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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Aug 04. 2020

달리아 꽃

지난겨울부터 천천히 가꿔온 정원은 여름이 되면서 이것저것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중에 <달리아>라는 꽃이 있는데, 이건 뿌리가 꽃 양파처럼 생겼는데, 겨울에는 땅에서 파내어 지하실과 같이 볕이 안 들고 너무 춥지 않은 곳에다 겨울을 보낸다. 그러다 다시 봄이 오고 언 땅이 녹기 시작하면, 양파 같은 모양의 뿌리를 다시 흙 속으로 보내서 파묻으면 초록 초록한 줄기를 밀어 올리다가 어느덧 여름의 절정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핀 꼿을 몇 개 가져와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가끔 꽃을 사서 식탁 위에 올려놓는데, 정원을 가지게 된 후로는 굳이 꽃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다 다시 겨울이 되면 다시 꽃을 사야겠지만 말이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스웨덴의 산업 중에서 가장 열심히 돈을 번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꽃 산업이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방문한 대형 꽃/식물 가게엔 "근래 수요가 넘쳐 공급이 달리고 있습니다. 곧 제대로 된 공급망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안내가 있었다. 

여행도 할 수 없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사람들은 자신의 집과 정원에 식물과 꽃을 더 기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정원을 최근에 가졌기 때문에, 전 주인이 심어 놓았던 식물과 꽃이 무엇무엇이 남겨져 있는지 잘 모른다. 땅속에 남겨져 있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땅을 파면서 절반 정도의 화초를 죽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꽃들이, 우리가 심지 않았던 꽃들이 고개를 쑥 들고는 피어오른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내년에도 가져가고,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가차 없이 꽃만 보고 뿌리째 파내서 버렸다. 

어릴 적, 아버지는 정원 가꾸는 걸 아주 좋아하셨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놀이에는 그렇게 가슴이 뛰지 않아서, 정원이나 낚시 이런 취미는 나와 결코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제 나이가 들어보니, 아버지의 취미를 내가 가지고 있다. 이제는 이렇게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좋다. 주변의 정원을 가꾸는 이웃들은 전부 70이 넘은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다. 식물과 흙을 만져서 그런지 좋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늘 꽃과 채소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먹을 만큼의 채소를 수확하고 남은 것은 주변의 이웃들과 나눈다. 애호박을 주면, 그들은 양배추를 내 손에 쥐여주는 식이다.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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