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신호등
우치코역에 내려 걸어가는 길,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신호등 하나하나 마저도 마음에 쏙 들어 우치코 마을이 가까워지기 전까지 만나는 신호등 사진을 찍으며 우치코 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초록불이던 빨간불이던, 불빛이 들어온 사진을 찍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달리 찍는 사진마다 아무런 빛이 없는 신호등의 역할은 할 수 있을까 싶은 사진이 되어버렸다.
원하는 사진을 찍지 못해 투덜거릴 찰나, 신호등의 어떤 색이든 상관없다고 여긴 내 마음이 가짜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건 초록불이었을테니!
기다림없이 망설임없이 건너갈 수 있는 초록불을. .
그런데 초록불도 아닌 빨간불도 아닌 그 어떤것도 알려주지 않는 까만 신호등에 심술이 났던 것 같다.
그리고 그토록 초록불을 원했던 건 지금 당장 이 길을 건너가는 것이 아닌 내 삶의 초록불을 원한 것 같았다. 항상 이렇게 초록불 같아라!
멈추는 일 없이 캄캄한 일도 없이 항상 그렇게. . .
그렇게 신호등 사진은 포기할 무렵 빨간불이 들어온 신호등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가끔은 이렇게 멈추는 순간도 꼭 필요하다고!
내가 이렇게 여행을 즐기는 것처럼, 이런 순간들이 빨간불이 되어 내 삶에도 빨간불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자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리는, 빨간불과 마주하며 서 있는 그 순간이 참 감사했다. 이렇게 멈춰있을 수 있음에!
기다림이 끝이 아니라,
기다리면 언젠가 초록불이 들어올테니 그 순간을 위해 잠시 멈춰 기다리는 건 내 삶에 꼭 필요한 순간이라고!
오히려 빨간불을 기다리지 못하고 초록불이 반짝거릴 때 허겁지겁 달려가다 보면 분명 넘어지기도 하고 위험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며 분명 금방 지쳐버리지 않을까?
그러니 내 삶의 빨간불은 꼭 필요한 순간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멈춰있는 그 순간에 감사하며 멈춰있는 순간 만큼은 오롯이 멈춰있는 일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초록불과 빨간불이 모두 존재하는 것처럼 내 삶에도 적절히 존재하게 된다면?
상상만으로 . . . ?!