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세계테마기행> 작가라는 분이 메일을 한 통 보냈다. 물어볼 게 있다는 메일에, 자신의 전화번호와 카톡 아이디를 남긴 정중한 메일이었다. 스리랑카 편을 제작한다고 하기에, 스리랑카에 대해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 것일 거라고 생각을 했다.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정보를 공유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런 마음이기에 블로그도 브런치도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질문을 남겨도 나는 그렇게 바쁘지 않기에 최대한 자세히 설명이나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렇게 남겨진 연락처인 카톡과 메일로 답을 했다. 그리고 그분은 메일을 읽고도 카톡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소위 읽씹을 당한 것이다. 물론 답을 안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게 참 예의 없는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어떻게 소통할지 모르는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본다. 솔직히 기분이 많이 상했다. 급한 건 그쪽이었기에 먼저 연락을 취해 놓고선, 무슨 사연에 의해서 내 정보가 필요치 않게 되니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된 상황이라도 <상황을 잘 설명해 주면 되는 것>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소통이란 아주 중요하다. 좋은 일만, 잘 진행이 되는 경우에만 친절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태도가 싹 변하는 사람이 있다. 꼭 그런 경우를 당한 것만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나도 이런 소통하는 업무환경에 익숙하지 않았다. 늘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고민이 많았다. 좋은 일이야 웃으면서 상사에게 알릴 수도 있지만, 조금 일이 틀어진 경우에는 아무래도 괜히 말하기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상황을 뭉개버리면 사태는 나중에 더 커질 수가 있다. 그렇기에 어떤 경우에도 같이 일을 하는 사람과 소통을 하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세계테마기행> 제작자 측에서도 그렇게 <어떤 이유로 더 이상 작가님의 자문이 필요치 않게 되었습니다.>라고 간단히 그리고 정중히 답을 해주었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게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을 그쪽은 그냥 읽씹으로 끝내 버린 것이다. 이런 것도 갑질이라면 갑질일 것이다. 갑, 자본주의 세상에서 인력을 지불하는 이에겐 <무례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만 같다.
소통은 중요하다. 그런데 부하된 입장에서 어느 정도 선까지 소통을 할 것인가도 걱정이긴 하다. 나도 일을 하면서 그 선을 어느 정도까지 지켜야 하는지 늘 노심초사 걱정이었다. 보통 상사는 다수의 부하 직원을 지위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라인을 통해서 보고를 받는다. 그런데 내가 세세한 그러니까 너무 많은 디테일일 담긴 내용까지 상사에게 보고를 해버리면, 상사는 머리가 아파지기 때문이다. 이걸 적당한 선에서 압축해 전달하는 것도 업무의 능력이지 싶다. 또한 상사는 보고만 받고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즉, 조직의 큰 밑그림을 아랫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조직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현장에서 발로 뛰는 부하 직원은 쉽게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통이란 말 그대로 양쪽에서 오고 가는 진정한 정보의 교환을 뜻하는 것일 테다.
이런 경우를 당하고 힘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그저 마음 한가운데서 외친다.
이번 <스리랑카, 라오스 세계테마기행>은 망하세요! 진심이에요.
그래도 싸요.라고 외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