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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Aug 03. 2020

파스타에 케찹을?? 뿌려먹는 스웨덴 사람들

케찹을 뿌려먹는 스웨덴 사람들


이제는 그렇게 놀라운 사실이 아니지만, 처음 스웨덴 사람들이 파스타에 케찹을 뿌려 먹는다는 이야길 듣고 경악을 했던 적이 있었다. 

왜 그들은 스파게티에 하필 케찹을 뿌려서 먹을까? 

처음엔 그저 가난한 학생이거나, 혹은 우리가 라면을 먹듯 요리하기 귀찮아 간단한 라면을 끓여먹는 것과 비슷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유튜브 채널에서 본 이 장면은 케찹 스파게티는 꼭 그런 경우가 아니라 정말 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유튜브의 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보면, 아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춘 한 남자의 집에 유튜버가 방문해 음식을 먹고 있다. 모엣 샴페인까지 새로 꺼내서 같이 곁들여서 먹는 게 고작 스파게티 면에 케찹이다. 



개인적으로 케찹을 좋아한다.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늘 케찹을 더 달라고 할 정도로 프렌치프라이에 많은 양의 케찹을 찍어 먹는다. 그런 나도 스파게티에 케찹을 뿌려먹는 이 민족, 조금 이해가 어렵다.


물론 스웨덴 식품 브랜드인 펠릭스(Felix)의 케찹은 내가 이제까지 먹어본 케찹 중에서 제일 맛이 좋다. 케찹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의 헤인즈(Heinz) 사의 케찹보다 더 신선한 맛이 난다. 기회가 닿아 스웨덴에 온다면 이 펠릭스 케찹을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케찹의 신세계를 선사해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펠릭스 사의 케찹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케찹을 생산하는 나라라고 하지만, 스파게티에 케찹이라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물론 남의 나라 식문화를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는 못되지만, 그리고 조금 예의 없는 행동이긴 하지만 조금 생경한 음식문화임은 틀림이 없다. 자기 나라의 레시피를 조금만 바꿔도 화를 내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면 나보다 더 놀랄 것이 분명하다.


사실, 스웨덴의 음식문화는 그렇게 내세울 게 없다. 이케아에 파는 스웨디시 밋볼을 제외하면 사실 스웨덴 음식이 뭐가 있나 싶을 정도로 손에 꼽기가 어렵다. 정어리를 소금과 식초에 절인 씰이 있긴 하지만, 스웨덴 고유의 음식이라기 보다는 스칸디나비안의 음식 문화이기 때문이다. 

가끔 스웨덴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자기 나라의 음식 중에 뭐가 맛있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스웨덴 식당보다는 아랍인들이 운영하는 케밥과 피자를 파는 식당이 많다.

 

케밥을 파는 길거리 상점


이 케밥이라는 음식 문화가 스웨덴에 끼친 영향도 크다. 케밥이 거의 스웨덴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케밥으로 피자를 만들었다. 물론 스웨덴에서만 볼 수 있는 피자는 아니지만, 피자 토핑으로 케밥을 사용하고 이를 스웨덴 내션날 음식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참고로 케밥 피자는 의외로 맛이 아주 좋다. 


케밥 피자


여기서 더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피자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감자튀김으로 토핑을 한 피자다. 이 피자를 종종 독특한 피자를 소개할 때, 상위에 랭크되는 피자 중의 하나다.

감자튀김 피자는 내 의지에 의해 먹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엄청 맛있다고 소개를 해서 한 번 먹어봤는데, 이 비주얼에서 그렇게 맛있는 맛이 날 줄은 몰랐다. 솔직히 우리나라 미스터피자의 포테이토 피자와 비슷한 맛이 났는데, 이건 조금 더 패스트푸드의 맛이랄까? 그런 맛이 났다. 


감자튀김 피자


참고로 스웨덴이 이렇게 소박한 음식 문화를 가지게 된 것은 스웨덴이 다른 서유럽 국가들이 식민지 개척과 산업혁명 등으로 호황을 누릴 때, 스웨덴은 아주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도 별로 없었고, 가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많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미국의 기름진 농지를 경작하기 위해 이민을 많이 떠나기도 했다. 

그런 탓인지, 스웨덴 사람들의 음식은 참 간소한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서 먹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나라에 중동의 음식문화, 그리고 태국과 중국의 음식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일본 음식점은 스시나 스시롤을 판매하는 곳이 대다수이고, 우동이나 라멘을 판매하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의 음식 중에 가장 소개가 많이 된 음식은 김치가 대표적인데, 한때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김치가 건강한 음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4-5년 전에 아주 큰 트렌드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이런 김치 열풍은 이제는 조금 사그라졌지만, 그 흔적은 남아서 스웨덴의 어느 슈퍼마켓을 가더라도 김치를 찾아보기는 쉬워졌다. 다만 그 김치가 우리가 아는 김치의 맛은 아니다. 매운 것을 극도로 못 먹는 스웨덴 사람들은 김치를 그저 배추 피클 정도로 만들어서 먹는다.

그리고 김치를 좋아한다는 스웨덴 친구들에게 진짜 집에서 담근 오리지널 김치를 줘서 먹여 봤더니, 너무 매운 데다 마늘향이 너무 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케찹 스파게티는 아직 도전을 못해 봤지만, 아마 이것도 엄청 맛이 나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스웨덴 사람들처럼 이상한 입맛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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