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음식이 귀한 음식이 되는 순간
한국에서 흔하디 흔한 짜장면이지만, 이곳 스웨덴에서는 먹기가 힘든 음식 중 하나가 짜장면이다. 물론 짜파게티가 요즘은 마트에서도 종종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라면 말고 중국집에서 시켜 먹는 그런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해외 생활하면서 이상하게 그리운 한국음식은 고급진 한국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저렴하고 늘 평범하게 먹던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 같은 종류, 그러니까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그립다. (의외로 고급 한국 음식은 만들기가 쉽다. 싸구려 음식이 더 만들기 힘들다.) 그건 나만 그런 거 같아서 다른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늘 먹던 그 평범한 음식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간의 추억이 함께 해서일까?
최대한 비슷한 맛과 비주얼을 가진 짜장을 만들기 위해 거의 5년을 넘게 레시피를 고쳐온 거 같다. 일단, 시중에서 파는 춘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춘장만 구할 수 있다면, 짜장 그까지 것 만드는 게 뭐 어렵겠나. 춘장이 없어서 이 모든 고생이 시작되었다.
5년 전, 한국에는 한국식 짜장이 있는데 그게 그립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다가, 그럼 중국식 발효콩을 써서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래서 큰 도시의 아시안 슈퍼마켓에 가서 사 왔다. 물론 처음엔 대실패였다. 텁텁한 맛이 꼭 오리지널 중국식 짜장면 맛이었다.
그렇게 5년 동안 조금씩 변경한 레시피는 대략 이렇다. 중국식 발효콩을 물과 밀가루에 재우고 나서, 이걸 마늘과 믹서기에 갈고, 기름에 먼저 볶아주고, 조금 있다 고기를 넣어서 같이 볶아주고, 고기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양파, 양배추를 넣고, MSG, 된장 약간, 간장, 설탕, 후추 등을 넣어서 살짝 더 볶다가 물을 넣고 푹 끓여주면 된다. 여기서 멈추면 비주얼이 엉망이다. 짜장 특유의 그 검정 비주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 스웨덴 간장을 넣으면 된다. (스웨덴 간장은 여기 사람들이 스웨디시 미트볼 만들 때, 으깨진 감자에 얹어 먹는 브라운소스의 색감을 만들 때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녹말가루로 걸쭉하게 만들면 된다.
이걸 본 중국인들은 이건 짜장이 아니다, 그리고 이건 너무 검은색이야!,라고 단언했다. 그래, 그 맛없는 중국식 짜장이 그리운 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웃고 넘겼다. 중국식 짜장은 그냥 검정 발효콩에 삶은 면을 비벼 먹는 그런 맛이니까.
한국에선 아주 손쉽게 시켜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이지만, 여기선 엄청난 수고를 거쳐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얼마 전에, 양조간장에 대한 어떤 스님의 평가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참에 간장까지 담아볼까?
(아, 사진에서 보이는 면은 일반 스파게티 면이다.)
우리에게 '닐스의 신기한 모험'으로 기억되는 셀마 라겔뢰프의 숨겨진 명작, <포르투갈 황제>가 국내 최초로 완역되어 나왔습니다. 스웨덴에서 모든 국민이 읽은 소설 중 하나입니다. 아주 아름다우며, 동시에 아주 슬픈 동화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