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ove and

조금만 걸어 나가면

by 안종현

스웨덴에서 살면 물론(당연하게도)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그거야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는 꽤나 긍정적인(?) 사람이라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곳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늘 툴툴대거나 궁시렁거리지만 말이다. 물론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하고 진짜 속내는 감추는 소심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스웨덴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조금만 걸어 나가도 자연이 그냥 펼쳐진다는 점이다. 굳이 하이킹을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그저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내가 사는 도시가 크지 않은 편이라 더 그럴 수도 있겠다. 자연스럽게 산책은 스웨덴의 일상이 되어갔다.


아래에 보이는 사진은 전부 내가 사는 동네를 약간 벗어나면 펼쳐지는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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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이런 멋진 풍경이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숲 속을 걷다 보니 독일에서 온 사람들도 보였다. 그 먼 거리를 차로 달려온 곳이 내가 사는 동네의 산책길이라니... 뭔가 내가 이긴 기분이 든다.


스웨덴은 그레타라는 16살짜리 여자 아이가 연신 뉴스에 나온다.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고 한다. 한동안 스웨덴의 정치인들만 만나더니, 요즘은 그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국제회의에도 참석하고 각국의 주요 지도자들과 미팅도 많이 하고 있다.

그레타는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변화를 위한 기존 어른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아주 화난 얼굴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주장한다.

"당신 어른들이 망쳐놓은 이 지구온난화의 결과 속에 우리의 세대는 살아가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살아갈 곳을 제대로 돌려놓으세요!.


개인적으로 크레타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이번에 미국에서 있었던 UN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배를 타고 일주일이 넘게 거친 파도를 넘어 힘들게 갔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면 기후변화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조금 더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수행원들은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물론 몇 명인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씩 규모를 불려 가는 집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문이다. 그렇게 기후변화가 걱정이라면 다른 손쉬운 방법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인터넷이 발전한 시대에 왜 스카이프로 영상 편지를 보내는 간편하고 기후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또한 그녀의 연설문을 보면, 이게 과연 16살 아이가 쓸 수 있는 문장이란 말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글은 너무 잘 썼다. 어린아이의 논리와 생각으로 그런 글을 쓸 수가 없다. 대단히 정치적인 언어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이건, 아동 학대다. 누군가 그녀를 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증거는 없다. 그리고 물론 그레타를 사랑하는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관련 뉴스를 들었다고만 하고, 씨익하고 웃고 넘기고 만다.

그레타는 스웨덴의 영웅이 될까? 아니면 수치가 될까?

물론 그레타는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열었다. 기존의 어른들에 의해 추진되었던 기후변화 운동을 미래 세대가 직접 발벗고 나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게 유난스러운 스웨덴 사람들 덕분에 내가 동네에서 산책하는 숲 길마저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사람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맑은 가을 날씨를 즐기기 위해 숲속에서 다들 산책 중이다. 어쩌면 길거리에서 보는 사람들보다 산속에서 사람들을 보는게 더 잦을 때도 있다. 그만큼 스웨덴 사람들은 자연 속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숲길을 걷고 있으면, 자연스레 숨을 깊고 길게 내쉬게 된다. 본능적으로 이건 깨끗한 공기라는 걸 감각으로 알기 때문이다. 2시간을 걸어 도착한 곳은 예전에 오염되었던 호수를 정화해 지금은 아름다운 자연을 다시 찾은 곳이었다. 호수에 사는 새들을 조망할 수 있도록 작은 '새 조망 타워'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그곳에 서서 새들이 유유히 하늘을 나르는 걸 보고 있었다. 오리들이 떼를 지어 수영을 하고 있는 곳 옆에는 바다 독수리가 사냥을 위해 몸을 움추리고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에도 죽고 사는 순간이 담겨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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