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 수 있는 기록
우치코를 여행하며 그 어느 때보다 사진을 많이 찍었던 것 같다.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땐 사진이란 오직 그곳에 있는 나를 최대한 예쁘게 많이 기록하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 흔히,
"배경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와! 심지어 너보다 훨씬 잘 찍어. 중요한 건 그곳에 간 너야!"
누구에게 들었을까, 그 말이 어찌나 인상적이었는지 한 번, 두 번 정도의 여행에서는 그 말이 뇌리에 콕콕 박혀 온통 내 사진 혹은 같이 간 동행의 사진을 찍기 바빴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 할수록 사진이란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내 사진을 찍는 것에서 더 나아가 좋아하는 사진이 생긴 것이다.
나에게 좋아하는 사진이란 나만 알 수 있는 기록이었다.
이 장소, 보았던 것, 그 밖의 등등. 그것을 보았을 때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마음에 드는 것을 적는 것이 아닌 사진으로 남기게 되었다. 물론 사진의 구도라던가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이라던가 그런 유창한 건 모른다.
그저 좋아하는 것들을 찍을 뿐!
신기한 건, 좋아하는 것들을 찍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사진을 찍는 실력도 따라온 것 같다.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던 친구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며 발로 찍은 게 아니냐고 갖은 면박을 받던 내가
지금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을 통해 "사진 좋아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발로 찍던 내가 이런 칭찬을!
그렇게 난 더 사진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어딜 가던 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던 내가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챙기는 준비물은 카메라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사진이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기록인 것을 사진을 잘 못 찍거나 잘 모르면 어떤가 그 사진 한 장이면 금세 행복한 내가 될 텐데!
나의 두 눈으로 보고 충분히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여행이 끝나는 순간, 그리고 더 먼 훗날 시간이 흘렀을 때 눈으로 보았던 모든 기억은 점점 무뎌지기 마련이다. 눈 앞에 감동을 그대로 기록하고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발명품은 카메라인 것 같다.
사진 한 장으로 그 순간 느꼈던 내 감정, 감동, 감각까지 고스란히 전해 주는 건 사진 한 장의 힘이기 때문에
그렇게 난 사진이 좋아졌다.
우치코에서 찍은 우리 집 우체통이었다면 하고 느꼈던 나무로 만든 우체통도
전통가옥이 늘어선 길을 걷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귤 하나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치코를 걸으며 여행하던 그 순간의 나로 돌아가게 해준다.
우치코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에 푹 빠져 사진을 찍던 그 날의 나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