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출현(出玄)-빛을 품다/첫사랑? - (35)
질풍노도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이라 언제 어디서 사건이 터질지 예측불허했다. 문일고에 또 다른 학내문제가 발생하였다. 금요일야자시간, 2학년 2반 담임선생이 4반 교실뒷문으로 불쑥 들어와 ‘왜 이렇게 떠드냐’며 호통쳤다. 그렇게 지나간듯하더니 다시 앞문으로 들어와 ‘이 반은 조용하네’라며 나갔다. 4반 아이들이 2반 담임의 엉뚱한 행동에 킥킥거렸다. 모영욱이 뭐가 못마땅한지 쌍욕을 하며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질렀다. 반아이들이 금세 주눅 들어 조용했다. 잠시 후 누군가 뒷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뒤돌아볼 수 없었다.
“이 쪼다 같은 새끼야, 담배하나도 제대로 못 사 오냐?”
“나는 선이라고 한께, 거북선인 줄 알았어라.”
“아야, 썬이 태양이제 거북선이냐? 이름이 삼식이라서 그라냐, 으째 그리 멍청하냐?”
“미안 하요, 지금 가서 다시 사오깨라.”
“됐다, 이 삼식이 새끼야. 기분도 졸라 엿같은디, 개호구새끼가 열받게 하그만잉.”
“아따 씨발.”
“뭣아, 니 방금 뭐라 씨부렸어?”
“씨발 좆같이 진짜, 인자는 사다 줘도 뭐라하그만잉.”
“뭐라고? 이 씨발 놈이 오늘 디질라고 쎅쓰네?”
누군가는 5반 이삼식이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다는 듯 반항하였다. 모영욱이 욕하며 흥분하더니 급기야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 반아이들이 동요하면서 어수선해졌다. 반장 강원종이 학습분위기가 방해되어 나서려는 순간, 맞고만 있던 이삼식이 참다못해 마대걸레를 집어 들고 휘둘렀다.
“이 씨발, 오늘 니 죽고 나 죽자.”
“음마, 이 호로새끼가 디질라고 환장했네.”
“야, 이삼식, 그만해.”
강원종이 말려보았으나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모영욱이 마대걸레를 빼앗아 분질러서 몽둥이로 만들었다. 편리를 위해 새로 구입한 청소도구가 흉기로 돌변했다. 이삼식은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았다. 구석에 몰려 몸을 웅크리고 맞다가 어렵사리 빠져나왔다. 이번에는 허리띠를 풀어 오른손에 두어 번 감고 맞섰다. 얼굴은 피범벅이고 눈에 초점이 없었다. 눈가에서 흐르는 피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였다. 강원종이 진정시키려 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김부일이 모영욱 앞을 막아 서자, 문승협이 이삼식에게 다가갔다.
“이삼식, 너 많이 다쳤어, 일단 치료부터 하자.”
“씨발 비켜, 나 오늘 죽어 불라니까.”
“너 내일이면 후회할 거야.”
“씨발 좆 까는 소리마, 나는 내일이 없어.”
문승협설득도 소용없었다. 이삼식이 버클을 무기 삼아 혁대를 돌리며 모영욱에게 돌진하였다. 문승협이 이삼식허리를 감싸 안으며 저지하자, 지켜보던 노병돈과 장기원이 합세해 도왔다.
“비켜 씨발 놈들아, 나 오늘 끝장 볼란께 비키라고.”
“아야, 느그들 다 비켜라잉, 내가 오늘 저 새끼 죽여 불고 빵에 갈란다.”
“허허, 가관이그만잉, 별 모지리들이 설치고 난리네.”
문승협과 아이들이 둘을 말리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옆반 우장일이 창문에 고개를 들이밀며 비꼬았다. 모영욱이 그냥 넘어갈 리 만무했다.
“니 방금 뭐라 했어, 이런 썅노무새끼가 어디 선배한테 버릇없이 지껄이냐?”
“씨발, 선배도 선배 같아야 말이제. 후배 따까리를 조지믄, 누가 선배로 모시까잉.”
“뭐 씨발? 야 좆피리새끼야, 니가 디질라고 염불 하냐?”
“저런 씨발, 선배고 뭐고 확 아가리 찢어불란께, 계급장 떼고 맞짱 한번 뜨끄나?”
“음마? 좋아, 내일 학교 끝나고 뒷산으로 와, 알긋냐?”
“야, 선생님 온다.”
4반에서 벌어진 소란은 파도타기처럼 교무실까지 흘러갔다. 담임선생이 교실에 도착하였을 때는 모영욱과 우장일뿐 아니라 이삼식도 사라지고 없었다. 조현동선생이 무슨 일인지 캐물었으나, 반아이들은 후환이 두려워 말하지 못했다. 엄포와 협박을 섞어 몇 번을 되물어도 대답이 없자, 반장 강원종을 데리고 교무실로 갔다. 강원종이 모두가 아는 비밀을 교무실로 가져간 뒤 다시 웅성거렸다. 우장일과 모영욱이 맞짱을 붙게 됐다는 소식은 최고의 토픽이 되었다.
학내에 두 개의 폭력조직이 존재하였다. 영훈중짱출신 우장일을 주축으로 하는 세력이 강했다. 일본전국시대 3대 영웅과 비유한 우장일이 ‘오다노부나가’라면, 오다노부나가의 신임을 얻으려 아내와 아들을 죽인 ‘도쿠가와이에야스’와 오다노부나가의 신발을 품은 ‘도요토미히데요시’ 같은 부하 두 명이 있었다.
다음이 덕인중짱출신으로 1년 꿇은 모영욱을 따르는 무리였다. 예비깡패 우장일과 현재깡패 모영욱이 암암리에 경쟁하였다. 둘은 각기 외부조직폭력배들과 연계된 것이 공통점이었다.
그리고 두 조직이 함부로 못하는 학생이 있었다. 조동구는 외부폭력조직과 두루 알면서도 학교에서 말썽 없이 조용히 지냈다. 학내평화주의자인 김부일과 김용남, 문승협 등과 친한 우호세력이었다.
모영욱과 우장일이 대결한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토요일수업이 끝나갈 때까지 쉬는 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렸지만 학교만 몰랐다.
문승협은 싸움에 관심이 없어 수업을 마치고 시립도서관으로 갔다. 천영기와 이담을 만나 매점에 자리했다.
“느그 점심 묵었냐, 나는 토요일이라 도시락을 안 싸줘 갖고 못 묵었다잉.”
“나도 마찬가지야.”
“그라믄 라면 시켜서 내 도시락이랑 같이 묵자.”
“오호,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일세.”
“아짐, 여그 라면 세 개 주고라, 다꽝도 좀 많이 주쑈.”
“아야, 오늘 느그 학교에서 큰 쌈 있다메?”
“우와, 소문 진짜 빠르다, 어제 야자시간에 있었던 일인데 어떻게 알았냐?”
“음마, 느그 학교에 내 뿌락치 있는 거 몰랐냐?”
“하하, 우리 학교에 프락치를 심어놓다니, 네가 사람들을 마구 잡아다가 고문한다는 그 안기부냐?”
“승협이 니도 조심해라잉, 내가 확 잡아다가 물고문시킬지 모른께.”
“오매 무서운 거, 아따 영기씨 내 친구 쪼깐 봐주쑈, 여그 라면 값은 내가 내께라.”
“라면 하나 갖고 안되제, 김밥도 한 줄 얻으믄 모르까.”
“오케바리, 친구 살려준단디 김밥 한 줄이 대수까.”
“그래서, 그 쌈은 우째 됐대?”
“몰라, 나는 그냥 바로 이리 왔어.”
“아마도 둘 중에 진 놈은 학교 때려 칠 것이다.”
“으째서야?”
“아야, 니라믄 쪽 팔려서 학교 계속 다니겄냐?”
모영욱과 우장일의 싸움결과가 도서관에 알려지기까지 두 시간이면 충분하였다. 셋이 라면을 먹은 후 공부를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나고, 장기원이 찾아왔다.
“문승협, 언제 왔냐?”
“학교 끝나고 바로 왔어, 너는?”
“방금 왔어, 나가서 바람이나 쬐까 쐬끄나?”
문승협과 장기원이 나가자, 천영기와 이담이 따라갔다. 네 명은 휴게실옆 벤치에 앉았다.
“승협아, 니 그 쌈 우째 됐는지 아냐?”
“모영욱하고 우장일?”
“잉.”
“몰라, 관심도 없고.”
“기원이 니는 안갑다잉?”
“그람, 내가 끝까지 보고 왔잖애.”
“그라믄 언능 결론부터 을퍼봐 봐.”
“우장일이 이겼는디, 또 이겼다고 하기도 애매해.”
“뭔 말이대?”
또래들 주먹지형도에 관심 많은 천영기가 재촉했다.
수업이 끝난 뒤, 모영욱과 우장일을 포함한 양쪽 세력들이 3학년 교실옆 동산공터로 움직였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뒤따랐다. 두 조직은 싸움 났냐며 몰려든 학생들을 쫓아 보냈다. 일부는 겁에 질려 가는 반면, 장기원처럼 싸움구경하려는 아이들이 피하는척하며 적당한 위치를 찾았다. 대충 주변정리가 이뤄지고 결투가 시작됐다. 싸움은 막상막하였다. 둘이 치고받으며 조금 지칠 즈음, 팔짱 끼고 지켜보던 우장일부하 한 명이 모영욱 등뒤에서 갑자기 강하게 발길질하였다. 모영욱세력들이 앞으로 꼬꾸라진 모영욱을 보고 싸우려 나서자, 우장일조직도 맞섰다. 모영욱과 우장일이 패거리들에게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며 경고하였다. 그러나 충격받은 모영욱의 움직임이 급속히 둔해졌다. 전세가 우장일쪽으로 기울어갔다. 모영욱이 고통을 참아가며 혼신을 다해 싸웠다. 우장일의 다른 부하 한 명이 또다시 뒤에서 모영욱을 공격해 설상가상이었다. 모영욱세력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우르르 덤벼들었다. 우장일세력들도 가세해 순식간에 패싸움이 됐다. 양쪽패거리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 순간, 반장 강원종과 조현동선생이 출현했다. 구경하던 아이들과 싸우던 무리들이 바람처럼 흩어졌다. 신기할 정도로 일사 분란하게 모두가 사라지고 그렇게 승패 없이 끝났다.
장기원이 신나서 마치 자기가 싸운 것처럼 몸을 써가며 떠벌였다. 결투 끝이 찝찝하게 흐지부지됐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천영기가 눈감고 잠깐 숙고하더니 미래를 내다보는 점쟁이처럼 총평을 늘어놓았다.
일대일대결인데 부하 두 명이 끼어들어서 우장일은 비겁자의 대명사가 되며, 누군가의 도전에 직면하여 머지않아 학교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모영욱은 상대편 제삼자공격에 불리하였음에도 끝까지 싸운 게 득이 돼서 오히려 세력이 더 불어나 강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월요일등교하자, 아이들이 온종일 왈가왈부하며 수군거렸다. 전체적인 평가가 천영기판정과 대동소이하였다. 대부분 모영욱우세에 동정표를 던졌지만, 우장일세력에 대한 두려움에 비겁하다는 표현을 삼갔다.
문일고 양대조직 두목 간 결투이야기는 이틀이 지나면서 잦아들었다.
노병돈과 이병규가 점심을 개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문승협 앞에 마주 앉았다.
“승협아, 이삼식이가 니를 만나고 싶어 하드라.”
“이삼식이 나를? 왜?”
“잉, 니랑 야그 쪼깐 나누고 싶다고.”
“으째, 도와줄 거제?”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아따 니가 힘이 있어서 그냐, 우리한테 한 것멩키로 야그만이라도 들어주라는 거제.”
“그건 어렵지 않은데, 무슨 말할지 겁난다야.”
“그냥 니가 하던 대로 해주믄 돼야.”
“그래, 알았어. 뭐야, 지금?”
노병돈과 이병규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밥 먹는 문승협을 바라보았다. 문승협은 부담스러운 시선에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도시락뚜껑을 덮지도 않았는데, 둘은 벌써 교실문을 나서고 있었다.
노병돈이 앞서가고 이병규가 문승협을 재촉하였다. 3층 창고를 지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정으로 나있는 조그만 문을 열었다. 얼마 전에 노병돈과 왔었던 학교건물지붕이었다. 이삼식이 먼저 와있었다.
“점심은 묵었냐?”
“응, 병돈이랑 병규가 하도 빨리 먹으라고 재촉해서 체하는 줄 알았다야.”
“아따 미안하다, 일각이 여삼추라잖애, 삼식이 맘을 우리가 안께 그런 거여.”
“하하, 그래도 아니라고는 안 한다?”
“아니라고 해서 뭐 하겄냐, 니가 우리 맘을 다 안디.”
“일단 안거, 안거서 야그 하자.”
네 명이 마주 보고 앉았다. 이삼식이 뜸 들이다 입을 열었다. 노병돈과 이병규의 사건을 소문으로 들었으며, 두 사람에게 확인했다고 하였다. 1학년 2학기 때부터 지금까지 모영욱과 우장일에게 당한 일을 성토했다.
이삼식은 모영욱과 우장일 사이를 오가며 심부름을 하였다. 둘에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걔들한테 괴롭힘 당한 게 1년이 넘은 거야?”
“잉, 그 새끼들 시다바리 하믄서 온갖 수모를 당했어.”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서 며칠 전에 그런 거구나?”
“따까리도 어진간해야제. 씨발 나는 담배도 안 핀디, 담배사서 받치다 몇 번 들켜 갖고 정학까지 당했단께.”
“정학까지 당했다고?”
“담배가게아저씨가 학교에 몇 번 꼰지르고, 학생주임한테도 몇 번 걸렸어.”
“우장일하고 모영욱이 시켰다는 말을 못 했구나?”
“그걸 우째 말하겄냐, 내가 말하믄 그 새끼들이 학생부에 불려 갈 것인디.”
“그라고, 그 두 놈이 삼식이를 가만 두겄냐?”
“맞어, 돌아오는 것이 주먹이고 욕이제.”
“그래도 말했어야지, 아니다, 나라도 말 못 했겠다.”
“사실은 나도 말할까 말까 무자게 망설였는디, 뒷감당하기 겁나드라.”
“그런데, 무슨 생각으로 모영욱한테 덤빈 거야?”
“병돈이랑 병규 야그 듣고, 나도 용기 내 본 거여.”
이삼식이 노병돈과 이병규처럼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려 했다면서 모영욱에게 대항한 과정을 설명하였다.
이삼식은 모영욱과 우장일 때문에 너무 괴로웠다. 일단 둘 중 하나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둘을 이간시켜 싸움 붙이려고 마음먹었다. 마침 우장일이 평소처럼 심부름시켰다. 이삼식은 모영욱이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자극했다. 발끈한 우장일에게 모영욱이 우장일심부름을 하지 마라고 하였다며 거짓말했다. 모영욱을 핑계로 우장일자존심을 건드렸다. 우장일이 울그락불그락하며 뒤를 봐줄 테니 모영욱에게 덤비라고 사주하였다. 이 기회에 이삼식을 빌미 삼아 평소 눈엣가시인 모영욱을 제거하려고 작심한 것이었다.
“둘 중에 으째 우장일을 골랐냐?”
“다른 반 모영욱보다는 같은 반 우장일을 선택한 건 맞는디, 둘이 싸워서 누가 이길지 모른께 의미 없어야, 이긴 한 명이 누군지가 중하제.”
이삼식은 성공한 이간계로 1년 꿇은 선배입지에 타격받은 모영욱에게서는 탈피했으나, 결투 이후에도 계속되는 우장일괴롭힘이 더욱 가혹해져 고난이었다.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문승협을 찾았다고 하였다.
노병돈∙이병규사건과 내용은 유사했지만, 평범한 장기원과 다른 학내폭력서클두목이라 어려운 문제였다.
“승협아, 니가 쪼깐 나서서 도와줘라.”
“으째, 뭔 방법이 없겄냐?”
“나라고 뾰족한 수 있겠냐, 하지만 방법을 찾아보자.”
“삼식아, 인자 야그 들었는디 바로 답이 나오겄냐, 너무 걱정 말고 쪼깨만 참자.”
“잉 알았어, 어떻게든 되겄제.”
노병돈과 이병규가 다독였으나, 이삼식은 소극적인 문승협태도에 실망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승협은 교실로 돌아가면서 어깨가 축 쳐진 이삼식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되겄제’라는 이삼식의 마지막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당장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였다.
다음날 추석연휴가 시작됐다. 국군의 날과 개천절이 겹쳐 휴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아쉬움이었다. 국방부가 때를 맞춰 육군특공대를 창설했다. 육영재단에서 만화잡지 ‘보물섬’을 창간하여 어린들을 설레게 하였다.
문승협은 조부모가 있는 순화광산에서 추석차례를 지냈다. 지난 설날처럼 친족 간 불화가 재연되어 또 상처가 됐다. 이번엔 장남장손역할로 갑론을박했다.
아버지 문경준이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마이산으로 등산을 갔다. 작은아버지들과 고모가 명절이면 마땅히 참석해야 할 장남이 제 역할을 못한다며 빈정거렸다. 장남 문경준에 대한 비난의 불똥이 장손 문승협에게 튀었다. ‘너는 그러지 마’라는 격려로 포장해 이런저런 예를 들어가며 장남장손역할을 강요하였다. 문승협은 아버지처신도 그렇지만, 아들에게 아버지를 욕하는 어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목하고 즐거워야 할 명절이 반복되는 친족 간 불화에 점점 부담되었다. 그나마 즐거움은 추석연휴 끝에 걸려온 정난희전화였다. 매주일요일아침 9시에 전화하겠단 약속은 지난 2주간 지켜지지 않았다. 항상 조바심으로 전화를 기다리던 마음이 무뎌지던 차였다. 연휴 잘 보냈냐는 짧은 안부전화였으나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라 설렜다. 정난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다음 주는 꼭 전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승협은 한 주를 보내면 정난희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등교하였다. 교실에 들어서면서 노병돈과 이병규의 시선에 묵혀둔 숙제가 생각났다. 쉬는 시간 화장실을 다녀오는 수심 가득한 이삼식을 보니 서둘러야 했다. 이삼식의 ‘어떻게든 되겄제’라는 절박감이 문승협을 움직였다. 본격적으로 해법 찾기에 돌입하여 고심한 지 이틀 뒤 이삼식을 만났다.
“점심은 먹었냐?”
“잉.”
“삼식아, 날 믿고 따라 준다면, 내가 한번 해결해 볼게.”
“어떻게 할라고야?”
“우장일이 담배심부름시키면, 담배사서 나한테 와.”
“그다음에는 아?”
“내가 너를 데리고 학생부에 가서 신고할 거야.”
“뭔 소리여, 나도 나제만 우장일이 불려 갈 것인디?”
“너는 걱정 마, 넌 처벌받지 않도록 잘 말씀드릴게.”
“나는 그런다고 쳐, 우장일이 우릴 가만두겄냐?”
“가만히 안 있겠지, 우장일이 가만히 있어도 안되고, 그걸 노리는 거니까.”
“뭔 소린지 모르겄다.”
“나를 믿지 못하면 방법이 없어,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학교 다녀야 해.”
“…….”
“아무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믿고 따라줘.”
“아따 깝깝하다, 니도 보복당할지 모른디 겁 안 나냐?”
“나도 겁나지, 나는 사람 아니냐?”
문승협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삼식이 못 미더워하며 자기 반으로 돌아갔다.
이삼식이 담배를 사들고 문승협을 찾은 건 정규수업이 끝난 저녁청소시간이었다. 문승협이 이삼식을 앞세워 학생부로 직행하였다. 학생부선생이 노발대발해서 우장일을 불렀다. 담배심부름시킨 경위와 흡연사실을 확인했다. 우장일은 심부름한 당사자인 이삼식과 고발한 문승협이 앞에 있어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학생부선생이 징계하겠다며 호통쳤다. 처벌할 때까지 교실에 가있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문승협은 우장일잘못을 학교에 공식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었다. 피해당하는 학생을 학교가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자, 자신이 계획한 일에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이후 혹시 모를 최악사태를 대비하였다.
우장일이 학생부를 나오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문승협이 예상한 바와 다르지 않았다.
“야 이 씨발놈아, 니가 디질라고 환장했그만? 학생부에 꼰지르믄, 내가 가만둘 것 같냐?”
“우장일, 이삼식은 죄 없어, 학생부에 데려간 건 나야.”
“뭐라고 개새끼야, 이런 좆만이가 디질라고 쎅쓰네?”
“야 이 씨발놈아, 이 좆만아, 너는 욕밖에 모르냐? 어떻게 입만 열면 욕이냐, 이 개새끼야.”
“음마, 어허 이 호로새끼가 실성했나, 니가 미쳤구나?”
“그래 이 호로새끼야, 나 미쳤다, 왜?”
“스 승협아, 니 왜 그러냐, 그러지 마야.”
“이삼식, 너도 저 자식한테 이렇게 했어야 했어, 안 그러니까 너를 우습게 본 거라고.”
“오냐, 느그들 나한테 한번 디져봐라, 내가 그 아가리 찢어서 아주 씹창 내 줄라니까.”
“그래, 내입 언제 찢어줄래? 모레 야간자습 없으니까, 수업 끝나고 어때?”
“오냐, 수업 끝나고 동산으로 와, 디질 각오하고잉?”
문승협은 대화로 안 되는 상대라면 힘으로라도 맞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없는 용기를 짜내느라 후들거리는 몸을 겨우 감추며 도발하였다. 우장일은 뜻밖의 문승협태도에 어이없으면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함을 이기지 못해 씩씩거리며 교실로 갔다. 이삼식은 너무 놀란 나머지 어쩔 줄 몰랐다.
“스 승협아, 니 으짤라고 그라냐?”
“뭘, 너 방금 다 봤잖아?”
“그 그니까 말이여, 아야 니 미쳤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하잖아, 혹시 아냐, 내가 우장일을 이길지?”
“아따 진짜 으짤라고 그냐, 환장하겄네 참말로.”
“내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하늘에 맡겨야지 뭐.”
“언능 가서 부일이랑 용남이랑, 니랑 친한 친구들 전부한테 말해야 쓰겄다.”
“안돼, 말하지 마.”
“아야, 니가 줘터지는 것을 보고만 있으라고? 분명히 우장일이가 즈그 패거리들을 몰고 올 것인디?”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거야, 그러다 패싸움으로 번지면, 내가 싸우는 의미가 없어져.”
“아따, 그래도 혹시 모르잖애.”
“야 이삼식, 이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해.”
문승협은 계획한 대로 진행하였다. 차마 얻어맞는 꼴을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비밀로 당부했지만, 금세 소문이 퍼지리라 짐작하였다. 돌이켜보니 대화로 해결한 장기원은 양반이었다.
다음날 조동구와 김용남이 문승협을 찾아왔다. 지나가다 들렀다며 잘 지내는지 물었을 뿐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같은 반 김부일조차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문승협은 우장일과 싸우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 친구들의 근심 어린 걱정에 뭐라 답할지 고민했었다. 예상과 다른 친구들의 조용한 분위기에 서운한 생각마저 들었다. 일일이 설명하기 난감한 데다, 우장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잘됐다고 여겼다.
교무실에서 들은 대로 쉬는 한글날을 앞두고 야간자습이 없었다. 문승협이 종례 후에 덤덤히 3학년 교실옆 동산공터로 향하였다. 이삼식이 초조한 모습으로 뒤따랐다. 공터에 다다르자 몇몇 아이들이 군데군데 모여있었다. 우장일과 패거리들이 걸어오는 문승협을 주시했다. 문승협은 엄청 떨리면서도 쫄지 않은 척 애썼다.
“음마, 이상하게시리 구경하는 아그들이 벨로 없다잉.”
“삼식아, 네가 할 일이 하나 있어. 내가 싸우다 너를 쳐다보면, 큰소리로 선생님 오신다고 외쳐, 알았지?”
“뭐라고?”
“계속 얻어맞을 순 없잖아.”
“니 시방 맞을 각오하고 이러는 거여?”
“응, 최대한 큰소리로 외치고 학교반대편으로 무조건 뛰어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아야 승협아, 그라믄 여그서 그만두자.”
“뭔 소리야, 남자가 칼을 뺐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너는 내가 말한 대로만 해.”
이삼식은 문승협에게 무슨 수가 있을 줄 알았다. 아무 대책 없이 몸으로 부딪히겠다는 말에 아연실색하였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했다. 문승협이 공터가운데로 걸어가자 우장일패거리들이 빙 둘러쌌다.
“어이 마바리, 안 올 줄 알았는디 진짜 왔다잉. 오늘이 니 황천길 가는 날인디, 준비는 됐냐?”
“하하, 왜, 노잣돈 좀 보태줄래?”
“하, 씨발 새끼 입은 살아갖고, 어디 한번 디져봐라.”
우장일이 말과 동시에 급습하였다. 문승협은 뒤로 밀리며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계속되는 무자비한 공격에 한참 동안 속수무책으로 맞았다. 다행히 얼굴은 다치지 않았으나 등과 허벅지가 욱신거렸다. 날아오는 주먹과 발길질을 막아내느라 양팔과 다리가 얼얼하였다. 중학교시절 이진구와 싸웠을 때와는 천지차이였다. 우장일이 잠깐 쉬어가듯 호흡을 가다듬었다. 문승협도 한숨 돌리려는 순간, 우장일이 또다시 강하게 발차기를 날렸다. 문승협은 옆구리를 맞고 숨이 턱 막혀 고꾸라졌다. 우장일이 다가가 목덜미를 잡고 일으켰다. 문승협이 비틀비틀 일어서면서 머리로 받자, 우장일도 이마로 응수했다. 둘 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어허, 이 좆만이가 대가리도 쓸 줄 아네?”
“왜, 머리는 너희 깡패새끼들만 쓰는 거냐?”
대꾸가 끝나기도 전에 우장일오른발이 문승협얼굴로 향하였다. 문승협이 앉으며 뒤돌아 차기로 우장일왼발을 가격했다. 우장일몸이 허공에 붕 뜨더니 등부터 땅바닥에 떨어졌다. 충격받은 우장일이 일어나면서 나무몽둥이를 주워 휘둘렀다. 문승협이 맞지 않으려고 혼신을 다해 이리저리 피하였다. 어디선가 각목이 날아와 옆에 떨어졌다. 재빨리 각목을 들어 죽도처럼 쥐었다. 무턱대고 들어오는 우장일목을 향해 찌르기를 했다. 우장일이 목을 잡고 꽤나 아파하였다. 문승협은 그사이 각목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언제 왔는지 김용남이 보였고 옆에 조동구와 강덕구도 있었다. 화가 복받친 우장일이 잠깐 한눈판 문승협에게 몽둥이를 후려쳤다. 문승협이 각목을 이용하여 가볍게 쳐내고 머리를 강타했다. 우장일은 더욱 흥분하여 몽둥이를 갈겼다. 문승협이 각목으로 막고 반쯤 앉아 회전하며 우장일옆구리를 묵직하게 가격하였다. 우장일이 소리 지르며 무척 고통스러워했다. 문승협은 모영욱경우처럼 뒤에서 공격할까 봐 우장일부하 두 명을 경계하였지만, 눈이 휘둥그레져 움찔할 뿐 움직임은 없었다. 우장일이 잔뜩 찡그린 채 또 몽둥이로 찔렀다. 문승협이 각목을 사용하여 몽둥이를 툭 치고 우장일손목을 강하게 때렸다. 몽둥이를 땅에 떨어뜨린 우장일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문승협이 손목을 움켜쥐며 괴로워하는 우장일을 보고 각목을 옆에 던졌다. 순간 우장일입꼬리가 올라갔다. 잽싸게 몽둥이를 다시 집어 들고 문승협에게 뛰어가며 내리치는 찰나, 문승협이 우장일에게 한두 발짝 다가가면서 달려오는 우장일의 가속을 이용해 업어치기로 던져버렸다. 우장일이 3미터 정도 날아가 떨어졌다. 싸움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우장일패거리들이 우르르 몰려가 움직임 없는 우장일을 흔들었다. 우장일은 꿈틀거리면서도 일어나지 못했다.
처음에는 문승협이 일방적인 열세였다. 싸움이 거듭될수록 점점 우장일이 수세에 몰렸다. 결국 문승협이 그동안 배웠던 태권도와 합기도에 이은 검도와 유도로 우장일을 이겨냈다.
문승협이 지친 몰골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일어났다. 이삼식이 문승협에게 다가가는 김용남과 조동구를 앞서가며 호들갑 떨었다.
“오매오매, 이것이 뭔 일이다냐.”
“어디 다친 데는 없냐, 괜찬해?”
“응, 괜찮아.”
“니가 믿는 구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은 했는디, 니가 요로코롬 쌈을 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야.”
“야 삼식아, 그 입 쪼깐 닥치고 있어라잉.”
“동구야, 승협이 데리고 일단 여그서 빠지자, 저그서 부일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여.”
문승협과 친구들은 우장일패거리를 뒤로하고 서둘러 공터를 빠져나갔다. 공터입구에 김부일과 이정국을 위시한 광주체고유도선수들 다섯 명이 있었다.
“뭐야, 거목아, 너까지 여기 웬일이야?”
“아따, 우리 매미 살아있다잉. 우리는 매미시끼 지킬라고 왔제 뭐더러 왔겄냐.”
“야, 누구 잡을 일 있냐, 유도무제한급 국가대표상비군까지 데려오면 어떡해?”
“친구가 위급하단디, 누군들 뭔 상관이어.”
“그래도 그렇지, 괜히 시비에 휘말려 선수생활에 불이익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승협이 니는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잉, 우장일이 얼매나 치밀하고 잔인하지 아냐?”
“아야, 저 순진한 놈이 뭘 알겄냐.”
“우장일이가 니를 시피 봐서 이 쯤서 끝난 거여, 진짜 천만다행인 줄이나 알어.”
“맞어, 니 나중에 보복 안 당하게 할라믄, 이 정도 위세로는 택도 없을지 모른단께.”
“보복?”
“잉, 보복.”
“우장일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어, 니는 거그까지는 생각도 못했지야?”
“당분간 위험한께 혼자 다니지 마라잉, 우장일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께.”
“근데 어찌 된 영문이야, 너희들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아야 배고프다, 일단 밥묵으믄서 야그하자.”
문승협과 친구들 10여 명은 학교 앞 분식집으로 갔다. 김용남이 음식을 주문하고 전후사정을 설명하였다.
이삼식이 걱정된 나머지 문승협 몰래 김용남을 찾아갔었다. 김용남이 이삼식이야기를 듣고 조동구와 김부일을 만나 어찌할지 논의했다. 친구들은 도움을 청하지 않은 문승협에게 필시 계획이 있을 거라 믿고, 둘 싸움에 직접 가담하지 않기로 하였다. 다만 우장일부하들이 싸움 중에 끼어들어 문승협이 불리해지고 집단폭행을 당하는 최악상황에는 대비했다. 조동구가 우장일부하들을 만나 경고하여 오다노부나가를 보필한 도쿠가와이에야스와 도요토미히데요시의 비겁한 도발을 사전에 막았다.
“동구야, 우장일부하들에게 뭐라고 한 거야?”
“뭐 있겄냐, 그냥 느그 둘 쌈에 끼어들지 마라, 만약에 끼어들믄 전쟁이라고 했제.”
“아, 긍께 그 꼬붕들이 우장일이 맞는디도 가만히 있었그만, 으째 이상하다 했단께.”
“각목은 누가 던져준 거야?”
“용남이가.”
“아야 승협아, 니는 겁도 없다잉, 뭔 생각으로다가 우리한테 한마디도 안 했냐?”
“자칫 패싸움이 될까 봐서, 그렇게 되면 내가 싸우는 이유가 없어지거든.”
“허허,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가 느그 맞짱 뜬다는 소문이 안 나게 단속했어.”
“으짠지 쌈구경하는 아그들이 벨로 없드라.”
“부일이랑 정국이가 공터입구에 있었던 것도, 행여나 패싸움 날까비 그랬어야.”
“정국아, 너희는 어떻게 된 거야?”
“아, 부일이가 말하드라.”
“학교는 어떡하고?”
“15일이 체육의 날인디, 목포시유도대표팀하고 교류전이 있어갖고 어제 내려왔어.”
“그럼 교류전이 없었으면 안 왔겠네?”
“아따 뭔 섭한 소리냐, 우리 승협이 일이믄 서울이라도 만사 제쳐놓고 가야제.”
“정말?”
“그믄 매미 니는 내가 그런 일 있어도 모른체끼할래?”
“응, 모른척할래, 난 힘도 없잖아.”
“오메, 이런 썩을 시끼가 있으까잉. 아야, 우리 괜한 걸음 했다야, 언능 가불자.”
“하하하, 야 거목아, 찐빵하고 만두 추가시킨 건 먹고 가라야, 몸집은 산만한 것이 삐지기는.”
“오매오매, 유도하는 놈들이라서 그란가, 오살나게도 묵는다 참말로.”
“아야, 저 덩치봐라야, 황소여 황소.”
저녁을 먹고 나와 각자 길을 갔다. 김부일이 집방향이 같으니 에스코트하겠다며 문승협과 버스에 탔다.
“승협아, 당분간 조심해라잉.”
“알았어.”
“아따 한 귀로 듣고 흘리지 마란께?”
“그럼 네가 나를 맨날 호위하든가.”
“그라까, 그라믄 학교 끝나고 항시 같이 집에 가자.”
“하하, 아냐, 내가 알아서 조심할게.”
문승협은 자기 일처럼 신경 써주는 김부일에게 고마웠다. 김용남과 조동구를 위시한 학교친구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준 이정국과 광주체고친구들에게도 감사하였다.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의로운 지혜를 모은 친구들의 집단지성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했다. 어려운 용기였음에도 사리분별 못하고 함부로 날뛰는 것은 아닌지 주저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수많은 떨림 속에 주먹싸움을 처음경험하였고, 친구들 덕분에 싸움의 공포를 극복했다.
김부일이 버스에서 내리는 문승협을 근심스레 지켜보았다. 출발하는 버스차창을 열고 ‘항시 조심해’라며 소리쳤다. 문승협은 걱정 마라는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가족들이 눈치챌까 봐 조용히 씻고 잠자리에 누웠다. 우장일과 결투로 얼마나 긴장하였는지 밤새 악몽을 꿨다.
다음날은 온몸이 쑤셔 종일 누워있었다. 공부는 안 하고 빈둥거린다는 엄마핀잔을 피할 수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