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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방법

한 번도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자가 말하는 글쓰기

by 안종현

한 번도 글쓰기를 배워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책을 내고 매거진에 원고를 기고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가끔 주변인들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글은 어떻게 쓰는 거야?"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일상에서 글 쓰는 일이란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을 어떻게 쓰냐고 묻는 건, 뭔가 내용을 구성하고 함의를 전달하는 목적의 글쓰기를 말하는 것일 테다.

글쎄, 내가 지금 쓰는 글도 제대로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기본적인 띄어쓰기나 맞춤법도 여전히 엉망인 내가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엔 무리가 있지만, 주변에서 물어보니 나만의 방법을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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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간을 내어서 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은 영감이 생겨나면 그것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의 기본적인 준비가 되었을 때 글을 써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이 시간을 두고 글을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중요한 행사가 있지 않는 이상, 하루에 4시간은 꼭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고 했다. 그만큼, 글을 쓴다는 것은 영감보다는 노력의 결과이며 시간 투자의 결과이다. 아무런 쓸 거리도 영감도 없지만, 여지의 틈을 주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


2. 지금은 별로지만, 나중에 보면 좋아 보인다.

아무 영감도 없이 무작정 시간을 내서 글을 쓰다 보면, 이게 영 엉망으로 보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글을 다시 들여다보았을 때, 지금은 보지 못한 독특한 감각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이상한 글이라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이상한 글들이 쌓여서 나중에 책을 내는 중요한 소스로 작용하게 된다.


3. 복잡한 글보다는 간단한 글이 좋다.

이건 조금 개인적인 차이이지만, 복잡하고 아는 체하는 글은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글은 나의 정보나 생각 등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도구이니, 글을 굳이 복잡하게 쓸 필요가 없다. 당신이 학문적인 글, 그래서 이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에서는 글은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가 좋다.


4. 문장이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쓰라.

문장이 길어지면 문장 속에서 읽는 이가 길을 헤매게 된다. 짧은 글은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다. 문장의 오해를 줄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읽는 이가 너무 짧은 호흡으로 읽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 또한 개인의 취향 차이일 수 있다.


5. 글은 솔직해야 한다.

솔직한 글은 순수하게 글쓴이의 진심을 느끼게 한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숨겨 놓았던 속 마음을 들려주는 것처럼 읽는 이가 시간과 정성을 들인 보람을 느끼게 한다. 솔직하지 못한 글은 화려할 수는 있지만, 순수하고 오래된 감동으로 남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솔직한 글을 쓰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마치 대중의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글을 나의 생각과 과거의 내 행동거지를 타인에게 그대로 들어내는 것이다.


6. 때로는 머리보다는 손 끝에서 나오는 리듬에 의지하라.

가끔 글을 쓸 때, 우리의 머리를 한 번 거쳐서 나오는 글보다는 차라리 '어랏, 이거 마치 내 손끝에서 글이 나오는 것만 같네...'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마치 순련된 손가락이 알아서 리듬을 타듯 글을 써 내려가는 느낌을 즐길 필요가 있다. 이런 글들은 나중에 나듬어지면 좋은 글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대부분 솔직한 글들일 경우가 많다.


7. 영감을 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세상에는 이상한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이 많이 숨어 있다. 찾아내서 이야기를 하고 친구가 되길 서슴지 않아야 한다. 내가 행동하는 반경에는 나와 같이 무료한 패턴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있을 뿐이다. 그러니 때로는 생활 반경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거나 독특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길 권한다. 영감은 그렇게 주변 친구들의 이상한 경험이 들려주는 곳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8. 사람을 관찰하라.

사람은 정말 독특한 동물이다. 관찰할 만한 재미가 있고, 관찰한 만큼 쓸 글들이 많다.


9. 무모한 경험을 해라.

글을 쓰는 사람에게 경험은 중요하다. 무모한 경험을 해라. 물론 불법이나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최악으로 해칠 정도만 아니라면 경험을 통해서 몸으로 익히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10.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말투를 따라 해 보자.

작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글을 전달한다. 그게 작가만의 말투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작가의 말투를 카피해 볼 필요도 있다. 아직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의 취향과 말투가 성립되기 전이라면 이런저런 실험적 시도가 필요하다.


11. 글은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어느 정도 글의 분량이 나왔다고 생각될 때, 또 어느 정도의 글 전체의 구조가 나왔을 때, 글들은 이제 다듬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자신이 쓴 글들을 읽고 또 읽어가며 글을 다듬어야 한다. 전체 구조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들어내거나 다른 꼭지로 옮기고, 이상한 문장은 고치고, 중복되는 표현은 삭제하는 등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고칠 부분으로 가득하다. 글을 쓸 때, 가장 어렵고 정신적으로 쇠약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12. 글로 돈을 번다는 생각은 버려라.

그렇다면 좋겠지만, 사실 글로 돈을 버는 경우는 아주 희박하다. 많은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온 세상을 여행하며 가끔 취미로 에세이 집도 내는 그런 희망을 내비치지만, 물론 나도 아직 그런 희망의 끈을 놓치고 있진 않지만, 그런 희망은 빨리 접는 게 낫다. 글로 돈을 벌기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아주 상업적인 글이 아닌 이상에는 글로 돈을 번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마음 편하다.


13. 포기하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계속 글을 쓰라.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른다. 누군가는 당신의 글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다른 이는 비판할 수도 흥미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가 당신의 글을 거절하는 일은 당연하다. 여전히 나도 거절을 당하거나 내 글을 비판하는 이를 대할 때는 참기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거절당하기를 주저해서는 안된다. 거절과 거절을 거듭해 내 글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계속 도전하길 반복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실망하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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