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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Jul 16. 2020

잘 알지 못하는 이의 죽음

박원순, 그를 잘 알지는 못 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한 때 한국 어느 NGO에서 일했던 나는 그가 한국의 시민운동에서 어떤 존재였는 지와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열심히 시민을 위해 운동하다가, 이제는 정치권으로 옮겨가 시민을 위한다는 사람, NGO의 사람들에겐 그는 선한 사람이 성공한 케이스의 전형이었다.

그랬던 그가 죽었다. 그의 죽음을 타국에서 뉴스로 지켜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직원의 성추행 사실도 알려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직장 내 성추행을 변호한 인권 변호사였던 그가 어쩌다 자신의 직원을 성추행했을까? 물론 정확히 그런 일의 전말은 알 수가 없다. 사건의 대상인 본인이 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의 죽음은 성추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적 불평등, 젠더 문제 등 힘이 약한 시민의 인권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했단다. 그런 뉴스들이 하루에도 몇 번을 넘쳐난다. 누군가는 말한다. 애도를 먼저 해야 한다고, 그리고 다른 쪽의 사람들은 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의 공이 작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말한다. 공은 있으나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고 말이다. 말들, 말들이 오고 간다. 그의 죽음을 두고 수많은 설전들이 오고 간다. 자세히 알 수는 추정에서 발전된 말들이 오고 간다.


언제인가 일본인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치인의 문제에 옳고 틀림을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지가 않아.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거든..."

그 말은 '잘 알지 못하는 일에는 내 개인적 의견을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다'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그 일본인 친구의 대답에, '그러니까 일본은 정치 후진국이야. 이렇게 의견도 못 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그걸 반증하는 걸 테야...'라고 단정 짓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를 알지 못하게 만드는 수많은 뉴스들에 조금은 지쳐가고 있다. 차라리 귀를 막고 세상의 소식을 듣고 싶지 않을 정도로 세상은 마치 미쳐 돌아가는 것만 같다. 그 중심에는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고 있는 유튜브의 영향도 상당히 크다. 말하기 쉬운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이 좋지만은 않다.

무엇이 사실일까? 나는 어느 편에 서야 할까?

나는 지금 그 일본인 친구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그의 죽음에 혼란스러우며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친구는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말을 SNS에 올렸다. 사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랬다. 그의 죽음은 많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공이 크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나쁜 행동 정도는 감싸줄 수 있단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게 불법이라면 어떤가? 99개의 이익을 사회에 가져다주었지만, 1개의 상실을 사회에 가져다주었다면 그건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어떻게 한 사람을 평가해야 할까?

그는 평생을 인권을 위해 기득권과 싸웠다. 그리고 그가 기득권에 입성한 뒤에 인권을 침해하고 말았다.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단 한 번의 잘못이라도, 그가 쌓아온 인권을 위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는 왜 그랬을까? 어떤 이는 말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고. 그리고 어떤 이는 '자리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라고 말이다. 그도 자신의 가진 파워를 주체 못 하고 그만 도덕적 헤이에 빠지고 말았을까? 권력은 그렇게 무서운 것일까? 아니면 그는 원래 가식적인 사람이었을까?


어떠한 주장도 하고 싶지가 않다. 어떤 게 사실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추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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