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린아이처럼
우치코 역에 내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내려가 우치코 역을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또 익숙하지 않은 곳 다가가기 시작한다.
시작, 나에게 시작은 그랬다.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던 날이 선명하다. 낯선 곳이라면 끔찍했던 내게 그런 낯섦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게 해주었던 여행지 오사카. 고작 2박 3일 여행에 내 몸만 한 빨간 캐리어 하나를 끌고 여행을 나섰더랬다. 그렇게 2박 3일의 짧은 여행만으로 여행은 끔찍이도 싫다던 나의 고집스러운 마음은 봄날에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일본 오사카를 시작으로 또다시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까지 1년 365일을 머릿속에, 마음속에 세계지도를 품고 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여행이 내게 가져다준 큰 변화이기도 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더니, 3일이란 짧은 시간을 거쳐 난 참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경험이 그렇다. 경험하기 전과 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첫 여행만으로 나에게 찾아온 변화는 그 후 꾸준함으로 지속되었고 그렇게 여행은 습관처럼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일부가 되어 점차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이런 거구나 하는 내게 맞는 여행들을 발견해나갈 때면 이것 또한 새로운 발견이라며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다.
시작,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그렇게 싫다더니 매일이 여행이네? 신기하다 정말!"
"그치 나도 내가 신기해. 그런데 여행이 그래, 여행이 그렇더라고!"
"처음 만나는 낯선 길 위에 놓인 것도 좋고,
사진 속으로만 보던 곳을 내 발로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좋고,
가끔은 길을 잃고 헤매다고 목적지를 찾았을 때의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좋고
발 닿는 곳마다 포토존이라며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
그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여행을 다니며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지
이미 다 큰 어른이지만 낯선 곳에 놓이는 순간 어린이가 되어버린 느낌이지.
조금은 두렵고 무섭지만 낯선 곳에서부터 차츰차츰 알아가고 부딪히며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있다는 그 느낌이 좋아!"
여행이 좋아진 이유를 이야기해보라면 하룻밤을 꼬박 새도 모자랄 것 같다.
그렇게 여행을 좋아진 이유를 떠올려 본다. 고작 3년 전이었던 그 날의 시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