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습관 Apr 19. 2016

여행 후유증

그런 시간

그런 시간


일요일 오후 3시.

외출한 날이 아니라면 일요일 오후 3시는 항상 단잠에 빠지는 시간이다. 

나도 모르게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하더니 정말 누가 엎어 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빠진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이 들었던 시간에서 깨어나면 꼭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지만 분명 좋은 꿈을 꾸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일요일 오후 3시는 나에게 그런 시간이었다.


단잠, 단꿈 …


그런 꿈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꿈속의 포근한 시간도 잠시, 정신이 들 즈음에는 후회가 밀려온다.


'분명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을 거야'
'늦잠 자면 어쩌지?'


그런 걱정을 시작하고 단잠에서 깨어나 시작된 걱정은 어김없이 현실로 다가와 일요일 밤은 항상 잠을 설치고

월요일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이다. 오후 3시, 나도 모르게 기어들어간 이불속에서 느낀 포근함과 새록새록 잠이 들던 그 시간이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밤이다.


그렇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끊임없이 주문을 건다. 내 머릿속에!
"자야 해! 자야 해!"

하지만 그럴수록 잠에서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뜬 눈으로 1시, 2시 … 그렇게 잠들지 못하는 밤만큼 괴로운 시간도 없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 나 혼자 눈을 뜨고 있는 듯한 그런 외로움을 느끼는 밤과 아침에 쫓기는 밤의 시간이란 무척이나 괴로운 시간이다. 내 침대, 포근한 이불은 그 자리 그대로인데 말이다.

분명 그렇게 단잠, 단꿈에 빠져 그 어느 때보다 포근하고 행복했는데 그런 시간이 미워진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내 하루가, 내 시간이 딱 그렇다.


'분명 어제는, 어제 이 시간에는…'


난 그런 내 시간을 여행 후유증이라고 부른다. 행복한 꿈같았던 여행의 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의 현실의 시간들을 말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압박감도 없이, 부랴부랴 끼니를 챙기는 그런 시간도 없이, 오늘 하루는 언제 끝날까 기다림이 없는 그런 날을 보내다 돌아온 첫날의 일상은 꽤나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단잠에서 깨어난다. 그렇게 단잠에서 깨어나 일상으로 돌아올 즈음에는 이제 막 꾼 꿈처럼 지난 나의 여행도 못다 꾼 꿈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분명 어제, 일주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 있었는데 그곳의 기억이 지난밤 꿈처럼 희미해진다. 


그런 밤이면, 손 안에 핸드폰을 노트북을 꺼내 여행 사진을 뒤적거리곤 한다. 그럼 또 어김없이 여행 후유증이라 불렸던 그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잠 못 드는 밤도 여행 후유증도 억지로 벗어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그 시간은 지나갈 테고 분명 그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 테니 말이다. 


잠 못 들지만 포근한 이불속, 좀 더 선명했던 여행의 기억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목적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