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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습관 Apr 13. 2016

완벽한 하루를 기대하나요?

여행이 다 그런거지

완벽한 하루


런던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북적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이라고 느꼈다. 굳이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자연스레 눈을 뜨고 내 아침 식사를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좋다.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전날 런던의 추위를 경험했던 우리였던지라 가장 먼저 옷을 사러 갔다. 게다가 어제와는 다르게 비가 내리던 런던의 아침. '이래야 런던이지!'하며 우산을 폈지만 그래도 역시 마음속으로 언제 그치려나 내내 비가 그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여행이 끝나서야 비가 와도 좋은 건 런던이라며 웃었지만 말이다.


나는 굉장히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할 때도 하루의 시간도 책을 읽을 때도 여행을 떠나기 전의 그 날의 일정도 미리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그렇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게 내가 정한 계획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첫 여행 때는 계획에서 틀어지는 것에 대해 전전긍긍하며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계획적인 사람인 내가 싫었다. 런던에 도착하는 날부터가 미리 짜인 계획과는 먼 하루였으니 말이다.


예상치 못한 날씨에 가져왔던 옷들은 모두 무용지물이었고
오락가락하는 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우산을 접었다 피기에 바빴고
힘들게 찾아갔던 노팅힐은 이미 굳게 닫혀있었으며
런던의 만만치 않은 물가에 예산은 초과된 지 오래였다.


그렇게 난 '여행이 다 그런 거지'를 배워갔다.


언젠가부터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배우되 방학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그려 넣었던 생활 계획표처럼 여행지에서 보낼 내 하루를 계획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물론, 커다란 계획은 세웠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시간에 따른 계획이 아닌 이 날은 뭘 할까? 어디에 가볼까?라는 생각의 전환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였다.

그렇게 우연처럼 시작될 여행과 당혹스러움 마저도 충분히 행복하니 말이다.

하루종일 비 내리던 런던거리


런던, 닐스야드


닐스야드에 다다를 즈음 서서히 먹구름이 개이고 닐스야드의 예쁜 벽으로 둘러싸인 그 작은 공간에 햇살이 들기 시작했다. 비가 그쳤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던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인 오늘도 역시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은 비 소식과 더불어 여행 계획 또한 계획이 없다.

그저 내일 그곳으로 간다는 사실만 확실할 뿐, 그럼에도 두근거림에 잠들 수 없는 이유는 비가 오고 계획이

없어도 내일 만나게 될 나의 여행, 그 하루가 분명 특별한 하루라는 걸 알기 때문 아닐까?


잠이 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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