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사색 그리고 우치코
본격적인 마츠야마 여행을 시작하던 날,
숙소를 나오는 순간부터 마츠야마가 좋아졌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말도 못 하게 날씨가 좋아서?"
그런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이유로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오늘의 여행은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의 날씨는 중요하니까. 비교적 비를 자주 만나는 일본 여행에서 여행하는 내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니까,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유난히 하늘 사진이 많았다.
여행하는 동안의 하늘이 무척이나 예뻤다는 커다란 이유도 있지만 그럼에도 난 다른 이유를 고르고 싶었다.
이번 여행,
'나 제대로, 여유를 즐겼구나!'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하늘을 바라본다는 말을 무심코 들은 후부터 퇴근길에 난 오늘 몇 번이나 하늘을 봤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고요한 차 안에서 혼자 적적해진다. 기나긴 하루 속에서 내 마음에 여유란 없었구나..
그렇게 하늘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한 내 하루를 안쓰러워하던 내가 여행만 가면 유난히 하늘을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런 나 자신이 뿌듯해진다.
초조해하지 않고 여행을 만끽하고 있구나!
마음 졸이며 급급한 여행보다 짧은 일정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하고 싶다.
목적지가 전부인 여유가 아니라,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도중에 보고 만나는 것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지치면 가끔 쉬어가기도 하는 그런 여유를 가진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내게 정말 필요했던 건 여유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누가 봐도 신이 잔뜩 난 발걸음으로 마츠야마의 교통수단인 전차를 타고 기차를 타기 위해 마츠야마로 갔다. 마츠야마에서 약 30분 정도 기차를 타면 가닿을 수 있는 우치코를 향해서. 사실 여유, 여유 노래를 불렀던 이유는 우치코를 소개하기 위한 떡밥과도 같았던 것 같다. 우치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런 여행지였으니까!
"여유가 필요하신 분께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하고 물어본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우치코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만큼 우치코는 여유 그 자체였다.
작은 우치코 역에 도착해 역 안의 지도 한 장을 들고 우치코 여행을 시작했다. 우치코 역에 도착해 역을 벗어나는 순간부터가 여행의 시작이었다. 우치코에서는 여행 내내 달고 다니는 구글맵 없이 지도 한 장으로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이니까!
"어디로 가지?"
라는 고민 없이
"발 닿는 대로!"
라는 게 가능한 우치코. 말 조차 예쁜 고즈넉한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 마을은 일본의 전통가옥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리거리가 모두 소담하고 예뻐서 신호등 하나 화분 하나 조차도 발길을 잡았던 곳이었다. 여행책자에는 고작 네 장의 페이지로 설명이 충분했던 곳이건만, 난 왜 이리 우치코에 대해 할 얘기도 많고 왜 이리 우치코가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혹시 비가 내렸다면,
"우치코는 못 갈 곳이야!"
했으려나?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워낙 하늘이 예뻤던 날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