나 미국의 뉴요커 같은 문학 매거진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혹은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까?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 왜 굳이 종이책 출판을 목표로 하는가?
적어도 내 생각에는 브런치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그동안 브런치가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무명 작가들에게 책을 발간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도 변함없이 이 시대에 굳이 종이책에만 묶여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왜 굳이 종이책을 내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으로 설정을 해 놓았을까? 왜 브런치의 밖으로 뛰쳐 나가는 걸 목표하는 걸까? 브런치는 그냥 작가가 연습 삼아 쓴 글의 가능성을 보고 책을 출판해 주는 무슨 보살핌 센터나 학교 같은 곳일까?
"이제 다 컷으니, 너 갈 길을 찾아 가거라..."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브런치가 만약 이렇게 변하면 어떨까?
(혹시, 브런치가 나를 총기획자로 고용하길...)

1. 브런치는 이제 수익을 생각해야 한다.
유튜브가 대세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블로그를 하던 사람들이 이제 이삿짐을 싸고 유튜브로 떠나고 있다. 왜 일까? 네이버는 블로그에게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좋은 콘텐츠에 보상이 있다. 그건 당연히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그렇게 유튜브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건 외국의 경우나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도 그렇게 수입이 짭짤한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있다. (굉장히 부럽다. 난 분명 이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건 수익이 생길 수 있도록 유튜브의 플랫폼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브런치는 어떤가? 브런치는 글을 잘 쓴 사람에게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하다못해 좋은 글에 후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도 없다. 많이 읽힌 글에 광고를 연결해서 수익이 생기게 해주면 어떨까?
브런치는 경쟁을 통해 일 년에 한 번 정도 출판할 기회를 지원해 준다. 그 작은 기회를 잡고자, 혹은 단순한 열정으로 지속 가능하게 창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글 쓰는 자는 가난하다는 편견을 브런치가 깨 주었으면 좋겠다. 왜 브런치는 새로운 플랫폼에다 기존의 형태를 고집만 하고 있을까?
2. 다양한 창작물이 나오도록 격려해야 한다.
여행 에세이나 리뷰만 넘쳐나는 브런치는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 메인에 소개된 글들을 둘러보면 읽고 싶은 내용이 별로 없다. 그냥 둘러보고 한두 번 클릭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쓸데 없거나 혹은 정성도 결여된 이상한 수준의 글들이 메인에 소개된다면, 어느 작가가 정성들여서 글을 쓰고 싶겠는가? 개인적으로 메인에 소개되는 저급한 글들을 볼 때마다 창작의 동기를 조금씩 잃고 있다. 메인에 소개되는 글의 알고리즘이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의 취향에 맞춰서 글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도 있고, 브런치 매니저가 직접 선택해 우수한 글들을 뽑아서 메인에 올려주는 카테고리라도 생기면 좋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는 조금 더, 새로운 글, 새로운 창착의 형태가 나타날 수 있도록 작가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왜 그런 글이 안 나타나는 걸까? 이건 아무래도 글을 잘 써도, 그에 따른 보상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작가의 수익 혹은 보상의 문제와 연결된다.
3. 검책 노출이 더 쉬어야 한다.
작가가 글을 써도, 브런치 메인에 소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 글이 타인에게 노출되기는 정말 어려운 플랫폼이다. 해시태그도 딱 3개만 가능한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또한 해당 글에 사용되지 않은 단어는 해시태그로 넣을 수도 없다. (해당 텍스트에 띄어쓰기를 했다면, 더더욱 그 글을 붙여서 해시태그로 넣을 수 없다. ex. 텍스트: 맛있는 프랑스 요리, 는 #맛있는프랑스요, 로 해시태그가 불가하다.)
이런 건 어떤가? 좋아요를 많이 받은 글들을 카테고리 별로 보여주는 기능은? 혹은 공유수나 댓글이 많이 달린 글들을 또한 카테고리 별로 보여주는 기능은 어떤가?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건, 통계 데이터를 통해 공감이나 사랑을 많이 받은 글을 보여주기에 적합하지 않은가?
브런치는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자신이 읽은 글과 비슷한 글을 추천하는 기능이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강화돼야 한다.
브런치가 아쉬운 건 좋은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도였지만, 새로운 플랫폼에 기존의 블로그 같은 글들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브런치 자체로 수익이 생긴다면 작가는 새로운 형태로 글쓰기 작업에 열정을 쏟아 부울 수도 있다. 굳이 이 디지털 시대에 종이로 된 책을 발간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작가란 고난하고 외로운 끈기로 아무런 보상 없이 글을 써야 한다는 건 이제 옛말로 남겨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