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을 여행하는 매너
요즘은 이상하게 한국말이 그립다. 그러니까,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한국말이 그냥 듣고 싶어 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샤워를 하거나 요리를 할 때는 한국의 뉴스를 듣거나 유튜브로 이런저런 내용들을 마구잡이로 틀어놓는다.
아마 이것도 다른 방식의 외로움 혹은 향수병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유튜브 채널 하나를 보았다. 꽤나 유명한 채널인 것 같았는데, 아주 가끔씩 보는 채널 중 하나다. 유튜브 진행자는 세계여행을 하는 모양이었고, 오늘은 방글라데시 다카를 여행하는 내용을 올렸다. 그는 일반적인 한국의 여행자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행자가 바라보는 방글라데시는 엉망진창이었나 보다. 그는 <후진국>이라는 말을 여과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후진국이라는 말은 선진국 입장에서 상당히 오만한 용어로 <국제개발> 쪽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후진국이라는 말보다는 <개발도상국>이 적절한 용어다.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국가라는 뜻으로 국가가 가진 성장 잠재력을 돋보이게 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후진국이라는 말에는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라는 어감이 깊이 박혀 있다. 그렇기에 우리도 모르게 그들을 우리의 잣대로 평가하려고 한다. 우리가 개도국을 여행할 때 쉽사리 꺼내 드는 우리만의 잣대. 그 잣대는 아주 상대적이고, 국뽕으로 가득한 기준으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궁금하면 물어보라, 그리고 대화를 하라. 그러나 그들의 삶을 이래서 가난한 거야. 이러니 엉망인 거야.라고 평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는 나쁜 마음을 먹고 아주 방글라데시를 깔보자고 이 동영상을 만든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그의 말투와 행동에는 개도국에 대한 자신만의 잣대로 평가된 말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값싼 노동력이 성장동력이 될 거라는 현지인의 말에 오직 기술만이 국가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은, 현실을 모르는 정말 맞는 말이다. 장갑을 끼지 않고 나무를 자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개도국의 안전실태를 언급하는 것도 그렇다. 맞는 말이지만 그의 언급에는 불편함이 많다.
현지인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멋지게 성공적으로 발전한 것에 대한 어떤 자부심을 가지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한때 우리도 가난했거든. 그래서 우리가 잘 알지. 교육 그리고 기술을 중요시 해. 그럼 너희 나라도 우리처럼 발전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는 듯만 하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잘 따라오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는 오만함이 감추어진 그들의 말투들은 사실 그들이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들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선량한 사람들이고 개도국의 삶을 그래도 들여다보고 싶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좋은 마음에도 잘못된 접근 방법을 가진다면, 그건 무관심보다 때론 상처가 되기도 그들의 삶을 위험에 빠드리기도 한다.
외국을 나가면 우리는 제삼자이다. 우리는 이방인이다. 궁금하면 물어보라. 많은 이야기를 해라. 그러나 조심해서 물어보고, 주로 듣는 입장이 되어라. 그리고 함부로 그들의 삶을 우리의 기준에 맞춰서 평가하지 마라. 특히 개도국을 대상으로는 더 조심하라.
개도국을 여행할 때 우리는 이러한 여행자의 매너를 지켜야 한다. 절대 잊지 말길... 우리는 아무런 권한이 없이 잠시 여행을 허락받은 이방인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