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현 Sep 04. 2020

코란을 태우는 자 vs 거리를 태우는 자

헤이트 스피치와 무슬림

중동에서 대거 넘어온 무슬림 난민들은 스웨덴의 각 도시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예테보리나 말모와 같이 규모가 큰 도시에서 거주한다. 특히 스웨덴의 맨 남쪽에 위치해 있는 말모(Malmö)에는 많은 무슬림이들이 살고 있다. 덴마크 국경과 가까워 약 3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말모를 거닐고 있으면 이곳이 스웨덴인지 어느 중동국가인지 헷갈릴 정도다. 통계상 60-70% 정도의 이민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이민자의 인구수가 스웨덴 인구수를 추월한 셈이다.


코란을 태우는 자

그런 말모에 얼마 전 희귀한 일이 있었다. 한 덴마크인이 말모를 찾아 코란을 불로 태웠다. 굳이 스웨덴을 찾아와 반이슬람적인 행동을 한 이유는 이렇다.

"내가 코란을 태우면, 스웨덴의 무슬림들은 폭력적 행동을 드러낼 것이다."

뭐 대충 이런 속셈이었다. 그러니까 무슬림이 원래 폭력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이 말썽쟁이 덴마크인은 왜 자기 나라가 아닌 스웨덴까지 넘어와서 이런 말썽을 부리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튼 이들은 행사를 신고했지만, 스웨덴 경찰은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고집이 세기로 유명한 덴마크인들은 어찌저찌 굳이 말모로 와서 코란을 불에 태우고 말았다. 아래의 사진이 반이슬람이라고 주장하는 그 똥고집 덴마크인이다. 코란을 한 손에 들고 불에 태우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스웨덴은 무슬림 민족에 의해 장악되었고, 이것(코란을 불에 태우는 것)이 내가 형제의 국가 스웨덴을 도울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다."

그가 코란을 태운 곳은 무슬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말모의 한 주택지구였다.


<무슬림 거주지역에서 코란을 불로 태우는 덴마크인>


거리를 태우는 자

이 사건이 일어나고, 말모에 거주하던 무슬림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약 300명으로 추산되는 무슬림들이 길거리로 나와 주차되어 있던 차를 불에 태우거나 스웨덴 경찰들에게 돌을 던지는 시위를 벌였다. 단편적으로 코란을 불에 태운 덴마크인의 말이 맞았던 셈이다. 그들은 폭력적인 반대 행위를 보여주었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이 사건을 두고, 친구들과 많은 논쟁을 했다. 물론 스웨덴 친구들과는 이런 문제로 논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런 문제를 꺼내서 토론하는 것 자체를 껄끄럽게 생각한다. 그들과 논쟁이 가능한 주제는 기후변화 정도밖에 없다. 정부에 대한 시위를 본 적은 없지만, 기후변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자는 시위는 매주 금요일마다 열린다. 아마도 그들은 무슬림이나 난민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 사건은 여러 가지 생각의 거리를 우리에게 던져 주었다.


불에 탄 코란은, 우리에게 생각의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질문 1: 코란을 태우는 건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할까? 

무슬림들은 덴마크인이 코란을 불에 태운 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라고 주장한다. 왜 일까?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무슬림을 욕 먹이 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언뜻보아도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코란을 숭상하는 무슬림에 대한 적대적 감정표현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이 행동은 헤이트 스피치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유럽에서는 헤이트 스피치는 불법이다. 즉, 특정 인종이나 성별, 국적, 종교 등을 차별하거나 비하, 혐오하는 발언 등이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나 미국의 경우에는 이 불법이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공권력을 사용해 헤이트 스피치를 중단하거나금고형에 처할 수 있다.


질문 2: 코란을 태우는 건 <말할 자유>에 해당할까?

그러나 이를 헤이트 스피치로 보지 않는 사람도 다수다. 코란을 불에 태운 덴마크인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이건 단지 자유롭게 말할 권리(Freedom of Speech)에 속하는 행동이다."

반이슬람 단체들은 이런 행위는 인종차별을 위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현재 스웨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무슬림들이 점점 스웨덴 사회를 장악하는 것)과 스웨덴 정부의 비겁함(잘못된 점을 바로 잡지 않는 점)에 대한 비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이를 두고 말할 자유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코란은 북유럽에서 그저 책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어떠한 신념이나 지켜야 할 종교적 가치가 없다.

반대로, 누군가 길거리에서 성경책이나 불경을 태운다고 치자. 언론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질까? 혹은 지켜보던 사람들이 화를 낼까? 그 대답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별 또라이가 다 있네...'라고 생각하고 말 것이다. 성경을 태우던 코란을 태우던, 그건 그저 책 한 권을 태운 것에 불과하다.

그럼, 성경을 불에 태워도 되고, 코란은 안된다고 정확히 잘라 말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도달한다. 이는 또한 장소(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헤이트 스피치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둘 사이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코란을 태우는 건 정말 <말할 자유>에 해당할까? 아니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에 해당할까?


질문 3: 코란을 태웠다고 길거리를 불로 지른 건 정당화될 수 있는가?

물론 무슬림들이 화가 난 것은 백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들은 충분히 불편한 심경을 드러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길거리로 나와서 자신을 받아준 나라의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불 지르고 경찰에게 돌까지 던지는 건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들이 화를 내는 주체가 누구인가? 덴마크인인가? 스웨덴 정부 혹은 경찰인가? 아님 길거리에 주차했는데 뭣도 모르고 불탄 차의 주인인가? 그들이 왜 화를 내는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들이 화를 내는 대상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그런가 하면, 스웨덴 경찰은 이미 덴마크인의 행위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만약, 스웨덴 경찰이 이 이벤트를 허가했다면, 그들이 정부를 향해 혹은 경찰에 대해 화를 내는 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미 스웨덴 경찰은 덴마크인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무슬림의 행동은 정당성을 갖추기도 힘들고, 누구를 대상으로 시위를 하고자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리고 어쨌든 폭력적인 행동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질문 4: 스웨덴에서 이슬람교의 가치를 강요할 수 있는가?

기독교를 기반으로 발전해온 사회이지만, 현대의 스웨덴에서 종교 믿는 사람은 소수다. 즉 그들에게 종교는 별대수롭지 않은 과거의 가치일 뿐으로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들이는 시간을 갖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다. 교회에는 동성애자가 결혼을 하고, 여성 목사님들도 활발히 활발한다. 그렇다 보니 종교를 강요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살아갈 뿐, 어떠한 강요도 없다. 아마 가장 미래지향적인 종교가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에게 코란의 가치를, 이슬람교의 신념을 강요하는 건 옳은 일인가? 스웨덴 사람들 입장에선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물론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무슬림이 믿는 이슬람교를 어느 정도 존중해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들이 원하는 모든 가치들을 생활에 녹여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보자. 태국을 찾은 어떤 외국인 관광객이 불상 앞에서 바지를 내려 엉덩이를 까고 사진을 찍은 것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태국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엉덩이 사진을 찍는 것이 한 때 뜨던 트렌드였다.) 이들은 결국 태국에서 구금까지 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반대로 이들이 스웨덴에 와서 어느 불상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사진을 찍은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즉, 신념이나 가치는 장소에 따라 바뀐다.


남의 나라에 가서 남의 나라가 지키고 있는 문화적 가치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해 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무슬림들이 사는 이 스웨덴은 그들의 모국이 아니지 않은가? 그들이 믿는 가치를 전부 강요하기에 앞서, 자신들은 이곳에서 소수 민족이라는 것을 반대로 생각해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왜 그렇게 자신의 종교적 신념까지 그대로 들고 와서 남의 나라에 정착을 하려고 할까?

히잡을 쓰는 여자들에 대한 것도 한 가지 좋은 예다. 히잡을 쓰는 행위에 대해 무슬림들은 이런 농담을 한다.

"히잡을 쓰지 않는 건, 비닐 포장이 뜯어진 춥파춥스와 같다."

즉 상품성이 떨어진 혹은 오염된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남성은 히잡을 쓰지 않는다. 왜 하필 여성만 히잡을 쓰도록 강요할까? 그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히잡을 쓰면 똥파리들이 꼬이는 걸 막을 수 있다."

사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은 강간해도 좋다는 이상한 루머도 들은 적이 있다. 즉, 그들이 비무슬림을 강간하기 위한 정당성을 히잡에서 찾는 이슬람교인도 있다는 루머다.

왜 여성만 조신해야 하는가? 이리 입던 저리 입던 여성으로서 존중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되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스웨덴 사회에 와서 굳이 히잡을 씀으로써 다른 사람과 달리 보이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왜 그들은 이렇게까지 자신의 인권을 제한할까?

이것보다 더 황당한 일은,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이 삶의 가치를 잃고 방황하는 나약한 인간으로 묘사하는 무슬림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말을 듣고 나는 사실 깜짝 놀랐다. 어쨌든 저쨌든, 그들 난민들을 포용해준 나라가 아닌가? 다른 국가에서 멍청이 칠푼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난민들을 대거 수용해주고 생활비까지 세금으로 넉넉히 지원해 주는 나라가 아닌가? 그런 스웨덴을 향해 나약한 인간이라고 묘사하는 무슬림을 만날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Reference>

Controversial Danish politician plans to burn Holy Quran in Sweden: https://en.abna24.com/news//controversial-danish-politician-plans-to-burn-holy-quran-in-sweden_1065205.html

Violence erupts in Sweden’s Malmo after anti-Islam activities: All you need to know:

https://indianexpress.com/article/world/sweden-malmo-protests-anti-islam-activities-6574583/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정치적으로 옳게' 표현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