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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습관 May 08. 2017

별 거 아닌 듯, 별 거처럼

솔직 혹은 다정하게


별 거 아닌 일로 다투고 난 뒤 눈물까지 쏟아가며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전화기를 붙들고

쌓일 대로 쌓인 서운한 마음을 토해내고 또 토해냈다. 오늘 하루 완벽한 데이트라고 생각했는데 

별 거 아닌 말 한마디에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얼마 전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를 들었다

"별 거라는 거, 별 거 아니라는 뜻인데"

아, 그 대사가 왜 자꾸 귀에 맴도는지 나에게는 별 거 아니라고 여겨졌던 일들이 사실 모두 별 거였고

꾸역꾸역 누르듯 마음속 깊은 곳까지 누르고 담아놓았나 보다


서로에게 배려라고 생각해 눌러 놓았던 감정들은 꼭 이런 순간에 모이고 모아 없어지지도 않고

고스란히 기억된다. 한참을 토해낸 후 조용히 내 말만 들어주던 너는 말한다


"그래서 그건 내가.."


별 거가 별 거 아닌 일이 되는 순간이다. 막상 쏟아놓고 보면 이렇게 금세 사라질 감정들을 

왜 이렇게 끌어안고 있었을까? 너는 내가 쏟아낸 서운함에 오해를 풀기도 하고 사과를 하기도 하고

다짐을 하기도 하며 그저 내 감정을 만져주고 달래준다 


그런 너의 말을 듣고 있자니 

'분명 너도 나에게 서운한 게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서운함 보다 지금 당장 전화기 너머에서 울고 있을 내가 먼저였던거다


어쩐지 이기적이고 내 마음을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관심과 서운함의 사이에 필요한 건 다정한 말 한마디인 것 같다. 분명 너에게도 나에게도!

다른 어떤 핑계와 비교도 아닌 솔직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별 거 아닌 듯, 별 거처럼 말이다


2017 |너와 다정하게 마주보았던 유노고의 빵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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