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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습관 Apr 04. 2016

혼자가 괜찮지 않은 이유는 뭘까?

All right? All right!

혼자가 괜찮지 않은 이유는 뭘까?


나 홀로 여행, 여자 혼자 떠나는 유럽여행, 여자 혼자 …

그 밖의 등등 한동안 습관처럼 손에 달고 살았던 검색어였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겁도 많고 소심한 내게 혼자 여행이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겁이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쉬운 일이 혼자서는 망설임의 연속이라는 걸 여행을 결정하기까지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올해 혼자 여행을 결심했다. 수백 번을 검색하고 고민하던 내가 언제나 그렇듯 결정은 단 하루면 충분했다. 그저 올여름에도 조금은 긴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었고 함께 떠나고 싶었던 친구와는 휴가 날짜가 맞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포기했다. 다음에 친구와 함께 가면 돼! 라며 나를 다독거렸다.


그럼에도 난 무지 가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나였는데 순간 혼자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자주 이용하는 여행사에 무심코 전화를 걸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던 여행지는 프라하였다. 무작정 프라하에 대해 물었고 프라하와 함께 가기에 좋은 곳으로 오스트리아를 추천해주기에 그대로 전화를 끊고 오스트리아 in-프라하 out 항공권을 구매했다. 그렇게 나홀러 여행이 결정됐다.


혼자라도 괜찮다며!


그리고 그날 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프라하 가기로 했어. 항공권 예약해버렸어!"
"진짜?!"
"응. 나 괜찮겠지?"
"왜 하필 프라하야?"


왜 하필 프라하냐고 묻는다면.. 그저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곳이 프라하였기 때문이었다. 프라하라고 하면 꽤 오래전 드라마였던 프라하의 연인 밖에 모르던 내가 그저 프라하에 가고 싶었다. 프라하보다 낯선 오스트리아는 그저 여행사의 언니가 추천해주었기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그 후로 며칠 뒤 친구는 프라하 항공권을 예약했다. 나에게 아무 이유 없었던 프라하였는데 친구에게 프라하는 무척 가고 싶었던 여행지라고 한다. 그렇게 또 우리는 마음이 통했다며 웃었다. 여유치 않은 상황에 때마침 내 전화를 받아 프라하로 떠난다는 내 말이 친구의 마음에 불을 지폈나 보다. 그 날 하루 종일 일을 손에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짧은 휴가 일정에 프라하 여행을 다짐한 친구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비록 같은 날 출발할 수도 돌아올 수도 없는 프라하에서 이틀을 만나고 헤어질 우리지만 말이다.


그렇게 고민하던 혼자 여행을 결정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비록 혼자서 세계일주를 하기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고민은 세 발의 피만큼 쉬운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쉽지 않은 결정에 한몫했던 건 역시 그만큼 여행에 대한 간절함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머릿속에 끊임없이 물었다.


혼자가 괜찮지 않은 이유는 뭘까?


괜찮은 이유만큼이나 괜찮지 않은 이유 또한 비슷하게 떠올리거나 떠올릴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 괜찮아졌다.


비록 혼자라면 조금 더 헤매고 누군가의 호의에 잔뜩 겁을 먹기도 하고 어두컴컴해질 무렵이면 숙소에 가겠다는 신념이 생기며 내 사진 예쁘게 찍어줄 사람도 없다는 고민들이 생기겠지만, 분명 혼자이기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혼자 여행하며 조금 더 성장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고 오롯이 나 지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인연도 생길 거라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다 괜찮아졌다.


물론, 혼자 여행을 할 거라는 내 말에 엄마는 적잖이 당황하며 화를 내셨다.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은 많아. 하지만 그게 내 딸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라며 큰 소리를 내셨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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