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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을 품은 별 Dec 02. 2024

단테의 별 – 2권 1부 12화

빛의 출현(出玄)-빛을 품다/첫사랑? - (12)

영산강하구언은 목포시옥암동과 영암군삼호읍을 연결한 길이 4,350m에 높이 20m 토석제土石提방식으로 영산강과 서해를 막은 하굿둑이었다. 배후 호수인 영산호는 저수량이 2억 5천만 톤이나 되었다. 영산강이 조석차가 커서 나주부근까지 연안농경지에 하천범람과 농토침식 등 피해를 주어 건설하였다. 영산강유역개발사업 1단계인 장성, 담양, 나주, 광주호 완공에 이은 제2단계 핵심사업으로 1978년에 착공하여 1981년에 완공했다. 영산강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더 이상 하천범람은 없었다. 목포시와 영암군이 도로로 연결되어 교통이 편리해지고, 농토는 물론 수자원 확보도 대폭 증가하였다. 하지만 영산강수질악화와 토사가 쌓여 올라가는 수위문제뿐 아니라, 강폭이 줄어 하구에 펼쳐져 있던 갯벌이 감소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문승협과 친구들은 왕복 8Km 정도 되는 바닷바람과 강바람 사이를 걷거나 뛰어서 목포와 영암을 오갔다. 하굿둑 위에서 맞은 시원한 바람에 모처럼 가슴이 후련했다.

장정 8명을 다시 태운 봉고차가 출발하여, 서해와 영산강이 만나는 강하구에 위치한 갓바위에 도착하였다. 모두 차에서 내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안내판 앞에 섰다.

‘갓바위는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응회암이며, 입자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크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에 만들어진 벌집모양 풍화혈로 수직경사 해식절벽이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다. 갓바위일대는 입암산절벽에 반사되어 바다에 비치는 노을빛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입암반조笠岩返照라 한다.’

부용경의 예비매형이 한 쌍으로 이루어진 갓바위전설을 풀어놓았다.

“옛날 옛적에 병든 아버지를 제대로 봉양 못한 아들이 있었는디, 죽은 아버지를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다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뜨렸단다. 불효를 저질러 하늘을 볼 수 없다믄서,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던 아들도 그 자리에서 죽었어. 훗날 이곳에 바위 두 개가 솟아올라서 큰 바위를 아버지바위, 작은 바위를 아들바위라고 했다드라. 갓바위는 바위모양이 부자가 나란히 삿갓을 쓴 모양이라 해서 유래한 이름인디, 삿갓바위라고도 불러. 다른 전설로는 중바위라고 해서 스님바위라고도 부른디, 영산강을 건너던 부처님과 그 일행이 잠시 쉬던 자리에 삿갓을 놓고 간 것이 바위가 됐데. 이외에도 몇 가지 전설이 더 있어.”

다 함께 갓바위를 둘러보고 부용경집으로 갔다. 부용경어머니가 회와 삼겹살로 저녁상을 차렸다. 정난희와 부용경동생들도 같이 저녁을 먹었다. 식사하는 중에 서울친구들이 술을 마셨다. 문승협과 이담은 담배에 이어 또 놀랐다. 다들 술을 받아 홀짝일 뿐 잘 마시지 못했으나, 박상인만 부용경의 예비매형과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최봉수가 가만히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목포친구들은 진짜 순진하다, 그치 않냐?”

“맞아, 서울애들에 비하면 엄청 순진한 거지.”

“뭐시라고야, 느그들이 목포아그들을 아주 시피본다잉, 내가 한번 보여주까?”

“하하, 무시한 게 아니고, 승협이랑 담이는 담배도 못 피고 술도 못 마시잖아.”

“승협이랑 담이는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거여.”

“어쨌든 간에 그게 그거지 뭐. ”

“음마, 내가 목포아그들대표로 한번 보여주께. 아야 상인아, 한잔 따라라잉.”

“영기야, 술 마시는 것이 자랑이대? 고등학생이 못 마시는 게 당연한 거여, 허세 떨지 마란께.”

“어허 담이야, 우리가 가오가 있지 서울놈들한테 기죽으믄 쓰겄냐?”

“나참, 가오 세울 일도 쌨다 참말로.”

박상인이 웃으며 소주를 따랐다. 천영기가 호기롭게 단숨에 들이켰다. 하지만 소주의 쓴맛을 참아내지는 못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회를 집어먹었다. 서울친구들이 깔깔댔다. 이담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서울아그들은 으짜길래, 우리 보고 순진하다냐?”

“술담배하는 애들이 꽤 많아, 주점이나 나이트클럽도 다니고.”

“거그는 학상들 출입금지잖애?”

“맞아, 서울도 학생출입금지야.”

“근디도 버젓이 드나든다고?”

“응, 그렇게 탈선한 애들끼리 싸우는 일도 빈번해.”

“그라믄, 가시나들이랑도 막 사귀고 그냐?”

“당연하지, 미팅도 하고 소개팅도 하고 그래.”

“그러고 보면, 우리도 서울에서는 순진하고 착한 편이야. 친구들 권유와 호기심에 시작한 술담배 이긴 한데, 때와 장소를 가리고 절제하려 노력해.”

박상인이 이야기하는 중에도, 박정진신경은 온통 정난희에게 쏠려있었다. 정난희는 박정진시선을 불편해하였다. 시간이 늦어 집에 가겠다며 인사하고 일어났다. 박정진이 서울친구들 눈짓에 손사래 쳤다. 부현지가 정난희를 버스정류소까지 바래다주러 따라나갔다.

“야 큰박, 데려다주겠다고 한번 말해보지 그랬냐?”

“됐다니까, 미련 없다고 몇 번을 말했냐.”

“에이 븅신시끼, 본인이 싫으면 할 수 없지 뭐.”

“느그들 아까 낮에도 그러드만, 뭔 일인디 그라냐?”

“야야, 시끄럽고, 재미있는 게임이나 하자.”

이담이 서울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눈짓과 대화가 궁금해 끼어들었다. 박정진이 황급히 화제를 돌려 덮었다. 부용철이 게임이라는 말에 뱀주사위놀이를 가져왔다. 정작 게임하자던 박정진은 갑자기 기타를 꺼내 들었다. ‘Eric Clapton의 Wonderful Tonight’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It's late in the evening, She's wondering what clothes to wear, She puts on her make up and brushed her long blonde hair, And then she asks me Do I look all right, And I say Yes you look Wonderful tonight~’

박정진의 노래는 보통이었으나 기타 연주는 수준급이었다. 이담이 기타를 잘 친다고 감탄했다. 박상인이 씁쓸히 노래하는 박정진을 위로하려 추켜세웠다.

“지금 정진이가 치는 기타 엄청 비싼 거야, 쟤 또래들하고 후배들 모아서 그룹사운드 결성했잖아.”

“그룹사운드?”

“응, 구성한 지 한 3개월 됐어.”

“어때, 재미있어?”

“그냥 모여서 음악 하는 거지 뭐, 음악이야기도 하고, 하다 보니까 재미있더라.”

문승협이 궁금하여 그룹사운드에 대해 물었다. 박정진이 조금 뻐기듯 말하면서 ‘라이너스의 연’을 쳤다. 친구들이 함께 노래하였다.

‘동네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노래가 끝나자, 박상인이 시계를 보며 라디오를 찾았다. 부용철에게 건네받아 라디오채널을 돌렸다.

“왜, 뭐 들으려고?”

“봉수야, 별이 빛나는 밤에 채널이 뭐였지?”

“MBC AM 900.”

“이상하다, 다른 프론데?”

“지역방송인가 보다, 별밤은 서울만 하나 봐.”

“야, 별이 빛나는 낮도 있냐? 별 시답잖은 방송 갖고 또 목포를 시피 보네잉, 뭔 방송인디?”

“별밤 몰라? 별이 빛나는 밤에, 서울에서는 밤 10시면 다 이거 듣는데.”

“아야, 지방방송 꺼라잉. 별이 밤에 안 빛나믄 아조 큰일 나겄다.”

“허허, 영기가 또 뿔따구 났네.”

“하하, 영기야 열 낼 일 아니야, 지역방송 때문에 중앙방송이 안 나오는 프로가 있어.”

“얘들아, 나는 이제 집에 가야겠다.”

“으째서야? 여그서 같이 자자 승협아.”

“난 안돼, 외박하면 집에서 혼나.”

“담이는 으짤래?”

“나는 같이 자도 되믄 같이 자께.”

“너희들 내일 간다면서?”

“응, 내일 담양에 가서 하루 더 놀고 서울로 갈 거야. 여름방학 때 올게, 그때 또 보자.”

“그래, 만나서 반가웠다, 여름방학 때 오면 보자.”

문승협은 친구들과 하룻밤 같이 자고 싶었지만, 집에서 외박을 허락하지 않아 다음을 기약했다. 악수로 아쉬움을 접고 혼자 집으로 향하였다. 움츠러들 정도로 쌀쌀한 날씨에도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그것도 유난히 초롱초롱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다음날, 김용남에게서 다짜고짜 알려준 장소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용건을 말하지 않아 내키지 않았으나, 편할 때 들르라는 말에 시간 내서 가보기로 했다.

김용남이 말한 곳은 만화가게 2층집에 나름의 방음장치를 한 밴드연습실이었다. 문승협이 문을 열자, 모여있는 윙스멤버들이 반갑게 맞이하였다.

“왔냐, 언능 들어와.”

“어서 오니라.”

“너 노래 잘한다드라잉.”

“내가?”

“잉, 용남이한테 들었어.”

“준비되믄 말해, 노래 한번 들어보게.”

김용남은 메인보컬을 맡고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멤버들에게 합창단경험이 있는 문승협을 추천했다.

문승협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멤버들 표정이 간절해 보여 거절할 수 없었다. 이민상에게 건네받은 ‘블랙테트라의 구름과 나’ 악보를 보며 마지못해 목을 풀었다. 문일고 손명옥음악선생과 덥수룩한 머리의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홍익대그룹사운드에서 드럼 치는 성정규였다. 문승협만 몰랐을 뿐 모두 약속되어 있었다. 이민상이 키보드 첫 음을 몇 번 누르더니 눈사인을 주고 반주를 하였다. 문승협은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손명옥선생과 성정규가 지켜보았다.

‘랄랄랄랄라 랄랄랄랄라, 랄랄랄랄라 랄랄랄랄라, 바람에 흩어지는 한 올의 실구름아, 갈래갈래 내 나래는 토담골로 하늘거린다, 바람에 일렁이는 철부지 먹구름아, 설레이는 가슴 안고 동구 밖으로 뛰어간다, 구름아 너는 어디로 가느냐, 나는 달린다 하얀 고향으로, 처음 외쳤던 그곳, 그곳에 내가 있단다, 젊음이여 푸르름이여, 젊음이여 뜨거움이여 달려간다~’

“승협이 노래는 음악시간에 많이 들어봐서 내가 잘 알아. 음역대가 높고 박자와 음정이 정확하지. 메인보컬로도 괜찮겠다. 내 생각에는 그런데, 정규생각은 어때?”

“음, 음색이 록과는 좀 안 어울리는 미성이긴 한데, 목소리가 순수해서 좋네요.”

“그건 그래, 목을 좀 눌러 부르든지, 앞으로 기교를 좀 배워야지 뭐.”

손명옥선생과 성정규의 긍정평가가 있자, 멤버들이 문승협에게 단도직입으로 윙스메인보컬을 맡으라고 하였다. 문승협은 부모승낙을 받아야 한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였던 멤버들이 일순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부모를 잘 설득해 보라고 이구동성으로 부탁하듯 했다. 고개를 끄떡이며 연습실을 나서는 문승협뒤통수를 향하여 가급적 빨리 결정해 달라고 소리쳤다.

문승협은 간절해 보이는 윙스멤버들 때문에 미룰 수 없었다. 곧장 집에 가서 엄마 이항리와 상의하였다.

“엄마, 학교그룹사운드에서 나보고 싱어 하라는데, 해도 돼?”

“싱어가 뭔디?”

“학교에 윙스라는 그룹사운드가 있는데, 그 그룹사운드가 연주하면 앞에서 노래하는 거야.”

“뭣아, 딴따라 한다고?”

“에이 딴따라 아니야, 학교그룹사운드라니까.”

“그게 그거지, 기타 치고 노래한다는 거잖아?”

“응, 나 한번 해보고 싶어.”

“음메, 공부는 언제 하고야?”

“공부는 공부대로 열심히 하면 되잖아.”

“시끄러, 그 시간에 공부나 해, 쓸잘데없는 짓 말고.”

“엄마, 나 하고 싶다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네?”

“연설하네 진짜, 아빠가 알면 으짤라고 그라냐?”

“당분간 비밀로 하면 되잖아.”

“그랬다가 나중에 들키면, 그 뒷감당은 어쩌려고?”

“1년만 하는 거야, 고2 때만 하는 거거든.”

“학생이 그냥 공부나 하지, 뭔 그런 걸 한다고 난리냐. 그리고, 그런데 보내줄 돈도 없어.”

“학원비는 없어, 연습시간에 가서, 합주에 맞춰 노래만 하면 돼.”

“어허, 뭔 일이까잉. 나는 모르겄다, 너 알아서 해.”

이항리가 대뜸 학원비를 언급하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문승협은 다른 건 다 핑계고 돈걱정에 반대한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했다. 어떻게든 엄마승낙이 필요하였기에 속상한 마음을 삼켰다. 아버지에게 비밀로 하는 것이 께름칙했으나, 반승낙받은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날 밴드연습실을 찾아갔다.

“얘들아, 내가 싱어 한번 해볼게.”

“우아, 환영해, 대환영.”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어.”

“뭔디, 언능 말해봐.”

“만약에 아빠에게 들키면 계속 못할 수도 있어,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집에는 비밀로 했으면 해.”

“비밀, 비밀, 비밀!”

문승협은 혹여 아버지반대가 있으면 그만둘 수 있다는 전제로 메인보컬을 맡겠다고 하였다. 윙스멤버들이 비밀유지를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박수로 환영했다. 자연스럽게 김용남이 퍼스트기타와 서브보컬, 장홍기가 베이스기타, 이민상이 키보드, 강동우가 세컨드기타, 우상호가 드럼으로 문일고 6인조 윙스 3기 그룹사운드가 결성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연습하기로 하였다.

문승협은 모아 둔 용돈으로 메인보컬용 마이크와 앰프를 샀다. 본격적으로 밴드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순탄하던 연습은 윙스멤버들을 지도한 성정규가 서울로 올라가면서 난관에 봉착하였다. 멤버들은 고심 끝에 악기교습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합주연습을 위해서 그룹사운드합주실이 있는 음악학원을 찾았다. 멤버들이 정한 북교음악학원은 3층 건물로 2∙3층을 사용하였다. 2층은 악기교습실, 3층은 합주실이 있었다.


정부와 여당인 민정당이 1991년까지 새 국제공항건설에 합의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촉진을 위해 개인신용카드제실시를 결정하였다. UN이 세계인구가 43억 3,6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시사영어사에서 TOEIC시험을 국내최초 실시했다.


문승협은 매일 아침 도서관에 간다며 집을 나섰다. 그러고는 곧장 음악학원으로 갔다. 오전에 개별연습, 오후에 합주연습을 하였다. 그룹사운드윙스가 순항했지만, 일취월장하던 연주실력이 정체기를 맞으며 고비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뜻밖의 일까지 생겼다. 김용남이 멤버들을 모아놓고 탈퇴의사를 밝혔다.

김용남은 3년 동안 클래식기타를 배울 만큼 기타를 무척 좋아하였다. 학교그룹사운드에 가입한 이후 어머니에게 허락을 구했다. 그러나 아들이 딴따라 되는 건 용납 못한다는 말로 일언지하 거절당하였다. 그룹사운드를 하고픈 욕심에 어쩔 수 없이 어머니에게 숨겼다. 김용남어머니는 불철주야 기타만 치는 아들을 수상히 여겼다. 운전기사에게 외출하는 김용남을 미행시켜 알게 되었다. 김용남은 전혀 생각지 못한 어머니의 음악학원방문에 깜짝 놀랐다. 빵과 음료를 사 온 어머니가 멤버들을 격려할 때만 해도 잘될 줄 알았다. 하지만 김용남어머니가 집에 돌아가서는 결사반대하며 수건을 싸매고 드러누웠다. 급기야 식음을 전폐했다. 김용남은 어머니를 이겨낼 수 없어 결국 그룹사운드를 포기하였다. 멤버들은 김용남사정을 듣고 달리 방도가 없었다.

난감한 멤버들이 머리를 맞댔다. 먼저 김용남탈퇴로 공석인 리더를 다시 뽑아야 했다. 강동우가 자원하여 윙스 3기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멤버를 찾아 나섰다. 학교성적조건에 부합한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가 없어 자체적인 포지션정비로 방향을 잡았다. 김용남만큼은 아니어도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는 장홍기가 퍼스트기타를 자청하였다. 장홍기가 원래부터 희망했던 퍼스트기타로 바뀌고, 세컨드기타 강동우가 틈틈이 배우던 베이스기타를 맡았다. 세컨드기타가 비면서 멤버들 시선이 문승협에게 모였다.

“승협아, 니가 싱어 하믄서 세컨기타 쳐라.”

“나 기타 못 치는데?”

“아따, 시방부터 배우믄 되제. 잘하믄 좋고, 정 안되믄 중간중간 코드 잡고 스윙만 해.”

“아야, 그라믄 사운드가 쪼까 빌텐디?”

“쪼께 비어도 괜찮해, 퍼스트기타가 커버하믄 되제, 홍기가 기타 잘 치잖애.”

“나 마이크하고 앰프사서 학원비도 없어. 그룹사운드 하는 거 비밀로 했는데, 집에다 학원비 달랄 수도 없고.”

“그건 내가 내 주께, 기타는 내 꺼 쓰고.”

문승협은 탐탁지 않았으나 멤버들 의견을 받아들였다. 멤버들을 위해 누군가 희생이 필요하고, 강동우제안 또한 팀을 위한 배려라 생각하였다. 문승협이 세컨드기타와 메인보컬을 맡고, 키보드 이민상은 서브보컬을 추가했다. 바뀐 포지션에 따라 문승협은 세컨드기타를, 강동우는 베이스기타를 속성으로 교습받았다. 재편성된 5인조 그룹사운드윙스멤버들은 파트별 개인교습을 열심히 숙련하였다. 합주연습곡도 한 곡 한 곡 늘어갔다. 합주연습이 거듭될수록 자신을 돋보이려는 욕심이 고개 들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미세한 균열이 생겨났다.

문승협은 뒤늦게 배운 세컨드기타를 빨리 습득하려고 강동우기타를 집에 가져갔다. 팀에 도움 되려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연습했지만, 방구석에 잘 숨겨 논 기타가 아버지에게 발각되었다. 아버지 문경준이 정색한 표정으로 무슨 기타냐고 물었다. 문승협은 전자기타를 배우고 싶어 친구기타를 빌려왔다고 둘러댔다. 취미로만 하라는 격려에 마음 놓였으나, 성적이 떨어지면 당장 그만두라는 아버지경고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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